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우리 주변의 비정상들

김학용 주필
물건을 사고 카드로 계산할 때 점원이 실수로 물건 값보다 적은 액수를 결제하였다. 가령 20만 원짜리를 10만원만 결제했다면 손님은 10만원은 덜 준 것이다. 점원은 이 사실을 알고 카드사에게 통보한다. 그러면 카드사는 고객에게 알리고 고객이 물건을 산 가게에 연락해주면 못 받은 돈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돌려받지 못하면 점원이 물어내야 할 것이다.

20만원 어치 사고 10만원 떼먹을 수 있는 사람 70%

만약 당신이 20만원 어치 물건을 샀는데 10만원만 결제되었다면 나머지 10만원을 돌려주겠는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이지만 답은 의외다. 10명 중 7명 이상은 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락을 받는 사람 가운데 70%는 가게에 전화를 넣지 않는다. 그냥 10만원을 떼먹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가게에서 최근 들은 얘기다. 이를 확인해줄 만한 통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일부 가게에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자기 돈이 아닌 데도 돌려주지 않는 70% 부류에겐 돈을 돌려주는 30% 부류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 상식이라고 여겨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10만원은 실수한 점원의 책임인데 왜 내가 다시 내줘야 하는가? 아마 이런 생각일지 모른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30%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 10명 중 7명은 그 점에선 당신과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어떤 친구들은 30%에 해당되고, 어떤 친구들이 70%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70%의 부류에게 궁금해지는 게 있다. 자신은 10만원을 돌려주지 않는다 해도 자신의 자식까지 그렇게 하는 모습을 알게 된다면 칭찬을 할까 아니면 꾸중을 할까? 칭찬까지 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둑 아빠도 자식이 도둑질하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는다.

모 새마을금고 임직원 20명 전원이 횡령죄

2009년 충남의 한 군에서는 새마을금고 임직원 20명 전원이 공모해서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고객 예탁금 1500억 원을 횡령했다가 4명은 구속되고 1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10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범죄였다. 이런 조직에선 30%의 양심조차 70%의 비양심 세력에 눌려 원치 않는 부정에 가담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상식(常識)과 양식(良識)이 무너진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20만 원짜리 물건을 사고 10만원을 떼먹어도 된다고 여기는 비양심의 사회다. 모르는 사람이 내 통장에 실수로 입금해도 그 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은 나라다.

세상이 전부 그렇지는 않다. 일본도 그 점에선 우리와는 반대다. 일본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교육을 귀가 따갑도록 받는다고 한다. 덕분에 공공장소에 물건을 놓고 왔다가 나중에 찾아가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지금 같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면 어른들에게 인사 잘해라. 친구에게 잘해라”고 가르쳤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혼꾸멍이 났다. 지금 그렇게 가르치는 집이 얼마나 될까?

접촉사고 나면 먼저 큰소리 치라고 가르치는 세상

정상이 비정상처럼 보이고 비정상이 정상처럼 느껴지는 사회다. 차량 접촉 사고가 나면 자신이 잘못했어도 운전석에서 나와 “야, 임마! 운전 똑바로 못해!”하고 먼저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를 쳐서 상대의 기를 누르라고 가르쳤다. 어쩌면 70%의 부류는 자식에게 접촉사고 대처법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이젠 블랙박스가 나와 소용이 없어지고 있으나 인간이 공통으로 쓰는 정의(正義)의 불랙박스가 나오지 않는 한 ‘선(先) 삿대질’ 교육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구호 가운데 하나다. 임기가 반환점에 다다르고 있으나 비정상의 문제는 이슈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세상이 주목한 비정상의 결과였다. 그러나 비정상은 우리 일상 주변에 너무나 많다. 작은 가게 점원은 10만원을 돌려주지 않는 비정상의 70% 때문에 종종 속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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