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16)] 타이어뱅크 국민기업 키우려 통큰 결단

-가장 큰 죄악은 ‘극심한 가난’…가난한 자와 성공한 자의 차이는?
-기업 경영 제1원칙, ‘많은 사람 먹여 살리는 유능한 경영자’
-프로야구 3년간 약 70억씩 210억 후원 ‘메인 스폰서’ 따 내 ‘깜놀’

 

김정규(51) 타이어뱅크 회장이 지난 3일 올 시즌부터 3년간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따 냈다. 수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타이어유통 전문기업이 막대한 돈을 후원하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내 굴지의 지명도 높은 기업들도 쉽지 않은데, 대전에 본사를 둔 타이어뱅크가 당당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타이틀 스폰서를 따낸 것. 연간 후원금이 70억원에 가까우니 3년 간 총액 210억원 규모다. 대부분 현금이며, 일부 현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일각에선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또 한 번 발휘되는 순간이란 평도 나왔다. 그의  ‘통 큰 베팅’이 충청권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도 나왔다.

대전·충남 인구는 360여만 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5000만명 기준)의 6~7%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로야구에 향토기업인 타이어뱅크가 메인 스폰서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에선 ‘쇼킹’한 사건이었다.

김정규 회장, 프로야구 후원 왜?

‘국민이 좋아하는 타이어뱅크’로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평소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 국민이 좋아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 왔다는 김 회장은 “많은 야구팬들이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KBO 리그가 발전한다면 국민이 더 즐겁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2015 KBO 리그 타이틀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의 메인 스폰서 확정에 앞서 막후 협상의 어려움도 살짝 내비쳤다. KBO 측과 협상을 하기 위해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고 한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는 김 회장은 “구체적인 협상 루트는 물어보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최근 만난 김 회장은 “수 년 전부터 해보고 싶어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기회가 주어졌다”며 “매출 규모를 보면 회사의 운명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느낌이 좋다. 프로야구와 함께 ‘윈윈’을 확신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면서 가슴 벅찬 감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야구에 대한 관심, 창업자다운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기상이 기업을 프로야구로 이끌었다는 것. 타이어 전문유통이라는 황무지를 개척한 김 회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프로야구와의 상생을 수차례 강조했다.

타이틀 스폰서의 한 해 홍보효과가 1000억원이 넘는다는 조사 자료도 있다. 그럼 타이어뱅크의 3년 뒤 효과는.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타이틀 스폰서의 노출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00억원을) 달성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국민을 즐겁게 한다면 100억이든, 150억이든 얼마든지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후원하는 기간에 관중 ‘1000만명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우리 기업의 경영 목표가 ‘국민이 좋아하는 타이어뱅크’다. 프로야구도 ‘국민을 즐겁게 하는 프로야구’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야구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 회장은 2012년 7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매치에서 시구를 한 경험도 있다. 사내에는 야구동호회도 있다. 4년 전에 출범했다. 직원 대부분이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김 회장 역시 휴식이 필요할 때 야구를 즐겨 본단다.

타이어뱅크 창업, 타이어 사고 경험 때문?

김 회장이 타이어 관련 사업을 시작한 계기도 독특하다. 1989년 타이어를 교체한 후 사고 위험을 겪고 나서다. 당시에는 타이어 때문에 자주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전문점이 없었다. 자동차 500만대 시대였는데 한 해에 1만5000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중 35%가 타이어로 인해 일어난 사고였다.

타이어가 비싸니까 한도가 지난 걸 사용했고, 품질과 규격이 안 맞는 타이어를 쓰는 운전자가 많았다. 지금은 타이어 사고가 전체 사고 중 5% 이내로 줄었다.

타이어뱅크는 과거 타이어의 5~6단계 유통구조(공장→물류센터→지점(총판)→대리점→카센터→소비자)를 현재의 ‘공장→타이어뱅크→소비자’로 이어지는 3단계 형태로 유통과정을 대폭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비용을 절감했다.

