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26일 남경필과 '신문콘서트'…이 와중에 특강까지


안희정 충남지사가 오는 26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만난다. 당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리는 <중앙일보> 주최 ‘신문콘서트’에 특별게스트 자격으로 출연한다.

이날 주제는 ‘신문과 한국정치’로, 20~30대 독자 200여명이 방청할 예정이다. ‘슈퍼스타 K’ 출신 가수 박시환의 공연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여야를 떠나 차세대 유망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지사는 언론의 역할과 정치권의 주요 현안은 물론 광역단체장으로서 느끼는 지방자치제도의 한계 등 다양한 소회를 털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1965년생 동갑내기이기도 한 만큼 덕담이 오갈 가능성도 높다.

현 시점에서 ‘상생’ 언급,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릴 가능성 커

문제는 충남도의 사정이 경기도와 사뭇 다르다는데 있다. 지난달 13일 중앙분쟁조정위원회(중분위)의 당진·평택항 매립지 분할 귀속 결정에 이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충남도의 재심의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자치부 장관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며 전의를 다지면서도 평택·화성·당진·아산 간 상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간 영토전쟁처럼 싸우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이 사안은) 법률적 쟁송이지 당사자 간 합의의 문제가 아니다”며 당진·평택항 매립지 문제를 놓고 남 지사와 얼굴 붉힐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승자, 충남도는 패자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상생’을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빼앗긴 자가 오히려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어색하다.

공재광 평택시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 “매립지 개발을 위해 당진시·아산시에 상생협력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자치부의 해체와 정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며 “결사항전”을 선포한 만큼, 안 지사가 남 지사와 나란히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남 지사는 엄연히 도계 분쟁의 상대 측 최고 지휘부다.

남경필 경기지사와의 ‘신문콘서트’ 부적절…외부 특강도 자제해야

안 지사는 싸움의 상대가 경기도나 평택시가 아닌 행정자치부라고 못 박았지만, 경기도로선 법적 대응 자체를 또 다른 도발로 여길 것이다. 삭발·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책위가 사실상의 전시상황에서 적장과 만나 덕담을 나누는 안 지사를 보면서 무엇을 느낄지도 걱정이다.

충남도의 한 발 늦은 대응도 의문이다. 안 지사는 유럽 순방 직후인 지난달 30일 정 장관에게 자필 서한을 보내 중분위의 결정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했고, 행정자치부는 4일 오후 6시 경 “중분위 결정 존중” 입장을 공문으로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안 지사의 기자회견은 어린이날 다음날인 6일 이뤄졌어야 했다. 정 장관의 입장 변화에 대한 쓸데없는 기대감이 하루나 더 지속됐기 때문이다. 도는 기자회견문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입장이지만, 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진행된 안 지사의 특강 때문에 기자회견이 하루 미뤄지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안 지사는 오는 12일에도 서울에서 열리는 평화연구원 주최 ‘청년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청년 정치 속으로’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역시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대목이다.

현 시점에서는 충남도가 아무리 잘 해도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모든 책임이 안 지사에게 떠넘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꾸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안 지사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법과 원칙에 앞서 충남도민의 정서와 감정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충남도지사가 그의  직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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