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전2호선 트램 대통령이 나서도 불가능

김학용 주필
당신은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 방법을 결정한 집도의가 유명한 외국 의사를 만나고 와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길 수 있겠는가?

권선택 시장은 뒤늦게 트램 견학을 다녀와서 “유럽의 도시 3곳을 둘러본 결과 트램을 대전에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다는 말 아닌가? 말꼬리를 잡는 게 아니다. 트램을 제대로 결정했다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

도시철도 2호선 문제는 대전시 미래에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 문제를 결정해놓고 뒤늦게 견학을 떠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2호선 문제는 길게는 10년도 더 된 문제다. 시장선거에 나오기 전에 거듭 확인해보고 가능하면 미리 유럽도 둘러보며 공부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책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2호선에 대한 말과 행동을 보면 권 시장은 트램에 대해 날탕으로 보인다. 그래도 트램의 실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성공을 자신한다는 시장의 말에 ‘2호선이 정말 트램으로 건설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2호선 트램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트램으로 추진해서도 안 된다. 지금 권 시장은 시간과 인력만 낭비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유럽 트램을 현장 취재해본 적이 없고, 타 본 적도 없다. 남대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남대문 얘기를 하는 꼴이지만 도시철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교통전문가, 철도전문가, 관련 공무원들의 얘기를 또한번 들어봤다. 이 기사는 그들의 얘기를 사실로 믿고 정리한 것이다. ‘남대문을 가보지 않은 자의 한계’는 있을 것이다.

녹색 융단 같은 잔디 위를 달리는 파리 트램 T3. 환경론자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트램을 타보고 서울시연구원에 서울시의 트램 도입 연구를 지시했으나 화답을 받지는 못했다. 서울시는 트램 도입을 포기했다고 한다.

<트램의 장점과 명분>

1)트램은 접근성이 좋다. 육교나 지하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주부가 유모차를 끌고도 쉽게 탈 수 있는 게 트램이다.

2)트램은 친환경적이다. 콘크리트 교각을 세우거나 터널을 팔 필요가 없다. 그냥 도로 위에 레일만 깔면 된다. 레일 사이에 잔디를 입히면 트램은 도심 속의 한 폭 그림이다. 트램주의자들이 많이 가 보는 파리의 T3 트램도 그렇게 꾸며져 있다. 딱딱한 아스팔트 대신 융단 같은 잔디가 깔려 있는 모습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3)트램은 건설비용도 고가보다 싸게 먹힌다. 고가는 구조물을 세워야 하고 지하철은 땅을 파야 하지만 트램은 기존 도로 위에 레일을 까는 것이어서 비용이 기본적으로 적게 든다. 건설비용을 대체로 200억~240억원/km로 잡는다. 400~500억 원의 고가(高架) 방식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물론 지형과 조건에 따라 건설비용은 차이가 크다.

4)트램은 강력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다. 트램은 시민들이 승용차를 버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명분이 있다. 트램은 기존 도로를 잠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승용차 이용자에겐 크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승용차를 버리도록 강력하게 유도할 수 있는 친환경 정책이다.

5)이런 명분과 장점 때문에 세계 415개 도시에서 트램이 운행되고 있고 1주일에 1개 노선 꼴로 개통되고 있다고 트램 찬성론자들은 말한다. 대전도 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시장도 유럽을 다녀와서 “트램은 친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친인간적이라는 세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램은 좋은 점들이 많지만 대전 2호선에는 안 맞는 이유들이 있다.


<대전 2호선은 트램이 어려운 이유>

1)낮은 속도 문제

트램의 결정적인 약점은 속도 문제다. 철도전용노선 방식(Tram-Train 일반철도를 이용한 트램)이 아니면 트램은 시내버스 이상 달릴 수 없다. 기존 도로에 트램을 까는 경우 도심에서 시속 18km 정도를 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대전시내버스 평균속도 19km와 비슷하고 고가(高架) 경전철 38~40km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대전2호선이 트램으로 건설된다면 파리의 T3와 비슷한 타입이 될 것이다. 도로 가운데로 트램이 운행되고 양쪽 2차선 도로에 승용차가 달리게 된다. T3는 지금 17.4~17.7km/h로 운행되고 있다. 도로 여건이 T3에 비해 불리한 대전은 18km도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과거에 설치된 트램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市가 트램의 속도를 높이는 문제를 연구한 결과 불과 0.9~2km/h 정도 향상에 그치는 것으로 것으로 나왔다. 우선신호제를 통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믿음은 ‘미신’이라고 한 전문가는 말한다.

