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한번쯤은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져보고 반문도 해봤을 것이다. 정말 근원적인 물음이며 정답 없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절실히 찾고 싶은 사람은 ‘인간’을 탐구하고, ‘인생’을 공부한다. 아니면 깊은 고민 없이 현실에 충실한 사람도 많다. 탐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나 충실이 주어진 삶을 사는 사람이나 정답은 없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감으로써 각자에게 맞는 답을 찾으면 된다. 
 

필자 역시 답을 찾기 위한 노력과 상관없이 자신을 부정하며 살았던 세월도 있다. ‘이거 저 아니에요’라고. 나를 부정하고 싶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내 모습을 보았던 과거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을 상담하다보면 “넌 참 마음도 여리고 착한데 표현은 잘 못하네”라고 말을 하면 “아니에요. 표현도 잘 하는데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주변 친구들이 “아니야, 너 표현 안하잖아”라고 아우성을 친다.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은 자신이 모르는 자신이기도 하다. 더 솔직한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모습까지도 받아들여야 진정한 자신을 전체적으로 잘 조합하면서 살아 갈 수 있다. 그래서 조합하기 전의 나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와 평생을 살아도 말이다.

두 돌이 지난 아이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말은 안 통하지만 지문정밀검사로 심리상담이 가능했기에 두 돌 정도 된 아이도 상담이 가능하다.

아이 이름은 최지성(가명)이었다. 눈이 영롱하고 자기표현이 확실한 아이였다. 지성이 엄마도 함께 상담을 했다. 엄마는 지성이의 몇 가지 행동들이 걱정 된다고 했다. 이때는 거두절미하고 엄마와 함께 아이 지문 안에 있는 기질과 심리를 읽고 상담해 준다.

지성이는 모든지 그대로 흡수하는 편이었다. 즉 ‘말 잘 듣는’ 편에 속하는 아이였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성격이지만, 요란하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편이지만, 호기심이 많은 편은 아니기에 그래도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산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낙천적인 성격에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때론 엄마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사회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어 보였다. 조기교육을 필요로 하는 성향이라서 엄마가 잘 이끌어갈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고집스러운으로 행동으로 변화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담을 받고 엄마가 아이의 성향을 알면 양육할 때 조급하거나, 불안증을 보일 필요가 없게 된다.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면이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밑바탕 기저부분에 깔려있으니 다른 아이의 양육보다 편할 것이다.

지성이 엄마는 “아이가 자기 것을 못 챙겨요”라면서 걱정했지만 낙천적이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기에 일정 부분 내려놓을 줄 아는 아이라고 했다. 만약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이 엄마는 지성이에게 “네 것을 챙겨라”라고 얼마나 재촉했을 터인가.

그래서 엄마는 아이의 성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훗날 어른으로 성장하면 자신을 완벽하게 알 수 없어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성이 엄마의 성향에 대해 상담했다. 엄마는 지성이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성이 유독 높게 나왔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다. 성취욕이 높고 목표를 정한 것을 달성해야 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성향이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아이와 다른 기질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다. 엄마 입장에선 아이를 이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자신의 아들은 감정표현을 잘 하기 때문에 때로는 갑자기 떼쓰듯 울어버리기도 하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지성이의 엄마는 늘 자제하고 현실적인 양상이니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였다. 우리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어떻게 양육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평생을 살아도 나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질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 타고난 기질대로만 살겠다면 사람들이 왜 발전하려고 애를 쓰겠는가? 기질을 살리기 위해서다.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나머지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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