[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상담실을 운영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삶들이 온다. 제각각의 사연을 들어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도 있고, 남들이 볼 때는 별것 아닌 일로 밤새 고민하는 사연도 있다. 상담은 경청을 기본으로 하기에 경청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내 삶과 비교하기도 한다.

‘나라면 저렇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저 상황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다. 행복은 절대 멀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까이 있기에 우리는 모르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기까지 대부분은 긴 방황의 시간을 가지거나 남들이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나서 알게 된다.

세계적인 인간생태학자 칼 필레머는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면서 설문 조사했다. 그리고 총 30가지 지혜의 정수를 뽑아 정리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펴내며 행복은 오늘 그리고 여기, 가까이에 있음을 말한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삶의 조각들이고 그 조각들이 맞춰져 온전한 삶이 만들어지는 거야. 그 삶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 자네도 알겠지만, 희망은 지금 이곳에서, 자네가 만드는 거야. 불행할 게 뭐 있어? 오늘 이곳에서 가능한 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네”

오늘 이곳은 가까이에 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현재이며 지금이다. 칼 필레머 교수가 인생 선배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집니까.”

선배가 대답한다. “오늘 이곳에서 가능한 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우문현답이라는 느낌이 든다. 행복해지는 건 오늘 이곳에서 행복해지면 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멀리서 찾는다면 절대 나타나지 않는 게 행복이다. 누군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유일하게 해야 할을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가까이에서 찾자. 

심리학자로 인간의 폭력성의 최종점에서 삶의 의미를 풀어낸 빅터 프랭클 박사. 이미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전 세계인에게 삶의 의미를 자각시켜 준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자기 실존에 대한 물음들과 그것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폭력, 핍박, 죽음의 공포, 추위, 배고픔, 멸시를 극복한다. 삶의 의미가 있기에 끝까지 살아야했다. 하지만 나약한 개인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것을 극복해주는 수단이 너무 평범했다. 하루에 딱 5분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 해가 넘어가는 모습, 주변 나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 당장 행복을 찾았다. 그리고 그가 살아야 할 큰 이유 중 하나인 아내 손을 잡기 위해 현재, 이곳에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찾은 것이다.
 
속도를 예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시속 100㎞ 이상으로 운전하면 목적지를 빨리 갈 수 있지만, 주변의 꽃들과 함께 사람들을 돌보지 못한다. 천천히 가는 사람들은 꽃들과 함께 온 사람들을 보며 행복을 나눈다. 속도를 줄이고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들을 즐기자. 행복을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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