속도가 시내버스와 비슷하면 시민들이 굳이 트램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지 않으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내 도시로는 가장 먼저 트램을 추진했던 전주시는 시속 30km를 목표로 잡고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전주시는 트램에 우선신호를 주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효과적인 신호 체계를 갖추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많은 비용을 들여도 속도를 크게 높인다는 보장이 없었다. 일본 히로시마시의 연구에 따르면 우선신호체계를 도입해서 높일 수 있는 속도는 고작 1~2km/h에 불과했다. 우선신호체계가 가장 잘 된 도시라는 스위스 취리히 트램의 평균속도는 평균 11km/h 정도다.

트램주의자들도 트램이 속도에 약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속도를 중요하게 보지 말라고 요청한다. “유럽 사람들도 ‘당신네 나라에서 속도가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한다”는 것이다. 천천히 운행해도 괜찮은 사람들은 있다. 유럽의 관광 도시를 한가롭게 둘러보는 관광객들에겐 시속 18km가 아니라 10km라도 무방하다. 이들에게는 느린 게 오히려 낫다.

권 시장이 이번에 다녀온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인구 26만 명)와 니스(34만 명), 독일의 프라이부르크(22만 명)는 모두 이런 관광도시들이다. 인구도 대전(153만 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도시에는 쌩쌩 달리는 메트로(지하철 혹은 경전철)가 필요없다. 느긋하게 움직이는 트램이 적합하다. 만일 관광도시 경주에 도시철도를 놓는다면 고가나 지하보다는 도로 위로 시가지를 한가롭게 운행하는 트램이 더 좋을 것이다.

대전은 그런 경주와 다르다. 진잠~가수원~도마동~서대전4가~퇴미고개~한밭운동장~우송대~중리4가~오정동~카이스트~충남대로 이어지며 유성쪽으로 순환하는 2호선은 느릿느릿 가면 안 되는 간선 도로망이다. 관광객이 타는 노선도 아니다. 출퇴근용으로 많이 이용하는 도로다. 출퇴근 때는 5분이라도 빨리 가는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천천히 가는 트램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빚어진 서울 지하철 9호선 대란은 승객들이 속도가 느린 차량을 외면하고 빠른 차량으로 몰리면서 빚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트램의 속도가 시내버스와 다를 바 없다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도시철도를 놓을 이유가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세종시처럼 BRT로 하는 게 트램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친경제적이다.

2)심각한 교통 혼잡 유발 문제

트램은 기존 도로의 승용차 운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2호선 도로의 중앙에 트램을 깐다면 심각한 교통체증이 불가피하다. 도안신도시의 도안동로가 심한 교통체증을 빚는 이유 중 하나는 시내버스 중앙차로제다. 전문가들은 2호선을 트램으로 하면 시내버스 중앙차로제보다 더 심한 체증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트램 우선신호제’를 운영하면 트램이 지나는 도로와 교차로는 승용차와 버스에게 지옥의 도로가 될 게 분명하다. 그런데 파리 T3는 이런 상식을 깬 트램이다. 파리 외각을 반원형으로 순환하는 T3는 파리 도심지에 가장 가까이(반경 5km 정도) 만든 트램이다. 기존 도로 위에 레일을 깔아 트램과 승용차가 나란히 달리는 데도 교통 혼잡이 거의 없다. 나는 그 점이 궁금했지만 구글어스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파리 T3트램이 왼쪽으로 나 있고 바로 오른쪽에 널찍한 외곽도로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교통이 혼잡한 도심에 트램을 도입할 수 있던 이유다. 진잠~서대전으로 이어지는 대전2호선은 T3와 조건이 크게 다르다. 2호선에 트램을 깔면 우회시킬 간선도로과 없다. 교통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파리 T3트램 옆에는 왕복 10차선의 널찍한 외곽도로가 함께 달리고 있다. 승용차가 트램 양쪽에 붙어 있는 좁은 차로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구글의 카메라에 찍힌 T3트램의 도로 사정을 보면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대부분의 구간에선 승용차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전2호선은 T3와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2호선을 트램이 잠식하면 진잠과 도마동 유천동 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승용차를 우회시킬 간선도로가 없다. 2호선 주변 거주자들은 트램 공사가 시작되면 차를 버리든가 이사를 가든가 해야 할 것이다. 시내버스 중앙차로제 때문에 소송까지 빚어지고 있는 도안신도시(도안동로)의 교통체증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파리 T3는 혼잡한 대도시의 도심 부근의 승용차 도로에 트램을 얹어 성공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많은 도시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으나 그 비결은 조건의 특수성에 있었다. 때문에 대도시 가운데 파리 T3처럼 기존 도로에다 트램을 깔겠다고 나서는 도시는 아직 없는 것 같다. 대전2호선에 트램이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하는 전문가 A씨는 “큰 도시 중에 파리처럼 하겠다는 도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친환경 교통에 적극적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말, T3를 둘러본 뒤 서울시연구원에게 트램 도입 연구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 트램에 대한 언급이 없다. 포기했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복잡한 기존 도로에 트램을 까는 게 상시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서울시 신설 9개 노선 가운데 신도시인 위례만 트램으로 하고 나머지는 전부 지하나 고가로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트램은 복잡한 기존 도로에는 어렵고 신도시에는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3)유럽도 대중교통 ‘주력 부대’는 트램 아닌 지하철

