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부산대보다 인기 있다는 충대교수와 충대

김학용 주필
충남대를 평가할 때 “교수진은 좋은데...”하면서 말끝은 흐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교수진은 우수한데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평가의 기준이 교수를 포함한 대학 구성원 전체에 대한 평가의 합이라면 교수진은 대학 평가를 좌우하는 큰 요소임에 틀림없다. 대체로 좋은 대학에 좋은 교수가 있는 법이다.

대학 평가 - 교수 평가 엇갈리는 충남대

유독 충남대는 대학 평가와 교수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다. ‘교수진은 좋은데 대학은 시원찮다’는 말이 왜 나오는가? 이것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퇴조의 길을 걸어온 충남대의 현실을 진단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질문이다.

‘교수진은 좋다’는 말은 충대 교수들을 인정해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이 말에는 충남대 교수들의 무책임성이 내포돼 있다. 학력 경력에서 뒤지지 않는 교수들이 다른 국립대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교수의 임무와 본분을 다하는 경우는 오히려 적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펙은 좋을지 모르나 제대로 밥값 하는 교수는 많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충대 교수들에 대한 이런 식의 평가를 꽤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근래에도 충대 출신의 한 지인으로부터 같은 얘기를 들었다. 이런 평가를 통계자료 등을 통해 확인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게 잘못된 판단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있다.

“부산대보다 충남대 온다는 교수들 많을 것”

한 사립대 대학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수를 원하는 사람에게 충남대 교수와 부산대 교수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대부분은 충남대를 택할 것이다.” 다른 지인도 같은 말을 했다. 교수 인력이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우수인력 확보 경쟁력에서 ‘국립 충남대’는 서울대 다음 간다는 것이다.

교육에도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대는 국립대조차 수도권 대학에 크게 밀리는 형세지만 그래도 ‘국립대 교수’라는 타이틀은 웬만한 사립대와 바꾸고 싶지 않은 명함이다. 지리적 조건에서 서울대 다음 가는 국립대라면 많은 교수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이런 여건 때문에 ‘충대 교수진은 좋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정말 우수 인력인지 확인된 바는 없다. 교수의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는 논문이다. 우수한 논문을 쓸 수 있어야 인정을 받는다. 충남대 교수의 1인당 논문실적(SCI)은 1993년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부산대 고려대 경북대에 이어 7위였다. 충대 교수진이 우수하다는 인식에 부합하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뒷걸음질을 계속하여 2013년 논문실적은 전북대와 충북대에도 밀리면서 27위까지 추락했다. 충대 교수가 더 이상 우수한 연구진이 아니거나 게으른 교수가 많다는 지표다. 어느 쪽이든 ‘훌륭한 교수진’은 아니라는 의미다.

‘잘난 양아버지’보다 ‘못난 친아버지’가 교육 실적 좋아

충대 교수들은 학문적 능력보다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충대 출신의 A씨는 “충대 교수들 가운데는 국립대 교수로서의 지위를 누리면서도 학교를 경시하고 제자들을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충대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조직과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교수들이 다른 국립대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도 그 피해자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충대 출신이지만 교수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유학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해야 했던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충대 교수를 주로 서울대 출신의 ‘잘난 양아버지(양부)’와 모교 출신의 ‘못난 친아버지(친부)’ 두 그룹으로 분류했다.

친부들은 비록 못났어도 학생들을 자식을 대하듯 지도해주는 데 반해, 양부들은 스펙은 화려하지만 학생들을 의붓자식 대하듯 한다는 게 A씨의 진단이다. ‘너무 주관적인 판단 아니냐’는 반문에 그는 자신이 나온 B학과의 교수 배출 비율을 예로 들었다.

B학과의 C전공 파트는 잘난 양부들이 더 우수한 학생들을 맡아 지도하고, B학과의 D전공 파트는 못난 친부들이 덜 우수한 학생들을 맡아 가르쳤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동안 못난 친부에게선 대학교수가 18명 정도 나왔으나 잘난 양부한테 배운 교수는 2명에 불과하다. 박사 배출 규모에서도 못난 친아버지의 제자들이 3배는 많다고 한다. 두 전공은 여건과 환경에선 다른 점이 거의 없고 지도교수가 친부냐 양부냐만 달랐다.

