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전역 불법 공사'와 불신 자초하는 정부

2015년 5~6월중 경부선 KTX 도심통과구간 개통을 앞두고 벌이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행태가 볼썽사납다. 대전역사 증축과 관련해 ‘선상주차장을 지으면서 건축 착공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했다’며 건축 인허가 기관인 대전 동구청이 철도공단을 사법기관에 고발했다. 행정기관이 공기업을 고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웃어야 할지, 공감해야 할지 혼랍스럽기만 하다.

철도공단은 승강장 지붕(홈지붕), 즉 플랫폼 공사의 경우 관련법에 의해 건축허가를 득하지 않고 공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법기관에도 이런 식의 논리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단은 본지의 첫 보도(3월16자)가 나간 바로 다음날 언론에 같은 취지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본지는 두 번째 보도<3월23일자>를 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단은 처음 취재 때와 달리 다소 수그러든 모습을 보였다. 사법기관의 조치에 따르겠다는 이유를 달면서.

현재 동구 측은 “분명히 일반철골구조물인 선상주차장을 짓는 것으로, 이는 건축법상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누구보다 투명해야 할 공기업 철도공단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철도공단의 황당스럽기까지 한 행태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들려온 유치찬란한 사연 때문이다.

철도공단의 치졸한 복수?

철도공단이 최근 대전 동구에 있는 한 사회복지법인에 매년 명절 때 해 오던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본지 보도가 나간 직후의 일이다. 당연히 '치졸한 복수 내지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곧바로 해당 복지법인과 관련 기관에 문의했다. 철도공단은 매년 이 복지법인에 설날과 추석 명절 때 연간 두 차례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끊겠다고 한 것이다.

철도공단과 동구 간 마찰로 인해 ‘애꿎은 복지법인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이 때문이다. 금액도 명절 때 각 40만원씩 연 80만원을 줬다고 한다. 철도공단은 연간 7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공기업이다.

준법은 시민과 국민 몫?

철도공단을 컨트롤하는 국토교통부도 어처구니없다. 앞서 동구가 이달 중순쯤 (철도공단의) 건축법 위반 고발 조치 건을 보고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25일 동구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공문의 요지는 이렇다.

‘대전 도심 (경부선 KTX의) 기존 운행선 구간도 국비를 투입해 고속철 전용선으로 건설하는 사업을 2015년 완공할 계획으로 적극 추진 중이다. 대전역은 현재 1일 4만6000명이 이용하는 주요 역사다. 경부고속철 2단계 개통과 함께 역사 증축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관계기관의 이견으로 7년간 사업이 지연돼 왔다. 현재 대합실이 협소해 대전역 이용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니 (동구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력을 요청한다. 도와주길 바란다.’

누가 들어도 ‘사정이 이러하니 (불법이라도) 좀 봐 달라’는 식이다. 오직 개통 시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행정 협조 좀 해달라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이미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본질적 고민 자체가 무색하다.

법적 판단은 사법기관의 몫이다. 그러나 ‘진실은 무엇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보도 이후 해당 지역에 소재한 사회복지법인에 지원을 끊겠다는 공기업이나,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니 너그러이 이해하고 도와주라는 정부를 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지금 국토부와 철도공단의 행태를 보면 '기초단체 주제에 어디 국가사업에 딴지를 거느냐'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사업이니 눈 감으라'는 정부와 준정부기관의 행태를 보면서 과연 이들이 민간 건설업체들에 권위를 세우고 준법을 강조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토부나 철도공단이 이럴 수는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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