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고대 그리스에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살았다. 소크라테스가 BC 470(?)년 생이고, 아리스토파네스가 BC445년 생이니 희극작가가 스물 대여섯 살 어렸을 것이다.  그런데 아리스토파네스가 소크라테스를 곧잘 놀려 먹었다 한다. 고(故) 이윤기 선생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농담(플라톤의 <향연>에 나온다 한다)을 나름대로 줄여 서술체로 옮겨 본다.

"지금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만 있지만, 처음에는 세 가지 성이 있었다. 지금은 없지만 남성과 여성을 두루 가진 제3의성. 즉 양성인이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등도 옆구리도 둥글었는데 팔 넷, 다리 넷, 귀 넷에 그 것도 둘이었다. 머리는 하나에 얼굴이 둘이었는데 두 얼굴은 서로 반대쪽을 보고 있었다. 걸을 때는 지금 사람처럼 똑바로 서서 걸었지만 빨리 뛰어가고 싶을 때는 곡예사가 공중제비를 넘듯이 여덟 개의 손발로 땅을 짚어가면서 빠르게 굴러 갈 수 있었다. 사람의 모양이 이랬던 것은 남성은 해, 여성은 땅, 양성인은 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양이 둥글고 뛸 때 공중제비를 도는 것은 둥근 그들의 부모(해,지구,달)를 닮았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힘이 장사고 야심이 대단해 감히 신들의 세계를 공격했던 모양인데, 화가 난 제우스가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벼락으로 전멸시키자니 그 동안 받아먹은 제물이 아깝고, 그냥 두자니 눈꼴사나웠다. 마침내 제우스의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을 반으로 쪼개면 약골이 돼 신들에게 기어오르지 못하게 되고, 신을 섬기는 약골이 배로 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제우스는 그들을 불러 두 쪽으로 쪼개고 아폴론(의술의 신)으로 하여금 가른 자리를 치료하게 했다. 반쪽이들이 다른 반쪽이들을 그리워하고 다시 한 몸이 되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쯤이면 남은 이야기가 짐작될 것이다. 이야기인즉슨 남성에서 갈려나온 반쪽이들은 다른 여성 반쪽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이 남성만을 좋아하는 남성 반쪽이이고, 여성에서 갈려나온 반쪽이들은 남성 반쪽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여성이면서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 반쪽이라는 것이다. 양성인에게서 갈려나온 남성 반쪽이만 여성을 좋아하고, 양성인에서 갈려나온 여성 반쪽이만이 남성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오랜 옛날 그리스에서 한 희극작가가 한 철학자에게 농담했던 이야기지만 현대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웃자고만 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지난 해 UN에서는 UN 직원들의 동성(同性)결혼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UN 근무자의 모국에서 동성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했는데, 이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또, 얼마 전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여년 전만해도 이혼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보수국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거쳐 동성결혼제도를 합법화했다.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62.1%, 반대가 37.9%로 찬성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투표결과에 대해 시민들이 환호했다. 이제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점차 많아지는 것 같다.

내친 김에 살펴보자.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의 국가들과 북미의 캐나다,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대양주의 뉴질랜드.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여개국이 허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 멕시코, 호주 등의 국가는 일부 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동성애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제 국내로 눈길을 돌려보자. 2013년 9월에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와 그의 남자 애인 김승환 씨가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은 구청에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수리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판례는 동성결혼은 법률적 결혼뿐만 아니라 사실혼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에 대해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위반을 들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했었는데 그 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당시 이 공개 동성결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25%, 반대67%로 반대 여론이 훨씬 높았었다. 행복추구권을 막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누구와 살 것인가는 이성이든 동성이든 개인의 판단 문제라는 찬성의견도 있었지만, 전통적 결혼 관념에 어긋나고 성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보수적 반대의견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여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메르스 난리 속에서도 동성애자들이 주축이 된 성소수자 축제가 지난 6월 9일 개막돼 진행 중이라 한다. 도심으로 뛰쳐나온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이들을 지지하는 단체가 많아지면서 국민여론까지 높아지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동성혼이 허용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유교문화 국가인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통적 결혼 관념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동성애 축제 반대 측의 사진 속 피켓에 적힌 ‘동성애는?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라는 글귀가 뇌리를 때린다. 세상이 요지경 속인지, 동성애가 인간 반쪽이들의 숙명인 것인지 아무래도 모르겠다. 성소수자들의 인권도 보호됨이 마땅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서의 축제 행위가 지나쳐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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