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때 이른 무더위다. 어느 날은 한여름 같다. 더위도 짜증스러운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마저 짜증나게 한다.

가뜩이나 나라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의 마음이 무거운데 국회가 희망을 주기는커녕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국회가 경제난 극복을 위한 각종 법안들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해 주면 좋으련만, 전혀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민생법안 처리에는 병든 소걸음을 하면서, 생뚱맞은 일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려면 공무원 연금법을 잘 개정하면 될 것을 난데없이 국회법까지 끼워 넣어 개정해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개정 국회법은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 행정명령(시행령)이 만들어졌을 경우, 국회(해당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정부가 이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소관상임위)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여·야가 법해석을 달리하고 있으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여당 원내대표는 시행에 있어 “강제성이 없다”고 하는 반면, 야당 원내대표는 “분명이 강제성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비롯해 11개(14개라고도 함)의 시행령을 손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강제성이 있음을 못 박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법규정을 놓고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것일까? 강제성이 없다면 행정부에 대한 시정·권고사항에 불과해 위헌이 아니고, 강제성이 있다면 행정권을 침해하는 위헌법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마비의 우려가 있어 이를 받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대통령은 이를 위헌법률로 판단하고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어 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의 원내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헌법공부 좀 하시라” “호들갑 떨지 말라”고 했다.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도 없고, 품위도 없는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나이 젊은 사시 선배 의원으로부터 “헌법 공부할 사람은 당신이다. 사시에 왜 늦었는지 알겠다”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그러면 여·야의 원내 대표는 헌법(법률) 공부를 어떻게 했길래 같이 처리한 법조문을 놓고 해석을 달리하는가? 또 같은 여당 내에서도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의원들이 많은 데 어찌된 일인가?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올바른 법제정과 올바른 법해석을 위해 저명한 헌법학자나 법률가를 초빙해 법교육을 먼저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일껏 제정해 놓은 법 내용을 가지고 해석을 달리하며 다툰다면 국민들이 불안해서 살겠는가? 국회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 이 같은 중요한 법안은 잠이 솔솔 오는 새벽에 처리할 게 아니라 낮 시간에 해맑은 정신으로 처리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개정국회법에 대해서는 저명한 헌법학자들과 법률가들이 “위헌성의 소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들도 있다, 국민여론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에 대해 찬성 43.6%, 반대 28.3%를 보이고 있다. 찬성율이 15.3% 높다.

입법부가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변경을 요구하면서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정부가 일을 못하면 결국 국민들만 손해를 본다. 따라서 입법 독재는 막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헌법은 나라의 근본임으로 함부로 흔들면 안 된다. 입법·사법·행정이 솥발처럼 균형을 이루고 서야지 어느 한 솥발만 높으면 솥이 불안해 진다. 정히 시행령이 부당하다면 “모법을 개정해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법률가들도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능사는 아니다. 국회법 문제도 거부권 행사를 하기 전에 정치적으로 풀면 좋겠지만, 여·야 입장이 너무 상반되어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면 끝내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첫 번째는 본회의에 상정을 않고 유야무야 하는 경우지만 밝은 전망을 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재의결 절차를 밟는 경우인데, 두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여당이 표결에 참여해 부결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당초 표결 시 찬성한 의원들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여당의원들은 당초에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찬성했는데, 야당이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니 입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모양새는 썩 좋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당이 찬성해 재 가결시키는 경우인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결별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고, 정부와 국회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이송되어 온 법률안을 공포하지 않고, 국회의장이 공포토록 해 국회에 그 책임을 지우면서 국민여론과 지지를 바탕으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는 한편, 헌재 결정시까지 개정국회법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헌재 판결까지 시일이 많이 걸려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정부와 집권당간은 물론 국회와도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지만, 국회도 결코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국정이 어려워지면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므로 이러한 사태를 냉철히 지켜본 국민들이 제 20대 총선에서 혹독한 심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명심하고 국민들을 위해 올바로 일해야 한다. 국민들은 애완 고양이가 아니라 잘못하면 목줄을 무는 무서운 호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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