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썩은 내 진동하는 대전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권선택 시장은 오는 20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2심에서 살아나지 못하면 시장 자리를 잃는다고 봐야 한다.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기사를 쓰는 일은 모진 일이다.

지금 언론들은 권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는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권 시장에 대한 이런 안타까움도 있을 것이다. 권 시장도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거듭 실망을 시키고 있다.

대전시, 국회의원 출신 고위직 특보 임명하고 쉬쉬

대표적인 게 ‘마패 인사’다. 권 시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 정 모씨를 지난 5월8일 정책특보로 임명하고도 그 사실을 숨겼다. 한 달도 더 지나서야 알려졌다. 인사 과정은 비밀일 수밖에 없지만 인사 결과를 비밀로 하는 경우는 마패를 증표로 주었던 암행어사밖에 없다. 현대판 ‘마패 인사’가 아니고 뭔가?

임명 자체를 숨겼기 때문에 특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권 시장의 재판을 돕고 있다는 정도의 소문만 들린다. 문제는 그의 임무보다 과거 전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씨는 자신의 상장사 허위 정보를 이용해 4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겼다가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권 시장의 타락한 인사 ‘결정판’

이해가 안 가는 인사는 또 있다. 권 시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박 모 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지난 6월말로 하차시켰다. 공사사장도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임기를 보장해줘야 맞다. 권 시장 자신도 재판을 받는 중이고, 더구나 시장직 유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6개월 남은 사람을 쫓아낸 건 이해하기 힘들다.

권 시장을 유임시킬 것인지 여부 즉, ‘권 시장에 대한 인사권’은 지금 법원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권 시장 스스로도 자기 임기를 마치게 해주길 재판부에 간절히 바라는 처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박 사장과 권 시장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권 시장의 처지가 더 절박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런데 권 시장은 박 사장을 가차 없이 날렸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도시철도사장은 가차 없이 날려

권 시장 자신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라도 도와달라며 언론사마다 신신부탁하고 다니면서 정작 자신은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은 그런 식으로 쫓아내도 되는 건가? 물론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엉터리 인사를 밥 먹듯 하는 기관장은 대개 ‘내 사람’을 심거나 매관매직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권 시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한 인사를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다. 권 시장은 듣도 보도 못한 부동산업자를 도시공사사장에 앉히고, 호텔 전문가를 시설공단 이사장으로 기용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임기 보장이 불투명한 재판을 받는 시장이 -더구나 재판이 막바지 시점에- 인사권을 ‘과도하게’ 휘두르는 것은 대전시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 결과, 만일 권 시장이 옷을 벗게 된다면 권 시장이 앉힌 사람은 조직에 부담만 주는 결과가 된다. 후임 시장이 들어오면 그 자리는 다시 인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조직만 또 한번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권 시장이 무죄 판결을 받아 시장직을 유지하면 그 때 해도 문제가 없는 인사다.

권 시장이 대전시와 조직을 조금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식의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패 인사’는 시장 자신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황당한 인사다. 시민들은 대전시장이 정책특보로 임명한 사람이 누구며,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권 시장은 지금이라도 ‘마패 인사’에 대해 해명하고 명분 없는 인사라면 사퇴시켜야 된다.

호수공원 등 전임자 승계사업들의 공통점은 ‘불투명한 이권 사업’

어제 밤, 도안 호수공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시청 로비에서 밤샘 농성을 했다. 호수공원은 아무도 몰래 갑천변 도로계획을 바꿔 추진하는 수상한 사업이다. 전임 시장이 밀어붙인 이 사업을 후임인 권 시장은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 “나는 호수공원 안 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는 게 권 시장의 변이다. 

후임자가 전임자 사업을 뒤집는 게 능사는 아니다. 계승할 건 하고 중단할 건 중단해야 된다. 그런데 권 시장이 이어받고 있는 전임자 사업들은 전부 ‘이권 사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말하자면 수혜자가 정해진 사업이다. 호수공원을 비롯해서, 유성복합터미널, 자원순환단지 등은 다 이런 사업이다. 권 시장은 여기에다 용도변경을 통한 현대아울렛 허가까지 추진했다.

이 사업들은 공통점이 또 있다. 사업 계약 방식이 비정상이거나 추진 방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권 사업’이 컴컴한 음지에서 추진되는 이유는 뻔하다. 그 뻔한 이유가 전임자 사업을 계승하는 진짜 이유라고 생각된다.

권 시장은 ‘냄새나는’ 이런 사업들을 어두컴컴한 방에서 꺼내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스스로가 그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가 “나는 호수공원 안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외치면서, 이권 사업에 대해 오히려 ‘재확인 도장’만 꽉꽉 찍어주고 있다.

전임자의 사업 가운데 권 시장이 뒤엎은 유일한 사업이 도시철도 2호선이다. 권 시장은 고가방식을 트램으로 바꿨다. 이 사업은 규모가 너무 커서 수혜자가 여럿이고 아직 임자가 정해진 사업이 아니다. 만일 2호선사업도 수혜자가 정해져 있었다면 트램으로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의 권 시장

지금 대전시는 인사에서도 사업에서도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권 시장이 있다. 권 시장이 호주에 가서 ‘아·태도시정상회의 2017년 대전 개최’를 따온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마패 인사’나 ‘이권 사업’에 대한 권 시장의 말과 행동을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마패 인사’ 같은 황당한 인사는 권 시장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으며, 컴컴한 방에서 찍어대는 이권사업에 ‘재확인 도장’은 대전시의 50년, 100년을 망칠 것이다. 인간적으로야 재판중인 권 시장이 처지가 안쓰럽지 않을 수 없으나 지금 그가 대전시장으로서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 시장은 정말 이러면 안 된다.

[김학용 칼럼 바로잡았습니다]

김학용 칼럼 <권시장 신뢰 무너뜨린 ‘마패 인사’>(2015년 7월 10일자)의 일부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해당 내용을 삭제 조치하였으니 독자 여러분의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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