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도지사와 도정 사이의 간극이 커져가는 이유

안희정 지사와 충남도정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만난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국회의원)

충남도청 등이 입주해 있는 내포신도시를 출입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일종의 재미를 느끼게 된 게 하나 있다. 안희정 지사를 ‘알아 가는 것.’

먼발치에서나마 안 지사를 처음 본 게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도정을 취재영역으로 삼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안 지사의 스타일을 접하게 된다. 기자실과 집무실이 모두 도청 5층에 있다 보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는 일도 있다. 안 지사의 ‘마크맨’이 된 느낌도 든다.

바른 사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어디를 가든 먼저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함도 돋보인다. 특히 좌와 우의 낡은 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안 지사의 소신은 기자 역시 적극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의 표현대로 서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림으로써 반사 이익을 얻는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답게 어디서든 주목 받는 '화려한 안희정'

동시에 마음이 여린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에 아직 익숙해 있지 않아 보여서다. “미움과 분노로 출발한 비판, 지적, 훈계, 충고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모든 것을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자”는 페이스북 글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안 지사의 발걸음 역시 가볍고 경쾌하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답게 어디서든 주목을 받는다. 서로 특강을 모시려고 안달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복지정책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는데,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안 지사의 식견과 비전, 소신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기자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안 지사와 충남도정이 엇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안 지사가 대외적으로 전도유망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반면 도정의 현 주소는 그리 녹록치 않다. 이는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화려한 해외순방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접할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이 대목에서 전제를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해제나 안면도 관광지 개발 좌초 등은 안 지사의 무능에서 비롯했다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포신도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렴도 꼴찌 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안 지사가 현재 도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안 지사 역시 최근 진행된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제반의 결과들이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고민 클 것 같은 안희정…그의 행보는 도정과 점점 멀어지는 듯

얼마 전 기자가 만난 도 관계자는 “도청 이전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에 따른 책임감으로) 숨고 싶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일부러라도) 내포신도시의 부정적인 면은 언론이 다루지 않았으면 한다”는 일종의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안 지사의 고민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행보는 자꾸만 도정과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안 지사가 안 의원과 국회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던 날, 기자는 도 내포신도시건설본부를 상대로 종합병원(대학병원) 유치에 대한 취재를 진행 중이었다.

며칠 전 건양대병원장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고, 관련 전문기관에 자문도 받았지만 아무런 성과나 진전은 없는 상태였다. 해당 팀장에게 이를 묻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였다.

27일 오전 도청에서는 2016년도 정부예산 확보를 위한 보고회가 진행됐는데, 안 지사가 아닌 송석두 행정부지사가 주재하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 각자의 역할분담이야 있겠지만, 예산확보야말로 안 지사가 직접 나서야 할 일 아닌가 싶었다. 비서실에 문의했더니 안 지사는 이날 별다른 일정은 없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던 중 도에서 주간행사계획 관련 이메일이 도착했는데, 오는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대전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서 안 지사의 특강 및 학생 간담회 일정이 잡혀 있었다.

안 지사는 외부 특강에 대한 비판에 “도지사가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갖는 것은 도정에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허승욱 정무부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안 지사를 ‘광을 내야 할 구두’에 비유한 뒤 “우리 지역의 대표 선수로 키워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의 존재감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희정을 대선주자로 모시면 안 돼…도정과의 간극 좁혀야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안 지사의 외부특강이, 그리고 화려하기까지 한 정치활동이 도대체 도정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구두는 안 지사 스스로 닦을 일이다. 도정이 할 일은 아니다. 도민에게 이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

물론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순 있다. 도 공직자들이 중앙부처에 가서 무시 받을 일이 줄어들 순 있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도정보다는 안 지사 자신에게 훨씬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여당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정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안 지사를 대선주자로 모시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안 지사가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몰라도, 도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그런 자세는 도움이 안 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도정이 대선 캠프가 되어서도 안 된다.

안 지사의 승승장구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지금처럼 도정과의 간극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안 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도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디 그 각오를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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