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우리가 배워야 할 ‘인재 찾기 열정’

‘개발 독재’였다는 점을 들어 리콴유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 해도 한 지도자가 한 시대와 그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싱가포르는 없을지도 모른다.

헨리 키신저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리콴유는, ‘시대가 인물을 만드느냐 아니면 인물이 시대를 만드느냐’하는 오래된 논쟁에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리콴유가 이 정도까지 칭송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리콴유의 남다른 노력 ‘인재 찾기’

자서전은 그 내용을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리콴유의 자서전은 『일류국가의 길(from Third to First』을 다시 한번 뒤적여 봤다.

작은 촌락에 불과하던 싱가포르를 강소국으로 키운 데는 그의 승부사적 기질, 세계를 보는 안목과 뛰어난 외교술 등이 주효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가 무엇보다 노력을 기울인 부분 중 하나는 ‘인재 중시’였다. 그는 인재를 찾고 육성하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정말 인재에 목말라 했다. 아래는 그가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는 ‘인재 찾기 노력’이다.

“좋은 정치에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경제발전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좋은 정치에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정치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지도자가 훌륭하지 않으면 국민이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체제가 잘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강한 의지를 가진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성공적으로 통치되는 사회도 보아왔다.”

“싱가포르의 발전을 가능케 한 요인은 각료의 수완과 그들을 보좌하는 공무원의 질이 매우 높은 데 있었다. 장관의 능력이 모자라면 내가 직접 그를 후원하거나 돌보아 준 다음에, 문제를 검토해주고 장애물을 치워줘야 했다. 그 결과는 항상 목표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적절한 인재가 있으면 내 부담은 적어진다. 목표와 달성 기한을 명확하게 설정해주면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일을 해낸다.”

“적극적으로 나라 안에서 인재를 등용하려고 했던 우리의 노력으로 인해 싱가포르는 계속해서 번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노쇠한 장관들과 나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나의 동료들과 나는 1960년대부터 후계자로 삼을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정당의 정치 활동가 중에는 적당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에 소속에 상관없이 능력있고, 활동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강한 의지를 가진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1968년의 총선거에서는 박사학위 소지자,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그리고 심지어는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후보자로 내세울 수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들만 기다렸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

“리더십은 단순 능력 이상의 것이다. 리더십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꺼이 지도자를 따르게 만드는 용기, 결단력, 헌신, 인품, 그리고 능력이 합쳐진 것이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동료들이 눈에 띄게 쇠퇴해 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인재 발굴의 필요성은 점점 시급해졌다.”

“투자가들은 각 각료의 수완, 특히 그(혼 수에센 재무장관)의 수완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점점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후임이 누가 될지 알고 싶어했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서 미온적으로 보여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퇴임하기 전에 반드시 능력있는 인재의 손에 싱가포르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에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들을 발견해 정계로 진출하게 만들어야 했다. 내가 만일 이 사실을 우연에 맡겨 우리를 찾아오는 오는 활동가들에게만 의존했다면 나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재를 찾기 위해 어디까지 망을 쳐놓아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던 나는 초기 내각 각료 중 가장 뛰어난 장관들은 싱가포르 태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들 중 4분의 3 정도가 싱가포르 밖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각료 중에는 혼 수이센 재무장관이 새로운 인물을 가장 잘 발굴했다. 넵튠 오리엔트운수(NOL)가 적자를 내고 있을 때 새 경영자로 고 촉통을 선택한 것은 바로 혼 수이센 장관이었다. 고 촉통은 불과 2~3년 만에 다시 NOL를 흑자경영으로 되돌려 놨다.”

“나는 싱가포르의 학계 재계 업계 및 노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PAP의 후보자로 나서도록 설득할 30대에서 40대의 인재를 조직적으로 살피는 데 힘을 쏟았다. 정치가로서 갖춰야 할 능력은 학력, 직장에서의 성과 등으로 상당히 판단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평가였다. 많지 않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우리가 얻는 결론은 인격을 평가하는 일은 어렵지만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장관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그들의 인성, 지성, 개인적인 배경, 그리고 가치관을 알아낼 수 있도록 고안된 심리테스트를 받게 했다. 이 테스트는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해주지는 못했지만, 확실하게 부적격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가려내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한 주관적인 관찰을 통해 탈락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간혹 나는 심리학자의 결론에 반대하곤 했다. 후보자가 영리해서 감쪽같이 선량한 사람인 척한다고 느꼈을 때 그러했다.”

“분석력 상상력 현실감각 기준의 ‘헬리콥터 자질’로 선발”

“나는 여러 다국적기업의 리더들과 만나 그들이 어떻게 간부들을 기용하고 승진시키는지 물어본 후,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시스템을 채용했다. 그것은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 석유회사인 셸에 의해 개발된 프로그램으로서 개인의 ‘현재 측정된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테스트였다. 그 방법은 세 가지 요소, 즉 분석력 상상력 현실 감각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 세 요소는 셸사(社)가 ‘헬리콥터 자질’이라고 명명한 자질을 구성한다. 보다 큰 관점에서 어떤 사안이나 문제를 보는 능력과 문제점을 명확하게 끌어내는 능력이었다.”

