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지문으로 상대의 마음을 볼 수 있을까. 지문이란 도대체 무얼까. 지문이 유전과 정말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유전학자들은 지문 유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문의 배열 형식은 염색체의 유전자 통제를 받아서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문은 손가락, 손바닥, 발가락 등에 있는 피부 무늬의 배열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문은 태 속에서 13~19주쯤 발육 형성된다. ‘지문학’은 지문의 무늬 형태를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문의 무늬(피문의 융선) 총수는 DNA의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이러한 종류의 DNA 유전자는 우성이 없고 후천적 환경에 의해 바뀌는 경우는 없다. 임신 7주 때 태아는 손바닥이 형성되고 먼저 엄지손가락의 지문이 수직의 겹옷 모양으로 형성된다.

히르슈와 슈바이처(Hirsch & Schweicher) 박사는 피문의 형성 전에 태아는 진피층 혈관 신경계의 배열 규칙에 따라 혈관의 신경계통이 손바닥과 지문을 형성하며, 이는 지문(피문)의 형성과 사람의 인격적 특징과의 필연적인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모 고교에서 자살 위험군의 한 학생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6살 때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애착형성의 문제와 세상에 대한 불신,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았던 은별(가명)이었다. 아빠의 잦은 폭력으로 인해 자주 자살 충동을 느끼고, 삶의 의지와 희망이 전혀 없는 그 학생을 상담하는 내내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

은별이의 분노 조절 형태는 화가 나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빨리 죽고 싶다고 자주 말을 함으로써 협박하기도 했다. 또 물건을 자주 훔치는 절도를 하면서도 전혀 미안한 마음보다는 돈 있는 어른들은 그렇게 당해도 된다는 사고를 하고 있었다.

자신 스스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수차례 만나고 대화하는 동안 눈을 전혀 마주치지 않았다. 마음 읽어주기와 눈 마주침을 한 끝에 지문정밀검사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을 통제하는 지능에 경쟁과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정해진 틀대로 일을 처리하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형태의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였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평생 갈 수 있는,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한결같은 사람으로 잘 성장할 수 있는 성향을 지녔다.

규범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세상의 소금과 같은 존재로 자신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은별이의 현재 상황이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마음은 너무나 따뜻하고 정도 많고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지녔는데, 자신의 진실함을 표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모든 상황이 가슴을 저리게 할 뿐이었다. 은별이의 선택이 본인의 선택이 아님을 알지만 부모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미안하고, 자식 같은 맘으로 가슴에 눈물이 맺혔다.

은별아, 많이 힘들지? 선생님이 은별이의 엄마가 되어 진심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은별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함께 울어버린 나 또한 은별이의 마음이 되어버렸다. 은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뭉클한 순간이었다.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문은 알아보기 쉽지 않는 상대의 마음보기를 도와주는 협력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 사람의 눈 속에 마음이 보이고, 사물에도, 음식에도, 사진 속에서도 마음이 보인다. 늘 존재하는 공기처럼 항상 그렇게 함께 존재하는 것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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