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23)] 이재화 ㈜미건의료기 대표, 지역 대표 2세 경영인

이재화(40) 미건의료기 대표는 지역의 대표적인 2세 경영인이다.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미래경영인모임(이하 미경모임)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방기봉 한국특수메탈공업㈜ 대표와 함께 미경모임의 초대 총무를 맡아 활동했다.

최근 이 대표를 만났을 때 2세 경영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면서 나름 독특한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미건의료기는 가정용 온열치료기 등을 만드는 국내 대표 온열 의료기기 제조회사. 기업 특성상 연령이 많은 노년층이 주 고객인 점을 인식한 듯 어르신에 대한 공경이 배어 있다고 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은 창업가인 부친의 영향도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부친은 온열치료기를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수요층이 주로 50~60대 이상이 많아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아버지는 어른에 대한 공경을 늘 강조하셨다”며 “이런 문화가 기업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고 했다.

부친 곁에서 경영의 ‘자세’ 배워

미건의료기는 이 대표의 부친인 이상복 회장이 1988년 창업한 한열에너지가 모태다. 이후 1993년 대도산업을 합병 인수 했고, 이듬해인 1994년 지금의 ㈜미건의료기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1998년 미건종합건설㈜을 설립하며 외형 확장도 꾀했다.

이 대표는 “평소 아버지는 대체의학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셨다”며 “집안에서 간단한 가정용 물리치료기 등으로 건강을 관리해오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면서 이와 관련한 회사를 세우게 됐다”고 했다.

이상복 회장은 철저하게 혼자서 가정용 건강 마사지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했다고 한다.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였던 셈. 이 대표는 부친이 개발한 가정용 온열치료기를 ‘세계 최초의 발명품’이라고 자부했다.

부친이 회사를 창업할 당시인 1988년 이 대표는 평범한 중학생 시절을 보냈다. 부친이 CEO여서 유복하게 자라지 않았겠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흔히 남들이 얘기할 때 중고교 학창시절에 꽤 유복하고 부유하게 자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며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제대할 무렵에서야 집안 형편이 나아졌다”고 했다. 추후 회사가 탄탄대로를 걸을 때도 소위 ‘있는 티’ 한 번 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도중 웃어른에 대한 공경, 겸손이란 단어를 수십여 차례 강조했다. 그만큼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지 부친의 영향력이 컸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나는 성격이 유순한 편인데, 불같은 아버지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것 같다”(웃음)며 “그럼에도 아버지는 늘 경영을 할 때 ‘사람을 막 대하지 말고 공경하는 자세를 가져라’고 가르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경영 철학 중 하나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내실경영’이다.

외형 확대보다 ‘지키는’ 경영에 주력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000년, 20대 중후반 젊은 나이에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아버지가 급하셨던지 ‘낙하산’(?) 인사를 명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도 싫었다. 사실 실무 경험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평사원보다는 위에서부터 멀리 넓게 보라’고 권하셨다”고 했다.

내부에서는 젊은 사람이 부사장에 취임한 것 자체를 두고 뒷말도 무성했다. 이후 2007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러는 사이 내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자연스럽게 잠재울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부친으로부터 배운 아랫사람에 대한 공경, 겸손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친이 세운 기업이기 때문에…”라는 점을 자주 강조하면서 기업의 외형을 확대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의 흥망성쇠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외부의 변수도 크다고 했다. 그만큼 시대나 시류를 읽고 판단해 결정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이 대표에게 경영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냐고 묻자 “살아남는 것”이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주로 새 사업 진출이나 확장, 또는 성장을 얘기할 법 한데 ‘수성의 의지’가 더 강해 보였다. 

그는 “우리는 ‘B2C’(기업 대 소비자) 회사이며, 2세 경영인이 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B2B’(기업 대 기업) 회사보다 많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그만큼 키우는 것보다 지키는 게 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B2C 기업은 소비자의 트렌드나 외부 변수 등에 의한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화 도중 지난해와 올해 예기치 않게 터진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를 꺼냈다. 본의 아니게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각 지점이나 매장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도 급감해 회사도 힘들었다고 했다.

