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 소리]

산들이 하루가 다르게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고, 꽃들이 지천으로 폈다. 늦복숭아 꽃이 아직 붉고, 배꽃이 달빛에 희다. 연산홍과 박태기꽃이 한창이고, 조팝나무도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느린 기차를 타고 창밖에 흘러가는 풍경을 보는 것도 즐겁고, 굽이지는 옛 국도를 따라 승용차 여행을 하는 것도 흥겨울 것 같다 

여행의 또 하나 재미는 먹는 재미다. 여행지에서 별미음식이나, 널리 이름난 음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어귀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에서 민물 매운탕을 먹는 것도 좋고, 시원한 물소리, 산새 소리 들으며 산채 비빔밥을 먹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여행지 음식이라고 무조건 맛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며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아무리 유명한 음식이라도 주인이나 종업원이 불친절하면 맛이 있을 수 없다. 식당이 깨끗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주변이 지저분하면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군침이 돌지 않는다.

물론 사람이 고급 식당에서 비싼 음식만을 먹을 수는 없다. 또, 비싼 음식이라고 꼭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허름하지만 깨끗하고 정갈한 식당은 음식 맛이 좋다고 널리 소문난 경우가 많다. 음식 값이 의외로 저렴한 경우도 많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런 식당을 즐겨 찾는다.

어쨌든 음식점은 친절하고 깨끗해야 하며 음식이 정갈해야 한다. 이는 여행지나 관광지가 아닌 집 주변이나 시중의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필자는 음식점에 갈 때마다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여행지에서나 집 주변에서나 시중에서나 똑같이 느끼는 아쉬움이다. 

모든 식당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는, 식탁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 때문이다. 무관심으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심지어 우리의 식탁 문화라는-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눈에 거슬린다. 맛있게 먹어야 할 음식상에 화장실용 화장지를 올려놓는 것은 좀 그렇다. 특히, 청결하기로 이름난 일본의 관광객들은 이를 보고 저희들끼리 귓속말을 한다고 한다. 비웃는 속삭임일 것이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우리의 좋지 않은 식탁 문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손님들을 위해 냅킨을 놓아주면 좋지 않을 가.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국민 소득 수준에 맞게 국민의식과 문화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행태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또 하나는, 식탁에서 날카로운 가위를 사용하는 경우다. 가위가 공업용인지 재봉용인지 모르지만 끝이 매우 뾰쪽하고 날도 아주 날카롭다. 외국인들은 빈 술병이 어지러이 놓인 자리에서 끝이 뾰쪽한 가위를 들고 다투듯 큰 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란다 한다. 싸움으로 비화하면 가위가 흉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일 것이다. 

가위의 사용 용도도 다양하다. 김치 같은 반찬을 자르고, 냉면 같은 면발도 자르고, 어떤 때는 삼계탕 속의 닭고기도 자르고, 장어구이 생선도 자른다. 또, 갈비나 고기 구울 때는 굽고 있는 고기를 자른다.

그러면, 우리가 양식 먹을 때 용도에 따라 나이프가 2~3개 나오듯이, 우리도 식탁마다 크기가 다른 2개 정도의 가위를 놓아주면 고기용과 다른 용도의 가위로 구분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또, 기왕이면 우리도 식탁용 가위를 따로 만들어 썼으면 좋겠다. 나이프처럼 끝을 둥글게 하고 날도 톱니처럼 만들어 위험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면 좋지 않을까. 디자인을 잘 해 멋진 느낌까지 들게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식당업주에게만 맡겨 놓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차라리 지자체가 표준 식탁용 가위를 개발하고 이를 위탁 제작해 모범업소부터 시범적으로 보급한 후 점차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능률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량 생산까지 가능할 것이다.  

외국인들의 비위를 맞추자는 게 아니라 우리 식탁 문화 수준을 한껏 높여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해보는 소리다. 허튼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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