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세상을 구하다, 일미 구세(一味求世)
 
​홍콩 트램, 3 

나는 센트럴에서 트램을 타고 종점으로 왔다. 교통 정체가 극심한 도심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 했던 트램의 이층 좌석에서 시가를 내려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두 시간 정도가 걸렸고 나는 트램에서 내려 주변을 걸었다. 상가를 벗어난 곳에 아파트들이 있는 단지가 보였다. 조용히 내리는 비는 집에 돌아와 화장을 지우는 여자처럼 거리를 다른 분위기로 만들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출출한 허기가 찾아왔다.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안에는 차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손 전화로 인터넷을 살피는 사람들, 몇 사람은 졸고, 가족과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로 붐볐다.


나는 빈자리에 앉았다.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왔다. 
내가 이방의 도시에서 알지 못하는 식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곳에서 많이 팔리는 것, 이 지역에만 있는 것을 묻고 점원의 추천 가운데 그 하나로 주문을 한다. 나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 사람들이 즐기는 트렌드를 알 수 있고 나를 어색하게 바라보는 사람들과 불편한 현지어로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



나는 가끔 밀크티가 마시고 싶은 때가 있다.

밀크티, 이것 때문에 궁동, 대흥동 찻집을 뒤지고 그래도 내 입안에 기억된 미각에  못내 아쉬워
홍콩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봄베이와 카라치, 다카에서의 밀크티, 도쿄 빅사이트 워싱턴 호텔 맞은편에 있는 주홍 찻집에서의 밀크티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홍콩인들이 일상적으로 음용하는 별 까탈스럽지 않은 맛과 품질이 나에게는 맞았다.

그래서 나는 홍콩에 나흘 동안 있었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않고 아침 거리 상점에서 쌀 국수에 밀크 티를 먹는 홍콩식 조식을 먹었다. 이것은 뜨거운 실론 차에 연유를 넣어 내어 온 것으로 커피 라테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내 탁자에는 점원이 추천한 스콘과 내가 마시고 싶었던 밀크티가 놓였다.   


나는 출출한 저녁 시간에 음악 한 곡을 LP 판으로 듣는 것 같은 맛을 보았다.
허기는 이렇게 넘어갔다. 


벽에 가득 붙은 유명인사들의 수결판, 나도 한 구절을 남기겠다고 하니까 이곳은 영화배우, 정치인같이 유명한 사람에게만 펜을 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이 집은 동네에 알려진 맛 집이구나.


나는 와이파이를 켜고 내 페이스북을 보여 주며 나도 친구들에게는 유명? 하다고 우겨서 오고 간 흔적을 남겼다.

한글로 '맛 좋아요 ~ ^'라고 적었다.
一味求世, 일미구세란 하나의 맛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뜻이다.


내가 사는 대전에도 유명한 빵집이 있다.
창업 57년째, 시민의 사랑을 받고 미슐랭에 오르고 대박이 났지만 점원들과는 소통할 수 없는 기업형 베이커리가 되어 버렸다.

찾는 사람과 점원이 소통하고 맛으로 하루의 시름을 구하는 빵집.
탁자에 앉아서 단팥빵을 먹었던 시절,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고 있는 그 풍경이 트램 인근에 남아 있었다.   







강대훈 화동무역 대표  
수출전문가, 글로벌마케터, 창업컨설턴트, 
서울통상지원센터 자문교수, KOTRA 서비스자문위원, 
중기청 해외민간네트워크(일본 츠쿠바), 서울시 SBA 상해무역사무소, 
우송대학 가족회사, (전) JCI바르셀로나 세계대회 수상심사위원,
(전)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위원, VIMAT CORPORATION 외 20여개 나라 마케팅A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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