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 | 전 서산부시장

요즘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이슈가운데 하나가, 일부 음식점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노키드존(No kids zone) 논란이다. ‘고객은 왕이다’라며 손님을 모시겠다는 것은 접객업소에서 표방하는 서비스의 기본 정신인데,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고 있으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소란을 피워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어도 부모는 모른 척 하거나, 보다 못해  타이르려고 하면 오히려 아이의 기를 꺾는다 하여 항의하는 경우도 있는데다,  다치기라고 한다면 보상 문제로 시끄러워지니 차라리 받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어 반대 22%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공중예절 실종·분노조절 장애·이기심 밑바탕에는 ‘인성 결여’

보복 운전, 인분교수, 땅콩회항, 왕따 교사, 새총 난사, 어린이 집 폭력…,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만큼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는 문제들이 꼬리를 잇는다. 왜 그럴까? 공중 예절의 실종, 분노조절 장애, 이기심 등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고, 그 밑바탕에는 바른 인성의 결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8월부터 시행된 ‘효행장려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이어 올해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성이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품, 사고(思考)와 태도, 행동의 특성으로 요약되는데, 전통적으로 효와 예절을 중요시해 온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교육을 법으로 강제해야 할 만큼 효사상이 엷어지고 인성은 메말라지고 있다.

이와 같이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할 두 가지를 모두 법률로 제정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는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에 앞서 1968년에는 물질적 발전과 정신적 가치관 사이에 조화로운 융합을 이루기 위한 ‘국민교육헌장’을 제정·반포하였고, 1980년대에는 주인정신, 명예심, 도덕심, 협동정신, 사명감, 준법정신 애국심, 반공정신, 통일의지를 국민정신 9대덕목이라 하여 계기 때마다 암송하게 하고, 각종 시험에 문제로 내는 등 여러 형태로 펼쳤으나,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만큼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품성과 태도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핵가족화 저출산으로 ‘밥상머리 교육’기회 줄어 개인주의적 성향 키워

인성이 피폐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산업화과정에서 압축성장을 추구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우선시되고 물질만능주의와 비례하여 정신적 빈곤과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왔다. 더불어 핵가족화와 저출산으로 ‘밥상머리 교육’기회가 줄어들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키웠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문화는 이웃과 단절된 생활패턴을 가져왔다.

성적지상주의와 입시위주교육은 오로지 다른 사람을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을 유발하고, 좋은 학벌은 곧 우수한 인재라는 그릇된 등식이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메마른 풍토에서 예절과 양보와 배려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틈은 좁아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성진흥교육을 법에 의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법에서 정한 목적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면서, ‘핵심 가치‧덕목’으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여덟 가지를 들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는 인성교육 의무가 주어졌다.

인성함양 정도 어떻게 측정 평가하고 계량화 할 수 있나?

하지만 이 법의 시행에 몇 가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가에서부터, 인성함양의 정도를 어떻게 측정, 평가하고 계량화 할 수 있으며, 입시와 취업에 반영하게 되면 새로운 사교육의 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등 많은 문제점들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핵심가치 덕목으로 더 포함시켜야 할 만한 것-예를 들면, 충(忠), 애국, 정의, 용기, 자율, 시민정신 등-들이 빠졌다고 거들고 있다. 인성교육에 관한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지경이라면 우리나라는 인성이 부족한 나라라고 자인하고, 이를 세계에 널리 알려주는 것이 되기에 부끄럽다고 까지 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지적들이 일면 나름의 이유가 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에서 완벽하고 더 효율적인 수단을 찾지 못했다면, 개탄하거나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차선의 방법이라도 마련하여야 하지 않을까? 법을 통해서라도 인성교육을 강화하여 바른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라면 꼭 탓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 시행을 계기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을 꾸준히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취하여야 할 방향이다. 인성교육은 심성발달과 인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선생님의 영향력이 큰 유치원, 초‧중학교에서 중점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인성교육 제대로 하면 효과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효과 없어

인성은 사람이 타고난 기질에 더하여 성장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사회적 여건 등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일부과목이나 특정 시간에만 다룰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에서 다양한 요소를 인성과 연계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학교나 특정 기관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 학교, 사회와 특히 언론이 모두 힘을 모아 끊임없이 실시해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의 인성함양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부문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민간전문기관의 육성과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능력을 갖춘 우수한 지도사를 양성하고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또 하나의’, 그리고 ‘또 한 때’의 운동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법으로도 할 수 없다면 다음에는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과연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을까? 이 질문에 세계적인 인성교육학자인 미국의 마빈 베코위츠 박사의 답은 ‘Yes & No’이다. 제대로 하면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이지만, 법을 앞에 놓고 보니 새삼 새겨보아야 할 명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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