양부 교수의 지배 체제가 충남대 문제 핵심

A씨의 ‘친부-양부론’을 충대 전체의 현상으로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충대교수의 모교 출신 비율이 다른 국립대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은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통계일 수 있다. 김태원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립대의 모교 출신 비율(2012년 기준)에 따르면 충남대는 30%에 불과했다. 부산대 47% 경북대 47% 전남대 45%, 전북대 45%보다 훨씬 낮았다.

2015년 현재 충대의 모교 출신 비율은 33%로 올라가 있다. 그러나 다른 지방대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모교 출신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의대를 제외하면 충남대의 모교 출신 비율은 20% 내외다. 10명 중 2명만 ‘친부’이고 나머지는 ‘양부’인 셈이다.

서울대(84%)처럼 모교 출신 비율이 너무 높으면 학문의 순혈주의 문제를 낳기 때문에 문제지만 충대는 모교 출신이 너무 낮은 게 문제다. 양아버지가 친아버지만큼 가르치면 문제될 게 없으나 충대의 경우는 양부들이 대학 부진의 큰 원인 중에 하나로 보인다.

충대 출신인 E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충대의 잘난 양부들이 못난 친부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 출신 교수들에겐, ‘내가 비록 충대에 적을 두고 있지만 너희들과는 다르다’는 차별의식 같은 게 있다. 제법 괜찮다는 서울대 출신 교수조차 아무리 훌륭한 제자라도 충대 출신이 충대 교수가 되는 데는 반대했다.”

60년 역사 충대 대전 충남시도지사 1명 배출

그동안 이런 ‘양부 교수들’이 충남대를 지배해왔다. 양부들은 충대 제자보다는 자기가 나온 대학 후배를 끝어들이며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총장 자리도 양부들이 맡아왔다. 개교 63년의 충남대가 본교 출신 총장은 딱 한 명뿐이다. 다음 총장선거 출마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가운데 친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충대가 여전히 양부들의 지배하에 있다는 의미다.

충대 졸업생이 20만에 육박하는 데도 역대 대전 충남시도지사 가운데 충남대 출신은 한양수씨 한 명뿐이다. 현재 대전 충남 국회의원 중 충대 출신도 이상민 의원 한 명이다. 기초단체장 가운데는 허태정 유성구청장과 오시덕 공주시장 2명 뿐이다. 지방 국립대가 그 지역에서조차 이렇게 지리멸렬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전남대는 선거 때면 전남대 동창회가 가르마를 타 줄 만큼 막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지금 충대는 정상철 총장 들어와 연구 실적의 고삐를 죄면서 논문실적이 높아지고 예년보다 예산을 많이 끌어오고 있다.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충대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긴 어렵다. 충대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적어도 ‘양부들’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신 대학만 가지고 친부와 양부를 가릴 수는 없다. 어느 대학 출신이든 열심히 연구하고 열의를 가지고 가르치면 친부다. 충대 출신 중에도 양부나 다름없는 교수들이 있고, 충대 출신이 아니어도 친부 이상인 경우도 있다. 문제는 친부가 충대에는 너무 적다는 점이다. 충대엔 주인이 없다는 뜻도 된다. 같은 국립대이면서도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와 다른 점이다.

지역사회 위해서도 충남대 크게 달라져야

양부들은 기득권만 지키려는 사람들일 뿐 대학의 주인이 아니다. 지금까지 충대는 그런 양부들에 의해 휘둘리면서 망가져 왔다. 진짜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충대총장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예비후보 중엔 양부 같은 교수들만 눈에 띈다. 양부끼리 기득권을 대물림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충대 출신 가운데도 이젠 양부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 사람들이 나오고 있으나 총장후보조차 없는 건 패배주의 탓도 있다.

총장 한 명 잘 뽑으면 대학도 변할 수 있다. 충남대보다 훨씬 불리한 여건에 있던 전북대는 모교 출신이 총장을 연임하면서 경쟁력을 크게 키웠다. 진정한 주인들이 충대총장을 맡을 때가 됐다. 충대 구성원 자신을 위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충남대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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