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수의 다모작경영

지난 가을 공공기관 퇴직 예정자들을 만났다. 두분 다 50대 후반이었는데 활달하고 의욕이 넘치는 분들이었다.

퇴직을 앞두고 직업교육에 참가하고 있었다. 화제는 은퇴 후 적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5년만 일찍 시작했다면 마음 고생을 덜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제 3년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의 경영고문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매년 베이비붐 세대 80만명이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10년간은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 앞으로 일자리 쟁탈전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중장년과 청년들이 노동 및 창업시장에서 부딪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손쉬운 아르바이트 자리도 60대와 20대가 경합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 개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금의 회사는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정년연장 근본 대책 아닌 연명 수단 불과

청년취업자는 초6, 중3, 고3, 대학 4년까지 총 16년을 준비하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잡는다. 반면, 중.장년 구직자는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으로 사회에 진입한다. 어찌 보면 제자리를 잡는데 그만한 고생을 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마음마저도 준비되지 않은 채 배출되는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줄여야 한다. 개개인의 몫이 더 크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이제 너, 나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와 직결되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의 부모이고 형제이며 자식일 수 있기에 그렇다. 사람이 일을 한다는 의미는 생계수단 이상의 훨씬 큰 뜻을 지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진대 어울리고 부딪치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기 때문이다.

재직 중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기본적인 방향만이라도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사람을 사귀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사람은 정보이고 기회의 통로이며 필요할 때에 협력자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기 분야에 폭 넓게 평소 유대관계를 맺어 놓아야 한다. 사람이 자산이다.

도서관은 정보의 보고다. 사람이 하는 일은 거의 모두 관련서적을 비치하고 있다. 그 누군가는 내 분야의 선행연구자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적당히 고민하고 우선 결정된 분야에서 2년 정도는 진행해보고 다시 판단하자. 고민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과 적성이 맞는 분야라고 일단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갈 때까지 가보고 제대도 된 길인지를 판단하라.

재직자들은 명심하라. 은퇴는 개인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충격이다. 제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명함이 없어지는 상실감은 물론 지갑도 얇아지고 일과 삶 두 가지 모두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은퇴준비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제대로 준비하여야 한다. 은퇴난민이라는 미래의 모습을 진단한 보고서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취업하면서 바로 은퇴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이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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