“세상에는 인재를 판정하는 데 매우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탄 텍추이였다. 임용이나 승진 대상자는 누구도 그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또 비슷하게 (사람을 알아보는) 소질이 풍부했던 사람은 전 각료였던 림 킴산이었다. 그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보았고, 대체적으로 그의 판단이 옳았다.”

“1980년 당 대회가 끝난 후 나는 6명의 새로운 각료를 등용했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10회 이상의 면접을 행했다. 그래도 인선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그 까닭은 심리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성격, 기질, 동기라고 하는 것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1988년 선거를 마지막으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설 결의를 굳혔다. 당선 후 나는 젊은 각료들에게 차기총리는 그들 중에서 직접 선택하도록 요청했다. 나의 후계자가 될 인물은 동료의 지지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덩샤오핑이 후계자로 지명한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이 실각하는 것을 보았다. 윈스턴 처칠이 선택한 앤서니 이든이 실패한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젊은 각료들은 고 촉통을 나의 후계자로 선택했다.”

“같은 시야를 가진 강력한 각료진을 가진 것은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고 켕쉬, 라자, 수이센 그리고 킴산은 특출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고, 특히 내가 잘못했을 때 자신들의 뜻을 알려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들은 항상 객관적이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었고, 오랜 세월동안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 빠지기 쉬운 과대망상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구제해주었다.”

“우리가 1959년 자치 정부를 발족했을 때, 우리는 통치의 방법이나 경제, 사회 문제의 해결방법을 거의 알지 못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은 불공정하고 부정한 사회를 척결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불타는 의욕뿐이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정치권력을 획득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어 각료나 고급공무원으로서 책임있는 자리에서 배치해서, 정직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애썼다.”

“지난 30년 간 우리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고 해서 계속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발전하도록 만들어 준 기본원칙을 충실히 지킨다면 앞날은 보다 밝을 것이다. 그 원칙이란 발전의 혜택을 골고루 분배해 조화가 잘 된 다민족 사회를 유지하고, 만인에 대한 기회평등을 통해 실력사회를 만들어 모든 사람이 스스로 걸맞는 일자리를 갖게 하며, 특히 정부 지도자에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리콴유처럼 인재에 열정 쏟는 사람 있나?

‘인재 찾기’는 정치의 제도가 권위주의적이나 민주적이냐에 상관없이 중요한 문제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나 시도지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인재를 찾아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시대와 정치 제도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혼자서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인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든 성공하기를 원하는 지도자는 리콴유처럼 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이든 시도지사든 책임이 큰 자리를 맡으면 인재를 얻는 데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 지도자들 가운데 인재를 찾는 데 리콴유만큼 열의를 보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총리 장관을 뽑는 인사청문회는 이 나라를 어떤 수준의 위인들이 끌어가고 있는지만 거듭 확인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저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하는 국민 한탄만 만들어 내곤 한다.

안희정, 대권 목표라면 ‘인재 찾기’부터 노력해야

지방에선 아예 ‘인재’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재임 5년이 넘어 가는 데도 도정의 성과가 없어 고민이다. 속으로 ‘나를 제대로 도와줄 인재가 없다’고 푸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의 지난 5년을 보면 인재에 대한 갈망은 보이지 않았다.

외부의 인재를 도 실국장으로 갖다 쓸 수는 없지만, 산하기관 단체는 임명권자인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인재를 기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사를 보면 왜 저 사람을 갖다 쓸까 하는 인물이거나 도지사와 관계가 있는 이른바 ‘정피아’들이다.

혹시, 정부의 총리 장관도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 지방에서 어떻게 인재를 데려올 수 있나 하는 반문은 말아야 한다. 충남도 인구가 200만이 넘는다. 리콴유가 싱가포르를 처음 맡았을 때 인구가 200만이었다. 싱가포르는 국가이고 충남도는 지방이라는 점도 변명은 못된다.

안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로서 한때 정부의 운영과 관리를 깊숙이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력의 소유자가 인재를 찾기 어렵다면 누가 찾을 수 있겠는가? 충남도의 인재 부족은 도지사의 의지 문제다. 지역의 최대 현안사업인 안면도국제관광단지사업이나 환황해권 대책도 결국 인재 부족의 문제라고 본다. 도청 안이든 밖이든 그 문제를 해결할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안 지사가 정말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인사 문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험해봐야 한다. 인재를 찾아내는 방법,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인재에 대한 갈망이 있어야 한다. 만일 대권을 잡은 뒤에 그렇게 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인재의 중요성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다.

권선택 시장의 경우는 ‘인재’를 거론하는 것조차 민망스럽다. 시 산하 공기업과 기관 단체의 장(長)을 임명하는 솜씨를 보면 인재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묻고 싶다. 안 지사와 권 시장은 한번이라도 리콴유만큼 인재를 갈망한 적이 있나? 그런 흉내라도 내본 적이 있나? 아니라면 이제라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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