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 古典] 220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되어 무아지경에 빠질 때가 가장 큰 행복감동을 느낄 때가 아닌가 한다.
그야말로 최상의 인생지미(人生之味)를 맛보고 있음이라 하겠다.
자기의 직업, 일에서 행복감동, 인생지미를 맛 볼 수 있는 지혜를 고사 성어인‘마혁과시’(馬革裹尸)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마혁과시(馬革裹尸)는‘말가죽으로 시체를 싼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전쟁터에서 전사한 장수의 시신을 말가죽으로 싼다고 한다.
이 고사(故事)에는 장수가 전쟁터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겠다는 비장한 결의의 뜻이 담겨 있다.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이 고사(故事)를 간략히 소개하면, 이 고사의 주인공인 마원(馬援)은 후한시대‘광무제’때의 명장이다.
그는 맹장으로서 복파장군(伏波將軍)에 임명되어 지금의 베트남인 교지(交趾)지방의 난을 토벌하고 지금의 하노이 부근까지 평정하는 큰 공을 세웠다
그 공(功)으로 제후에 봉하여졌다.

그러나‘마원’은 공(功)으로 받은 제후의 벼슬이 불만이었다.
제후의 벼슬이 낮아서가 아니라 장군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오히려 지나치게 높은 벼슬을 받은 것이 불만인 것이었다.
마원은 주위사람들에게 “옛날 복파장군‘노박덕’은 남월(南越)을 평정하고 일곱 군을 새로 일으키는 큰 공을 세우고도 겨우 수백호의 작은 봉토밖에 받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큰 공을 세우지도 못했는데 제후로 봉해졌다.
상이 너무 과분하니 이대로 영광을 누릴 일만은 아닌 것 같구나.”라고 자신의 충심을 토로하고는 결심한 듯이 다시 말했다.
“지금‘흉노’와‘오환’이 북쪽국경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이들의 징벌을 천자께 청할 것이다.
대장부는 마땅히 싸움터에서 죽어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가지고 돌아와 장사를 지낼 뿐이다.(馬革裹尸) 어찌 침대위에 누워 여자의 시중을 받으며 죽을 수 있겠는가.”하였다.

장수로서 전쟁터에서 죽기를 각오한 마원은‘흉노’와‘오환’을 정벌하고 다시 노구를 이끌고 남방의 오랑캐 족을 토벌하러 출정했다가 진중에서 병사했다.
그야말로 자신의 결의대로 馬革裹尸(마혁과시)한 장수가 된 셈이다.
위의 고사(故事)에서 세 가지 교훈과 지혜를 찾을 수 있다.

▴ ‘자신의 직분(職分)이나 임무에 사력(死力)을 다하라.’는 것이다.
‘마원’은“장수의 직분은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말의 가죽에 싸여진 시체로 돌아오는 것이지 침대에 누워서 편안히 죽는 것이 아니라.”하였다.
마원의 말에서‘자기의 직분이나 맡은 임무에 사력(死力)을 다 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사회에는 자기의 일(직업)이나 맡은 임무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일념으로 헌신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분들은 전쟁터에서 최후를 마치는 마원처럼 자기 일터에서‘마혁과시’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삼는다.

나라의 발전, 행복한 국민생활은 바로 이러한 마혁과시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자기의 전문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그 명성을 발판으로 더 큰 명성과 사욕(私慾)을 위해 또 다른 길인, 정치의 길로 가던 길을 바꾸는 전문가들을 보게 된다.
그러한 전문가들에게 마원의 지조(志操)를 본받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일의 성패나 경쟁의 승부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혁과시’는 전쟁터에서 승리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으므로 승패와 관계없이 전쟁터에서는 오로지 죽기를 각오로 싸우라는 교훈의 뜻이 담겨있다.
일이나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에 대한 결과에 너무 기대하거나 경쟁에서의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결과에 너무 기대하게 되면 자칫 들뜨게 되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되고 승부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불안 초조로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결과나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장수가 죽기를 각오로 전쟁에 임하듯이 무조건 그 일이나 경쟁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늘의 명에 따르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겠는가.

▴‘논공행상(論功行賞)이나 대가(代價)에 초월하라.’는 것이다.
‘마원은 큰 공을 세우고도 오히려 그에 대한 상(賞)이 너무 과분하다 여기고 오로지 장수로서의 직분에만 최선을 다했다.
그러기에 장수로서 명예로운 삶을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사 속 개국공신들 중에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다가 그만 자기의 命을 재촉하게 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선현들은 자기가 공(功)을 세웠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라 했다.

▴그렇다. 자기의 일(직업)에 대한 결과나 대가에 연연하지 말고 그 일(직업)에‘마혁과시’의 각오로 몰입하라. 그 속에서 행복감동, 人生之味를 찾게 될 것이다.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3시 ~ 15시) 논어 + 명심보감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