권 시장의 트램 견학단은 파리 T3도 둘러봤다고 한다. 파리보다는 뮌헨을 잘 살펴봤어야 한다. 뮌헨은 유럽에서도 트램 부활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도시 가운데 하나다. 인구 140만(광역권 포함 260만) 규모의 뮌헨은 대전이 트램 정책을 배울 만한 도시다. 파리와는 달리 뮌헨은 도심까지 트램이 승용차와 뒤섞여 운행되고 있다. 없어졌던 것을 부활시킨 트램도 많다.

그러나 뮌헨도 2호선 트램에 희망을 주기는 어렵다. 뮌헨 트램은 9개 노선에 75km가 깔려 있고 대도시이면서도 도심까지 트램을 진입시키는 도시지만, 대중교통의 ‘주력부대’는 트램이 아니라 지하철(U-Bhan)과 광역도시철도(S-Bhan 수도권전철과 비슷함)다.

뮌헨에는 지하철이 7개 노선에 100km, 광역도시철도는 4개 노선에 442km가 깔려 있다. 지하철 이용자는 하루 103만, 광역철도 이용자는 80만 명이나 되지만 트램은 29만 명에 불과다. 외곽은 물론 도심지까지 트램을 불러들여 운행하는 데도 트램 이용자 비율은 지하철 이용자의 28%에 불과하고, 전체 도시철도 이용자의 15% 정도만 트램을 이용한다.

대도시의 트램은 메트로의 보조수단

뮌헨보다 트램을 더 사랑하는 프라하(체코)의 경우도 지하철은 3개 노선에 불과하고 트램은 30여개 노선이나 되지만 승객은 지하철이 60%를 차지한다. 파리도 트램만 이용해서 출퇴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말하자면 출퇴근 때 대개는 메트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메트로 이용자 중에 일부가 트램을 보조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말이다. 대도시에서 트램은 시내버스와 같은, 메트로(경전철이나 지하철)의 보조 수단이지 주력 대중교통 수단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교통전문가 중에는 트램을 도시철도가 아니라 버스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럽에선 대개 인구 50만 이상이면 메트로(지하철 경전철)가 있다. 독일은 기준이 엄격해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을 지하철 설치 기준으로 삼았다. 트램은 메트로가 있는 대도시에서 메트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트램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파리의 트램도 뮌헨의 트램도 메트로의 보조수단이란 점에서 같다. 중국 대도시 텐진에 일부 도입되는 트램도 지하철의 보조수단이에 지나지 않는다.

관광도시나 작은 도시에서 트램이 핵심 역할

인구 150만 명의 대전시는 유럽 기준으로 따지면 메트로가 더 있어야 한다. 규모가 대전만한 뮌헨도 지하철만 7개고 파리는 14개(광역급행철도 포함하면 19개)나 된다. 대전이 도시철도를 놔야 한다면 메트로를 건설해야 한다. 지하가 어렵다면 고가 방식밖에 없다. 트램은 그 뒤에 검토할 보조수단이다.

원두막 정도의 작은 집은 서까래만으로도 지을 수 있지만 큰 집을 짓는 데는 대들보가 꼭 필요하다. 인구 150만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하겠다는 것은 큰 집을 짓는데 작은 서까래만 가지고 짓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갑천천변도시고속화도로 같은 간선도로나 지하철은 대도시에서도 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도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도시고속도로도 없고 지하철도 없다면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50만 이상의 유럽 도시들이 지하철을 놓은 이유다. 스트라스부르 니스 경주처럼 인구가 작은 도시는 지하철이 필요 없다. 트램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작은 도시에선 트램 자체가 주력 교통수단이 된다. 대전의 트램과 유럽 소도시의 트램이 전혀 다른 이유다. 이들 도시에서 친환경 문제나 트램의 기술문제에 대해 공부할 수는 있었겠지만, 정작 중요한 교통문제에 대해선 배울 수 없는 도시들이다.

