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MBC 이진숙 논란-KBS 전 임원 난동, '쉬쉬'

대전·충남·세종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부권 언론의 ‘수상한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사건을 기사화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각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전국권역 언론이 보도해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해당 지역 언론만 유독 침묵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가 봐도 ‘침묵의 카르텔’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진숙 대전MBC사장 취임에 따른 논란, L모 대전KBS 전 보도국장의 음주난동 사건. <미디어오늘> 등이 이미 전국발로 타전한 이 두 가지 뉴스를 유독 지역 언론만 다루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이진숙 사장 취임에 대해 지역 언론 대부분은 간단하게 취임 소식만 단신으로 처리했다. 같은 날 대전지역 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연대회의)’가 이 사장을 비난하며 “용퇴하라”고 압박했지만, 이 소식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연대회의는 이진숙 사장에 대해 “MBC를 망친 주범, 노조 탄압의 주역, 불공정 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용퇴”를 촉구했다.

구의원 음주운전, 대서특필하는 언론이…

며칠 뒤 또 다른 침묵이 이어졌다. 이번엔 논란이라기보다 ‘사건’에 대한 침묵이다.

<미디어오늘> 보도 등에 따르면, L모 대전KBS 전 보도국장이 대전 서구 한 술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하고 소동을 피웠으며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출동한 경찰이 L모 전 국장을 제압하기 위해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까지 사용했다니 단순 소동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동을 일으킨 당사자가 일반 시민이었다 해도 그 수위가 ‘난동’ 수준이라면 충분히 기사화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얼굴이 잘 알려진 기자출신 방송사 전 임원이 이런 사건을 일으켰다면. 기사화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시점, 지역 언론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대전지역 모 구의원 사건을 주요 뉴스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특히 징계를 미적거리는 구의원의 소속 정당을 향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속된 말로 '제 무덤을 제가 파고 있는 격'이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언론이 사건 보도의 공정성을 저버린 채 제 식구를 감싸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 스스로 떳떳치 못하다는 뜻”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KBS L모 전 국장의 음주난동 사건은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역 언론인이 권력화됐다는 한 방증이고 여기에 대전 지역 언론이 침묵하는 건 동업자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진숙 대전MBC 사장 취임에 대해서는 더 의미심장한 지적을 이어갔다. 이 국장은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을 대전MBC 사장으로 보낸 것에 대해 ‘좌천성 인사’라는 말이 많은데, MBC 본사가 지역MBC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대전 지역 언론에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장이 누가 와도 상관없다는 건가 아니면 원래 대전MBC 사장은 그렇게 왔다가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대전MBC 구성원들에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우희창 대전·충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김영란법 통과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언론인이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만큼, 자기 관리나 윤리에서 떳떳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 대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논란 및 사건과 관련, 지역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런 침묵은 누구나 다 비슷한 행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고, 스스로 떳떳하지 못 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침묵의 카르텔’이 왜 형성되는지에 대한 우 대표의 지적에, 지역 언론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때론 ‘오보’보다 ‘침묵’이 더 위험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종포스트 편집국장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