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서대전역 배제 국회의원 대전시장 물러날 문제

김학용 주필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다. 코레일이 경제성을 따져 선택한 게 아니며, 국토교통부가 합리적인 정책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도 아니다. 정부가 호남 정치권의 과도한 요구에 굴복하여 선택한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다.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는 정치적인 사안

대전 정치인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과 대전시장의 책임이 무겁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면 국회의원들은 금배지를 반납하고 권선택 시장은 시장직을 내놔야 할 문제다.

호남선의 서대전역은 경부선의 대전역과 더불어 100년 도시 대전의 오늘이 있게 만들었다. 서대전역 경유는 앞으로도 대전의 미래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핵심적 요소다. 대전이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결정된 만큼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 중에서도 현재 대전시민을 대표해서 국사(國事)를 감독하고 견제하는 일을 맡고 있는 6명의 국회의원들과 대전시민을 대표해서 대전시 행정을 이끌고 있는 대전시장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역할 전혀 못하는 대전 국회의원들

국회의원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만들고 정부 살림을 감시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대표로서 그 지역의 권익을 대변하는 임무다. 대전 국회의원들은 호남선 KTX 문제에 관한 한, 두 가지 모두 실패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권익 보호에선 너무 무능하다.

서대전역 경유 배제 결정은 사람으로 치면 멀쩡한 한쪽 팔이 잘려 나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전은 삼남의 관문이었다. 한양길과 영남길 호남길이 만나는 교통도시였다. 국토교통부의 황당한 결정은 호남길을 가로막는 것으로, 대전의 한쪽 팔을 도려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전에는 호남에 연고를 둔 사람이 30%가까이 된다. 서대전역 경유 배제는 그들이 다녀야할 길을 막아 버리는 결정이다. 이 문제는 호남과 충청, 대전과 광주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주의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100대 0으로 결판지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든지 타협적인 방안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게 완전히 무시됐다. 정부가 대전시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결정이다. ‘서울~서대전역 노선’을 별도로 배정한 것은 대안일 수 없다. 서울서 서대전역을 지나는 KTX도 호남까지 내달려야 하고, 대전 광주를 오가는 승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선인 데도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달리고 싶은 철마’는 이제 호남선에서도 생겼다.


대전시민에게 굴욕감 안겨준 정치적 결정

세계적으로 철도 운행을 이런 식으로 하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가로막힌 남북간에도 철도를 이으려고 노력하면서 인구가 150만이나 되는 두 도시 간에 운행중인 고속철도 기존노선까지 끊어버리는 정책이 어찌 제정신으로 내놓는 것이겠는가?

광주-대전 간을 단절시키는 ‘서대전역 경유 배제’는 호남 사람들 스스로도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니 좋을 게 없다. 사려깊지 못한 일부 호남 사람들과 호남 정치인들이 얄팍한 인기에 편승해서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주장을 했고,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정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합리적이지 않고, 경제성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억지 결정이다.

대전시민에겐 굴욕감까지 안겨주는 결정일 뿐 아니라 대전의 미래에 치명적인 결정이다. 마땅히 책임을 따져야 한다. 정부가 대전시민을 능멸하고 굴욕을 안겨주는 데도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이 없다면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니고, 대전시장은 더 이상 대전시장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박범계(서구을) 의원과 권선택 시장은 서대전역 배제가 확정되기 전, 대전역 앞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서대전역 경유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병석(서구갑) 이상민(유성구) 의원은 여기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장우(동구) 정용기(대덕구) 의원 등 대전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서대전역 경유 배제가 확정되자,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장을 했던 강창희(중구) 의원은 그마나 얼굴도 안 비친다.

‘안방시위’한 새정치연합.. 무능 인정하는 새누리 1인시위

여든 야든 다 국회의원 배지 떼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다. 국회에 보내준 시민들이 정부로부터 이토록 능욕과 멸시를 당하는데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나? 정부가 억지 정책으로 대전의 앞날을 이렇게 망쳐놓고 있는데 무슨 낯으로 시민들을 대하는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한쪽에서 서대전역 경유 배제 요구가 잇따르는 데도 한가하게 ‘상생편지’를 썼다. 호남 정치인의 시위대가 상경하여 청와대로 향할 때 대전의 새정치연합은 힘도 없는 코레일(대전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코레일은 서대전역 경유 문제에 관한 한, 비정규직처럼 아무 권한도 없는 기관이다. 그 앞에서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안방 시위’나 한 꼴이니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새누리당 의원들도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의 ‘1인 시위’는 스스로 무능함만을 드러내는 꼴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정치권과 정부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의원도, 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도, 국회법사위원장까지 오른 이상민 의원도, 패기를 보여줘야 할 이장우 정용기 박범계 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은 당의 눈치,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 눈치나 보고 있는 듯했다. 새누리와 새정치 양쪽은 각자 플레이를 하면서 힘을 합치지 못했다. 이러니 정부도 국회의원들을 깔보는 것 아닌가?

대전 국회의원들 대안 없으면 대전 미래 위해 물러나야

이제라도 대전 국회의원들은 서대전역 배제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부터 상세히 파악해서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게 어렵고 대안도 없다면 당장 물러나는 게 맞다. 만일 광주가 대전 꼴을 당했다면 금배지 8개가 곧바로 쓰레기통에 들어갔을 것이다. 

서대전역 경유 배제가 확정된 후 권선택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국토부가 발표한 호남선 KTX와 관련해 일부 유의미한 내용은 있지만 합리성 측면에서 보면 민심 봉합을 위한 임시 처방으로써 정도(正道)로 정책 결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참으로 한가한 논평이다. 격앙된 어조로도 시원찮을 판인데 마치 대구시장이나 부산시장이 남의 동네에 대해 하는 말 같다. 대전시장이 이런 식이니까 교통부까지 대전을 깔보는 것 아닌가? 서대전역 경유 배제가 정치적 결정이라 해도 ‘야간의 전격 발표’는 교통부의 잔꾀였을 것이다.

대전은, 본래 시민들이 악착같지 못하고 다른 지역과 싸우면 주로 당하는 편이지만,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함까지 방치해서 대전의 앞날을 망칠 수는 없지 않는가? 전례가 있다. 호남고속철도 노선은 본래 2005년 염홍철 시장 때 아무 힘도 못 써보고 빼앗겼다. 그때도 마치 남의 일 대하듯 했다. 지금과 거의 같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이 얼마 뒤에 대전시장으로 복귀했다. 어쩌면 대전이 지금 또다시 이런 굴욕을 당하는 이유라고 본다.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제 역할을 못하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제 주머니만 채우고 측근들 챙기는 데만 열을 올리는 정치인이라면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시민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무능한 국회의원과 무능한 시장은 자리를 내놓고 내려와야 한다. 그게 자신을 뽑아준 시민에게 보답하는 최소한의 길이다. 사퇴는 아무리 무능해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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