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앞에서 찌그러진 대한민국의 자화상

연일 ‘리퍼트 대사 습격 사건’을 놓고 여야가 겉으론 한국의 국익을 걱정하면서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에선 상당한 이견을 노정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남남갈등의 현주소를 이 대형 사건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대하는 언론이나 국민들의 태도는 우선 ‘우물 안의 개구리식’이라는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이런저런 논란을 다 떠나서 일단 대한민국의 안보국익이 크게 절단났다.

한 해 400조 원에 가까운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대한민국의 덩치를 이 손익으로 처리하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 생겼다. 대한민국의 신뢰성이 동맹국들 사이에서 많이 절감된 것이다.

미국 내 지한인사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정책부서 담당자들의 절제되고 차분한 대응과는 별개로 미국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상당한 충격으로 표출됐다. 미국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반미행위에 대해 우려의 소리를 전한 것이다.

한미동맹의 필요성이 국제정치적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되는 한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이 동맹체제의 균열은 안 되지만, 양국민 간의 신뢰성엔 많은 손상이 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사후약방문’하는 우리 정부도 깊이 반성하고 정치권의 여야는 이러한 중대한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머리를 맞대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조속히 반미종북으로 대한민국을 비판하는 세력들을 견제할 ‘이적단체해산법’을 제정하고, 테러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의 조치도 합의 못하고 또다시 개인의 일탈이라는 주장으로 종북숙주론을 비판하면서 세월을 보낸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엄청난 죄를 짓게 될 것이다.

작금에 KBS 1TV에서 주말에 방영 중인 ‘징비록’이란 사극에서도 임란 직전 동·서인으로 나눠 전쟁 가능성을 놓고 싸우다 초래한 역사의 비극을 잊었단 말인가?

일본에 가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파견한 조선사절단은 황준길이 정사로, 김성일이 부사로 각각 서인·동인을 대표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외교활동을 하면서 객관적으로 일본을 보는 것도 하나고 느낀 것도 하나였는데, 선조 앞에서 서인들은 전쟁의 가능성이 크다 하고 동인들은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 전쟁 가능성이 없다 논쟁하면서 시간만 소일하다가 후일 임란 발생으로 도륙당한 백성들의 원한을 우리가 또 잊고 산단 말인가?

그 당시 참담한 백성들의 고통을 담은 드라마가 얼마 전에도 ‘왕의 얼굴’이란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다. 그곳에서 임란 당시 세자 광해군의 활동상을 통해 국가의 무능으로 백성들이 아파하는 역사의 어두운 터널을 잘 봤다. 국가의 지도층들이 단합하지 않고 사색당쟁으로 날밤을 새는 시간이 길어지면 필히 역사는 일반 백성들에게 그만큼의 고통을 안겨 준 불운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안보의 구멍이 확인된 김기종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행위로 몰아가는 일부 세력들은 역사에 또 다른 불행이 일어날 시 무슨 수로 책임을 질 것인가? 긴 역사의 안목으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우리 모두 차분하게 자숙하면서 우리의 안보이익을 되돌아봐야 한다. 여야가 따로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은가? 이미 상당 부분 손상된 대한민국의 안보이미지를 무슨 수로 복구한단 말인가? 여야가 합심으로 테러방지법 제정 같은 빠른 후속 대책으로 우리의 노력을 국제사회에 차분하게 보여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작금에 김기종이라는 분명한 종북인물의 반국가행위를 놓고 개인의 일탈행위로 모는 쪽은 역사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성찰해야 될 것이다.

이 논쟁은 이제 양심과 진리의 눈으로 무장하고 김기종을 반미종북 인물로 인정함과 동시에 후속 조치 마련으로 재빨리 우리의 훼손된 국익을 치유하는 것이 정치권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2015.3.13 박태우 교수의 푸른정치연구소(박태우.한국)/한국정치학회이사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