김 회장은 “우리 회사는 타이어를 대량 구매해 타사보다 10~5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며 “연간 약 1500억원 이상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했다.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는 기업 광고 문구처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웬만한 병원보다 (타이어뱅크)회사가 살린 사람들이 더 많다고도 했다.

창업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사업이었기에 어려움은 더 컸다. 타이어 제조회사들이 자기 회사의 유통망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타어어 공급을 중단하는 등 방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매장 문을 열면 운전자들이 줄을 서는 걸 보고,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

가장 큰 죄는 ‘극심한 가난’‥가난이 ‘사업가의 길’ 제시

김 회장의 생활철학 중 하나가 ‘가장 큰 죄는 극심한 가난’이다. 두 쪽짜리 독특한 그의 명함에는 ‘성공과 부자의 길’이란 타이틀과 함께 이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를 사업가로 이끈 건 가난이다. 창업의 꿈은 어렸을 때 가난해 굶어 죽을 뻔한 일들이 계기가 됐다. 초등학생 시절 등하교 때 영양결핍으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김 회장을 동네 어른들이 등에 업어 집에다 데려다주길 수 십 여 차례 할 만큼 어려서 처절하게 가난을 겪고 살았다.

“먹지 못해 힘이 없어 길을 걷다 쓰러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그때 난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음이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취직해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는 성공한 부자가 되는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남보다 매우 어린 나이인 초등 2학년 때 이미 사업가 꿈을 꿨다고 한다.

김 회장은 “어렸을 적 가난 때문에 굶어 죽을 뻔한 기억은 제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1991년 5월 10일, 대한민국 최초의 선진국형 타이어 전문점이 탄생했다. 대전 서구 용문동에 본사를 둔 타이어뱅크는 50여명의 본사 인력과 전국 365개 타이어 판매점을 포함해 약 1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전에만 17개 매장을, 충남·북도에 5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어 유통시장의 20~25%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타이어 전문점이 됐다.

올해 창립 24년째인 타이어뱅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도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며 전국 매장을 포함해 약 3000억원(2013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청년들은 모두 도전자‥‘기업가 정신을 꿈 꿔라’

그의 사업가 기질은 대학생 시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대학 재학 시절, 소위 ‘운전강습 사업(?)’을 해 돈을 번 일화는 유명하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운전 교습을 위한 코스를 그려놓고 운전면허학원의 30% 정도의 비용만 받고 학생들에게 운전 교습을 해 돈을 번 것.

또 대학생 과외는 물론 5월 가정의 달이 다가올 무렵이면 대전 중앙시장과 역전 일원에서 카네이션을 팔아 돈을 벌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번 돈 중 일부를 학교 측에 기금으로 내기도 했다.

그가 학창시절 경쟁상대로 삼은 인물은 당대 최고의 경영인이었던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

김 회장은 “1980년대 중반은 정주영 회장님의 시대였다”며 “당대 최고의 경영자였기 때문에 경쟁상대로 삼았다”고 했다. 

그의 기업 경영 제1원칙은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유능한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타이어 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는 “향후 5년 안에 타이어 판매시장의 33%를 점유하고, CEO 고등학교를 만들어 유능한 CEO를 많이 육성해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청년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청년 실업으로 위축되고 기업가 정신이 실종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김 회장은 “청년은 도전자이며, 모두가 기업가여야 한다”며 “세상의 주인은 모두 바뀌게 돼 있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개척해 보라. 세상은 여러분(청년)의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약력]

-충남 서천 출생. 충남대 경영학과 졸
-1991년 타이어뱅크 설립, 현 회장
-대전시양궁협회 부회장·회장·명예회장(전)
-대전 CEO 아카데미 회장(현)
-2011년 한국인적자원개발대상 대상, 2010년 글로벌 CEO대상 한국창업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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