대표 이사 취임 후 무한 애정 보이는 작품이 ‘전자파 없는 미건돌침대’

‘전자파 없는 미건돌(흙)침대 SB-7000’. 이 대표가 사장이 된 후 개발해 생산한 제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이다.

미건의료기는 올 초 ‘전자파 걱정 없는 돌침대’를 출시했다. 실용신안 출원한데 이어 출시하자마자 ‘2015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이 대표가 이 제품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건강에 유해한 전자파를 돌침대의 온도조절기에서 조차 나오지 않게 차단했다는 점과 꼼꼼하게 확인해보는 현명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 두 가지 이유였다. 즉 보료 뿐 아니라 온도조절기에서도 기존 돌침대나 흙침대와 달리 전자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

이 대표는 “돌침대의 핵심 기능은 디자인이 아니라 온열을 전달해 주는 보료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기존의 돌침대를 가구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나아가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용품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 업계 최초로 전자파 차단 온도조절기가 구비된 이번 돌침대는 2001년 ISO9001 인증, 2005년 ISO13485 인증, 2009년 KGMP 인증 등 각종 품질 관련 기술력이 뒷받침돼 탄생한 결과물이다. 현재 미건의료기는 전세계 4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9월 중국 고객 3천명 한국 방문 추진

이 대표가 최근 부쩍 신경쓰는 일이 하나 있다. 미건의료기는 현재 미국, 일본 등 42개국에 진출하고 중국에서만 400여개의 가맹점이 있는 글로벌 기업.

그런데 미건의료기의 돌침대, 흙침대 열풍으로 오는 9월 중국 우수고객 약 3000명이 경기도를 방문할 예정.

앞서 경기도는 지난 5월 미건의료기와 오는 2017년까지 매년 3000~4000명씩 총 1만여명의 중국법인 우수고객 인센티브 관광단을 경기도도 보내기로 협약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그 후속 조치로 중국 진출 기업인 미건의료기의 중국법인인 중한미건의료기계유한공사가 현지 우수고객 3000여명으로 인센티브 방한단을 꾸려 오는 9월 중순 경기도를 찾는 것.

방한단은 4박5일 일정으로 경기도에 머물려 전통시장에서 쇼핑하고 복지시설 등을 찾는다. 경제효과만 약 17억원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미건 측은 전자파 걱정없는 실용신안 기술로 상용화에 성공한 SB-7000 돌침대의 역할이 한 몫 톡톡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중국 방문단의 방한 준비로 분주하다. 잘 하면 기업의 이미지 제고 뿐 아니라 국위선양에도 한 몫 톡톡히 하는 일이기 때문. 잘 되면 다른 국가로도 확대해 보고 싶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제품 진입장벽 낮은 게 흠…브랜드 파워 키우며 좋은 기업 만들 것

이 대표는 이제 미건의료기의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고 봤다. 다만 진입 장벽이 낮은 게 흠. 독보적인 기술이 있지 않은 한 누구든지 뛰어들 수 있는 분야라는 것. 그래서 한시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이 대표는 “우리가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앞서는 건 ‘미건’이라는 브랜드 파워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공 들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공부하는’ 기업 문화다. 이 대표는 “기업은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고, 살아남을 수도 없다”며 “그래서 최근 직원들에게 공부하는 문화를 심었다”고 했다.

미건의료기는 매주 월요일 오전 7~9시까지 2시간 동안 간부급 이상 직원들이 공부하는 ‘포럼’을 연다. 회의가 아닌, 최근 소비자들의 트렌트를 연구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등 일종의 학습 프로그램이다. 역시 이 대표가 취임 후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줘야 기업도 도태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학.

이 대표는 끝으로 ‘겸손의 리더십’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가 이룬 것들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게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욕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 겸손해지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겸손한 자세를 통해 정말 ‘좋은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좋은 기업이란 소비자들의 만족에 앞서 직원들이 만족하고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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