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기]대학생들에 기회의 장 되어야
인턴십 첫 날,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방문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시청자미디어센터의 내부는 한산하고 냉랭했다. 1층 로비에는 보이는 라디오 부스, 크로마키 촬영장, 각종 미디어 체험기기가 마련돼 있었지만 우리 인턴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방문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청자미디어 센터는 누구나 참여하는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 권익 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으로, 대전센터는 지난해 7월 개관했다. 홍미애 센터장은 “시청자미디언센터는 퍼블릭 엑세스를 담당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퍼블릭 엑세스가 무슨 뜻일까?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하지만 매체 접근권은 주로 미디어 종사자와 거대 자본에 있다. 퍼블릭 엑세스(Public Access)는 일반대중이 자신의 의사 표현을 위해 매스미디어에 지면이나 시간을 요구하고 이용하는 권리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민주적 여론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KBS의 열린채널도 이러한 퍼블릭 엑세스권을 보장하기 위한 통로다.
시청자미디어센터는 이를 위해 방송기술을 모르고 장비 조작에도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표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장비를 대여해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캠프’가 진행 중이었다. 미디어 종사자를 꿈꾸는 대전의 중고등학생들이 대전 MBC 안준철 기자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듯했다.
강의가 끝난 뒤, 한 실무자에게 “대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느냐”고 물었다. 실무자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 좋겠다”고 답했다. 대전 소재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학과만 11개. 각종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기성세대에 밀리고 중앙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한 지역 대학생들이야말로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주 이용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의 한 언론학과에 진학중인 대학생 강모(25) 씨에게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들어는 봤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내 영상제작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각종 영상물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그는 “시청자미디어센터에 좋은 장비가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방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제작지원뿐 아니라 기획-제작-배포로 이어지는 채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시청자 미디어 센터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충남대 임모(23) 씨는 “카메라 외에 마이크나 조명등 다양한 장비가 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제작을 할 때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공모전 참가나 영화 제작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존재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제작자와 미디어 종사자를 꿈꾸는 그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와 여러 일자리를 제공하여 장기적인 미디어 접근권을 늘리는 측면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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