인구 21만명의 프랑스 렌느가 트램 대신 지하철 놓는 이유

트램 부활이 유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인구 21만의 작은 도시 렌느(프랑스)는 트램이 아니라 메트로를 건설 중에 있다. 1호선에 이어 2호선까지 놓고 있다. 관광객이 아니라 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사용할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느린 트램이 아니라 빠른 메트로를 놓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스부르가 트램을 선택할 때 렌느는 메트로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두 도시 모두 적합한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이 모두 트램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트램의 도시’ 프라하도 메트로 노선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고, 코펜하겐도 2개 노선을 건설중이다. 여건에 따라 메트로와 트램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메트로는 이미 충분히 건설된 상태여서 메트로 건설수요가 별로 없고, 한때 버려놨던 과거의 트램을 손질해서 다시 쓰는 도시가 많을 뿐이다.

이것이 유럽의 트램 부활의 실상이다. 그러나 트램은 메트로에 비하면 그 역할이 여전히 미미해 앞으로도 메트로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선 유럽이 온통 트램으로 바뀌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프랑스 렌느(Rennes)시는 인구가 21만 명인데도 트램이 아니라 지하철을 건설하고 있다. 도시철도의 용도가 출퇴근용이기 때문이다. 대신 관광도시 스트라스부르는 인구가 26 만인 데도 트램으로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모두 각각의 여건에 맞는 선택을 했다고 평가한다.

4) 전주 창원 울산 등 트램 시도한 도시들 전부 포기

인구가 대전보다 훨씬 작은 전주나 창원 등은 트램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 도시들은 트램 도입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트램의 효용성에 대해 시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법적 미비 때문이다.

트램은 경전철보다 돈이 적게 드는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결코 싸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트램은 도로 위에 단순히 레일만 깔면 되는 것 같지만 트램의 하중 문제 때문에 교량도 보강해야 하고, 속도를 높이려면 우선신호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본설계까지 했던 전주시의 경우도 설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건설비용이 크게 불어나면서 손을 들었다고 한다. 한 전문가 A씨는 “100원 들여서 50원 효과를 내고, 200원 들여 150원 효과를 낸다면 200원 짜리보다 100원 짜리가 더 비싼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비용이 100원처럼 보이는 트램은 건설비가 겉으론 적게 드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고가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속도가 시내버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면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트램을 해야 하느냐는 반발에 시달려야 했다. 트램은 속도가 낮으니까 이용자가 적고 따라서 경제성 즉 편익비용(BC)이 안 나온다. BC가 안 나오면 정부 예타를 통과하기 어렵다. 창원은 비교적 도로 조건이 좋아 정부 예타는 통과해놓고도 결국 손을 들었다. 기존 도로를 이용해서 트램을 시도한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아직 성공한 곳이 없다.

일본은 정부가 밀어줘도 성공하는 자치단체 없어

트램에 관한 한, 유럽과 비슷한 역사를 지닌 일본도 트램을 부활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트램 부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도야마시가 철도 폐선 부지를 이용하고 극히 일부 구간(1.2km)을 신설해서 트램을 부활시킨 게 전부다. 전문가 A씨는 “교토 우츠노미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계획서까지 내고 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성공한 곳은 아직 없다”며 “교통 혼잡을 초래하는 트램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 때문”이라고 했다.

대전시는, 트램이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 하나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생각까지-승용차를 기꺼이 버리고 기분 좋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끔-바꾸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큰 변화라면 마땅히 토론을 거쳐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 2호선 트램은 동의는커녕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결정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트램을 적극 지원하는 제도가 없다. 정부 예타에도 트램의 특수성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어렵고, 트램 건설에 성공한다고 해도 도로교통법 등 손봐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때문에 2호선 트램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트램은 2호선에는 전혀 맞지 않는 옷이고, 입을 수도 없는 옷이다. 트램은 대전의 중요한 간선도로 하나만 망치는 길이다. 트램 때문에 교통지옥에 빠질 이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 2호선 트램에 대한 체감도가 아직 낮아서 시민들이 조용한 편이지만 이게 구체화된다면 강력한 반발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나서도 어려울 것이다. 2호선 트램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이유다.

공무원들, 권 시장 설득해서 예산 인력 낭비 없도록 해야

전주 창원 울산 등 트램에 관한 한, 대전보다 조건이 오히려 좋은 도시들이 몇 년씩 매달리다 포기했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자치단체장으로선 환경과 교통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빅히트 아이템이다. 단체장마다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결국 허사로 돌아갔다.

권 시장은 이에 대한 뾰족한 대안도 없이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2호선 트램은 새로운 정책과 미래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아니다. 무지와 고집일 뿐이다. 대전시가 이런 일에 계속 매달리는 것은 예산 낭비고 행정력 낭비다. 시 공무원들은 권 시장을 잘 설득해서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의 21만 도시 렌느市가 2002년 개통해서 운행중인 메트로(경전철). 도심은 지하로 외곽은 고가로 건설됐다. 2014년부터 건설중인 2호선도 도심 구간은 지하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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