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가장 훌륭한 노래를 하는 새들만 지저귄다면 그 숲은 얼마나 적막 할 것인가”

시인이자 교수인 핸리 반 다이크의 말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노래만 잘하는 새들만 모인 숲은 적막함을 넘어 전쟁터 같을 것이다. 각자의 잘난 재능을 뿜어 뽐내다보니 치열할 것이다. 노래를 못하는 새들도 나름의 몫이 있기에 숲은 적막하지 않는 법이다.

숲에 있는 나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숲은 아름답지 않는 나무가 지킨다’고 말 했다. 모든 나무가 아름답다면 사람들이 다 뽑아 갔을 것이다. 노래 못하는 새나 아름답지 않는 나무나 각자의 몫이 있는 법이다.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구나 나름의 몫이 있다. 나름의 몫에서 모두가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몫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우리의 인생이다. 즉 피할 수 없는 자기 몫이 있는 법이다.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엘리엇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에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말이 나온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심리적 소외감, 절망감, 상실감, 배신감, 억울함, 고독감, 불면증,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주는 감정들은 다양하면서도 많다.

대체로 긍정의 감정들은 고민하거나 번뇌하지는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고, 통제하기 힘든 감정들이다. 살면서 아프지 않는 것은 없다. 무언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한다.

번데기 속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도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이’가 된다. 어느 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삶은 즐거움도 많지만, 고난도 많다. 한때는 ‘고난이 축복이다’란 말을 가슴에 새기며 몇 년을 지낸 경험도 있다. 결론은 ‘결국 인생은 아프다’였다.

아픔을 넘어 아우성이라고 표현하면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란 시 내용 중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구절을 보고 우리 삶이 그렇다고 느꼈다. 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내 몫을 생각하게 된다.

가끔은 견디기 힘들고 온통 먹구름만 있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 길어질 때, 때로는 글귀 하나, 시 구절 하나가 먹구름을 맑게 바꿔주는 마술사 역할도 한다. 살다보니 별 거 아닌 것에도 일렁거리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어깨를 토닥토닥하면서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다들 흔들리고 있잖아’라고 말해 주는 느낌에 다시 힘을 얻어 보면서 살아가는 날들도 많다.

“아플 만큼만 아파합시다. 그것 또한 축복입니다. 자기만의 감당할 아픔이 있습니다. 그 만큼만 아파하고 나마지는 즐기면서 가는 것도 자신의 선택선 상에 있습니다.”

치유 강의를 들을 때 가슴 깊이 울림을 준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몫이 있으니 딱 그 몫만 아플 뿐이다. 아픔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왔으면 한다. 중요한 건 그것을 극복할 수 있기에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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