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브리핑] ⑧갑천호수공원 철회해야 하는 이유

참 우습게 됐습니다. <디트뉴스>와 대전시가 진실공방을 벌인 꼴이 됐으니까요. 갑천우안도로, 이른바 ‘도솔산도로’ 이야기입니다. <디트뉴스>가 ‘그렇게 쓸거리가 없느냐’ ‘도로 얘기만 왜 자꾸 해대느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갑천우안도로는 이번 사안의 본질이 아닙니다.”

이충건 | 편집국장
그럼 뭐가 본질일까요? 바로 도안 갑천 친수구역(호수공원)입니다. 오늘은 시간 끌지 않고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대전시는 갑천 친수구역 조성 계획을 수정하든지 철회해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도안신도시를 위해서도, 대전시 전체를 위해서도 옳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디트뉴스>가 왜 이런 주장을 되풀이 하냐고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감시․견제 소홀 틈타 몰래 되살린 갑천우안도로

김학용 주필이 칼럼을 통해 최초 고발했듯 대전시는 호수공원의 면적을 늘리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모자란 700억 원을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갑천좌안도로(대로 3-50)를 폐지했습니다. 염홍철 전 시장이 임기를 한 달 반 남겨놓은 시점입니다. 폐지된 도로를 개발예정지에 편입시켜 부족한 사업비를 충당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던 갑천우안도로(대로 3-68)에 실행력을 입혔습니다.(“도솔산을 훔쳐 판 시장” 김학용칼럼, 2015년 3월 2일자)

이는 임연희 기자의 “대전시 ‘도솔산 도로’ 2021년 이후 개설 계획”(3월 9일자), “대전시 도솔산 도로 340m ‘월평터널’로”(3월 10일자) 보도를 참고하시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대전시는 도로정비계획에 2021년 이후 갑천우안도로 개설을 못 박았고, 조수보호구역 340m 구간에 ‘월평터널’을 뚫을 계획까지 수립했습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장기미집행시설로 방치됐던 도로를 감시와 견제가 허술한 틈을 타 되살린 겁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난해 3월 열린 도시계획위원회를 주목해야 합니다. 대전시가 도시계획위원들에게 갑천좌안도로 폐지와 호수공원 조성의 연관성을 설명하지 않은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 관련 자료들에 갑천좌안도로 폐지 사유가 갑천우안도로와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이라고만 돼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대전시도 갑천좌안도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도안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많은 공인중개사들이 그쪽으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이들에게 도로 개설 여부는 매우 중요한 정보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연히 대전시 건설도로과에는 이들의 문의전화가 자주 걸려왔습니다. 복수의 공인중개사들에게 확인해보니 그때마다 대전시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안도로와 좌안도로 모두 개설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는 반드시 개설해야 한다.”

갑천좌안도로 폐지한 도시계획위원회 진상규명해야

왜 두 개의 도로 중 하나는 반드시 개설해야 할까요? 갑천우안도로는 주간선이고 갑천좌안도로는 보조간선입니다. 둘 중 하나는 개설해야 외부순환도로망 역할을 하는 갑천도시고속도로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천우안도로는 환경훼손 우려, 경제성,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도로입니다. 남는 건 갑천좌안도로뿐인데 불행히도 지난해 폐지됐습니다. 대전시가 갑천우안도로도 올 연말까지 폐지키로 했으니 갑천도시고속도로는 도안신도시 양끝에서 영원히 단절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지방정부가 스스로 도시를 기형으로 만든답니까? 대전시가 갑천우안도로를 반드시 폐지한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갑천좌안도로가 이미 폐지됐으니 갑천우안도로를 연결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저는 환경적 가치보다 앞선 가치는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갑천우안도로는 도솔산 보전을 위해 반드시 폐지돼야 할 도로입니다. 대전시도 그렇게 공언했고 환경단체가 목숨을 걸고라도 이를 저지할 겁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지난해 없앤 갑천좌안도로를 되살려야 합니다. 호수공원을 위해 갑천좌안도로를 폐지한 지난해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되돌려야 합니다. 감사청구라도 해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원본’을 공개토록 해야 합니다. 담당공무원에게 불편하고 부당한 강요는 없었는지도 조사해야 합니다. 진상을 제대로 파헤쳐 갑천좌안도로 폐지 결정이 위법하고 부당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국비 확보가 불가능해지자 대전시가 묘안이라고 짜낸 게 도로를 없애고 그 면적만큼 개발지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대전시가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까요? 저는 공무원이 이런 생각을 했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무릇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수공원을 조성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 누군가에게 있었을 겁니다.

시민단체가 호수공원 조성 적극적으로 막아야

갑천좌안도로를 되살리면 호수공원은 어떻게 하냐고요? 부족한 사업비 700억 원은 또 어떻게 하냐고요? 호수공원 하지 않으면 됩니다.

호수공원 안 한다고 도안이 어떻게 되지 않습니다. 이미 대전의 주택은 과잉공급 상태입니다. 대전 옆에는 주변도시 인구를 빨아들이는 세종이 있습니다. 인구를 유입할 특단의 계획도 없는 주제에 자꾸 아파트만 지어대면 결국 수요 부족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게 뻔합니다.

호수공원 조성사업은 도시 균형발전에도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대도시들은 하나같이 도시 불균형이란 해묵은 과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도시팽창을 위해 신도시를 과도하게 건설하다보니 구도심이 텅텅 비어버렸습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곳곳에 조성된 혁신도시들도 이제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도시재생법을 만들어 신도시 위주의 팽창을 추진하는 도시의 도시재생사업을 막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대전이 지금처럼 신도시 중심의 정책에 의존하면 각종 국고지원도 받지 못할 게 자명합니다.

그러니 도안 갑천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철회돼야 마땅합니다. 저는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막는 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그런데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순진해빠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성명서가 그런 느낌을 줬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실상 백지화된 갑천우안도로 계획을 대전시가 폐지하지 않아 논란이 빚어졌다’고 믿고 있는 듯 했습니다. <디트뉴스>가 앞서, 그리고 누누이 되풀이했지만 대전시가 ‘사실상 백지화된 갑천우안도로를 몰래 되살려놨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직접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호수공원 조성을 막아주십시오. 방법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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