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경제이야기] SK증권 대전지점장 | 한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증시 격언 중에 ‘아이 업은 젊은 엄마가 객장에 나타나면 주식을 팔라’는 말이 있다. 또 ‘경제학 교수가 주식을 사면 상투’라는 말도 있다.

첫 번째 ‘격언’은 이제 막 결혼해서 아기를 낳은 젊은 새댁이 여윳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냐는 것이다. 결국 이 돈까지도 증시에 들어오면 이제 더 이상 주식시장에 유입될 돈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두 번째 ‘격언’인 경제학과 교수는 이론에 해박하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겠는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람들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거의 막차에 올라탈 수 있다는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살며시 웃음이 나오지만 알면 알수록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이런 증시 격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탁월한 수익률로 주위로 놀라게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카이스트 화학과 김봉수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는 흔히 개인 주식투자자를 ‘개미’라고 부른다. 힘없고 한없이 작은 개미에 비유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로 수익을 내기 보다는 손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개인투자자 중에 드물게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운용하는 금액도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들을 가리켜 ‘슈퍼 개미’라고 부른다.

김봉수 교수는 ‘슈퍼 개미’라는 표현보다는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듯이 본인 스스로가 ‘카이스트의 현인’으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10년 전 김 교수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교수로 지내다보니 자녀를 대학에 보낼 때가 되었는데, 교수 월급으로는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기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투자를 하기로 마음 먹었단다. 그런데 부동산을 사기에는 가진 돈이 많지 않아 주식투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맨 처음 산 주식은 여성의류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이 주식을 산 이유는 아내를 따라 백화점에 가보니 여성의류가 매우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여성의류 업체 주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어느 해에는 그 해 겨울이 유난히 춥다는 뉴스를 접하고 의류 회사 주식을 사서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또 어느 해에는 보험료가 70% 정도나 올라 너무 많이 보험료를 인상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따지다가 문득 생각해 보니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보험 관련 주식을 사면 수익을 낼 수 있겠다고 보고 샀다가 수익을 냈다.

현대자동차를 구입하고 나서는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 주식을 800원에 샀는데, 나중에 그 회사의 주가가 1만2000원까지 가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K-팝 열풍에 이어 K-뷰티 열풍이 불면서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국내 화장품 회사의 주가가 수 십 배 이상 올랐다.

김 교수는 ‘아내가 화장을 거의 안하는 스타일이라서 여자 화장품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만약 ‘여자 화장품이 그렇게 비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화장품 관련 주식을 사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 교수뿐 아니라 필자가 16년 동안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만나거나 책이나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주식 투자의 고수들은 한결 같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평범한 일상 생활 속에서 비범함을 찾아내는 눈.
둘째, 금융과 투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엄청난 독서량.
셋째, 미래를 예측하고 그려보는 상상력과 사색.
넷째, 한 번 결심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
다섯째, 명확한 투자 원칙을 세우고 세운 원칙을 지키는 투자.

다음은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의 투자 원칙이다.

첫째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높고, 실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회사를 눈 여겨 보라.
둘째, 비즈니스 모델이든 자산이든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를 선택하라.
셋째, 생활 속에서 당신이 납득할 만한 종목을 찾아라.
넷째, 정부 정책과 대주주의 성향을 읽어라.
다섯째, 종목을 골랐더라도 적어도 한 달은 공부하고 투자하라.
여섯째, 추격 매수는 하지 마라, 차라리 분할 매수하라.
일곱째,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휘둘리지 말라.
여덟째,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찾아서 3년 이상 묻어둬라.

김 교수가 10년 전 4억원의 종자돈을 굴려 500억원으로 100배 넘게 수익을 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가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 300권이 넘는 주식투자 관련 서적을 읽고 공부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가 낸 수익률을 부러워하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투자나 금융에 관심을 갖고 그가 읽었던 수많은 책 중에 도움이 되었다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여기다 필자가 쓴 <아름다운 인생 행복한 투자>를 먼저 읽으면서 성공투자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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