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노동청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갑질’

김학용 주필
공무원들이 기업이나 민원인을 괴롭히는 경우가 꽤 있다. 개인보다는 주로 기업이 그 대상이다. 개인에겐 트집을 잡기 어렵고, 잡는다고 해도 자칫 기관이 개인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기업체가 공무원의 ‘밥’이 되지만 큰 기업보다는 작은 업체가 희생물이 된다.

최근 대전의 동네 신협 한 곳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들에게 걸려든 것 같다. 이 신협은 직원이 10여 명인 작은 동네 금융기관이다. 노동청은 요즘 이 신협이 해직 간부 직원 한 명의 임금 수백만 원을 늦게 지급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신협은 작년 9월 20일까지 그 돈을 줘야 했으나 간부와 산정 금액 문제로 다투다가 보름 정도 늦게 지급했다. 양쪽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면서 법적 다툼을 벌였고 결국 신협이 이겼다. 이 과정에서 그 간부는 노동청에 도움을 요청,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당연히 노동청의 임무도 끝났다.

동네 신협 물고 늘어지는 대전지방노동청 공무원들

그러나 노동청은 지금까지 이 사건을 종결처리하지 않고 있다. 신협 이사장이 노동청에 나와 ‘지급 지연’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 도장을 찍으라는 요구를 뒤늦게 하고 있다. 그러면 검찰에 넘겨 범죄사건인지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청의 집무규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44조)’은 임금 체불 신고가 있을 때 해당 업체에 서면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기한 내에 시정되지 않으면 즉시 범죄인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노동청은 신협에 대해 서면 요구도 없었다. 더구나 신협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민원인이 제기한 문제가 해소된 상태다.

그런데도 노동청은 신협을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런 식이면 웬만한 기업은 노동청 공무원한테 코가 꿸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임금 지급이 늦어지면 노동청에 출석해서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해명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사법처리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노동청 공무원이 하게 된다.

기업에겐 세무서보다 더 무섭다는 노동청

노동청 공무원(근로감독관)은 기업에 관한 한,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기관으로 검찰 세무서(국세청)와 함께 노동청이 포함돼 있다. 근로자들에게 노동청은 고마운 때가 많지만 기업들한테는 무서운 기관이다. 기업들에겐 노동청이 국세청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한 명이라도 직원을 둔 업체는 노동청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 근로계약서를 기준에 맞춰 작성해야 하고, 직원의 출퇴근 명부도 반드시 비치해야 한다. 취업규칙을 직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둬야 한다.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중소업체들에겐 지키기 어려운 사항이다. 노동청 공무원이 나와 문제를 삼으면 다 걸리는 문제들이다. 물론 임금을 조금이라도 늦게 지급하면 곧바로 감시의 대상이 된다. 회사 형편이 어려우면 회사 대표는 전과자가 되기 십상이다. 기업으로선 노동청이 무서운 기관일 수밖에 없다. 작은 회사를 운영했던 지인은 “대기업이야 노동청을 ‘관리’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이 노동청에 한번 찍히면 정말 골치아프다”고 했다.

이런 기관에 동네 신협이 걸려든 것이다. 신협의 하소연을 듣고 대전지방노동청의 담당자에게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노동청의 집무규정에 따르면 임금 지급이 완료되면 사건을 종결처리하는 것이 맞는데 ‘지급 지연’ 문제를 뒤늦게 문제삼느냐”고 물었다. 거듭 물었지만 담당자는 “보통의 경우는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면서도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의 ‘조직적인 갑질’

신협의 요청으로 이 사건의 담당자가 바뀌었지만 후임자의 태도 역시 변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상관(과장)도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대전지방노동청이 특정 기업을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애를 태우는 근로자들을 위해 더 뛰어야 할 노동청이 진정사건이 마무리되었는데도 ‘범죄 입건’ 운운하며 기업체를 협박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들이 신협에 대해 뭔가 수틀린 게 있어서 보복하고 있거나 자신들의 실수나 착오를 감추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해선 안 된다고 명시된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기업체를 괴롭힐 정도면 대단한 배짱이다. 신협 말고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기업들이 더 없을까?

그래도 노동청은 기업보다 근로자 편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준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노동 착취를 당하거나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할 때도 힘이 돼주는 정부기관이란 이미지가 있다. 근로자로서 억울함이 있을 때 달려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듬직한 기관이다. 그런데 신협 사례를 보면, 노동청은 이런 명분을 등에 업고 소규모 업체를 괴롭히는 일도 서슴지 않는 기관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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