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 古典] 195

김충남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맹자는 사람의 벼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였다. 하나는 하늘이 내린 벼슬, 천작(天爵)이고 또 하나는 인간이 준 벼슬, 인작(人爵)이라 하였다.

맹자가 말하는 하늘이 내린 벼슬인 천작은 인(仁), 의(義), 충(忠), 신(信) 그리고 ‘선을 행하는 것’이라 하였고 인간이 준 벼슬인 인작은 공(公), 경(卿), 대부(大夫)라 했다. 이어서 맹자는 하늘의 벼슬인 ‘천작’을 얻고자 수양하면 인간의 벼슬인 인작은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데 사람들은 거꾸로 ‘공’ ‘경’ ‘대부’와 같은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인’ ‘의’ ‘충’ ‘신’을 수양하고 있다했다. 그리고 인간의 벼슬인 ‘인작’을 얻으면 하늘의 벼슬인 ‘천작’을 버린다하였다.

그러나 천작이 없으면 인작은 오래 유지 될 수 없고 결국 천작을 버린 자는 인작도 잃게 된다 하였다. 2400여 년 전 맹자의 이 말씀은 오늘날에도 절실한 교훈이 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새겨보기로 한다.

▴ 맹자는 위의 글에서 ‘인작을 얻으려하기 전에 천작을 얻으라.’하였다.

인작은 벼슬자리를 뜻하고 천작은 인간의 본성을 뜻하는 것이니 풀이하여 본다면, 벼슬자리를 얻으려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본성을 갈고 닦으라는 뜻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가 되고자 하면 먼저 그에 걸 맞는 덕과 그릇을 갖추라는 것이다. 즉 수기(修己)이후에 치인(治人)하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기(修己)도 되지 않은 채 치인(治人)하는 많은 위정자들 때문에 불신과 지탄을 받고 있음이 아닌가.

▴ 맹자는 위의 글에서 ‘인작을 얻으면 자칫 천작을 버리게 된다.’하였다.

이 말의 뜻은 벼슬을 하면 자칫 벼슬의 속성인 권세의 욕망에 빠져 위정자로서 지녀야 할 본성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맹자는 대장부(大丈夫)라는 글에서 ‘부귀불능음(富貴不能淫)하며, 빈천불능이(貧賤不能移)하며, 위무불능굴(威武不能屈)하면, 차지위대장부(此之謂大丈夫)니라.’ 즉 ‘부귀하더라도 부귀의 욕망에 빠지지 않으며, 빈천하더라도 지조(志操)를 변치 않으며, 권세와 무력 앞에서도 절개를 굽히지 않아야 대장부 즉 군자라.’하였다. 요즈음 많은 권세가들이 부귀 권력의 욕망과 유혹의 수렁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끝내는 비참하게 추락하지 않던가.

▴ 맹자는 위의 글에서 결론적으로 ‘천작이 없으면 인작도 오래 유지될 수 없고 결국 천작을 버린 자는 인작도 잃게 된다.’하였다.

이 말의 뜻은 아무리 높은 벼슬자리도 그에 걸 맞는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즉 품성과 그릇이 밑 바침 되어있지 않으면 그 벼슬자리는 모래위에 지은 집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위정자가 그 벼슬자리에 대한 욕망과 집착으로 위정자로서 지녀야 할 도리를 잃으면 끝내는 그 벼슬자리를 잃고 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 그렇다. 위정자의 속마음은 자나 깨나 위정자로서의 도리를 잃지 않을까 삼가고 조심하며, 바깥의 눈과 귀는 항상 국민과 나라를 향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정자의 속마음이 삼감과 조심함을 잃고 눈과 귀가 벼슬자리를 향하여 있다면 끝내는 벼슬자리도 잃고 자기 자신도 무너지고 나아가 나라와 국민에게 큰 폐해를 끼치게 됨이다. 그래서 맹자는 ‘천작을 버린 자 인작도 잃게 된다.’라고 일갈(一喝)하지 않았는가.

높은 벼슬자리에서도 항상 은자의 멋을 품어라.

채근담에 보면, ‘선비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더라도 초야에 묻혀 사는 은자(隱者)의 멋을 품어야 한다.’하였다.

이 말의 뜻을 새겨보면, 자칫 벼슬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벼슬자리의 속성인 부귀권력의 맛에 빠져 버리게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위정자로서의 도리와 초심을 잃고 점점 욕망의 늪으로 빠져 결국은 벼슬자리와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벼슬자리에 있을수록 초야에 묻혀 사는 은자(隱者)의 삶을 마음에 그려서 자칫 벼슬자리에 대한 집착과 욕망에 빠지기 쉬운 자기 자신을 절제하는 방편과 지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부귀하면서 교만해 지면 그 허물을 남기게 되니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고 하였다.

▴ 그렇다. 인작 즉 인간의 벼슬자리에서 물러날 때를 알아 물러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천작 즉 하늘의 벼슬인 본성을 갈고 닦아 빛낸다면 최상의 아름다운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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