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세력인 권문세가의 나라가 되어 백성들의 고달픔이 극에 달한 1388년 고려 말 우왕시절 나름의 우국충정을 갖고 있었던 고려조의 충신 최영 장군은 이성계, 조민수에게 각각 우군도통사, 좌군도통사의 직위를 주면서 요동정벌을 명한다. 떠오르는 해 명나라의 고려 영토에 대한 침략의욕을 조기에 분쇄 한다는 명분으로 기울대로 기울은 고려의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대군을 조직해서 나라의 존폐가 걸린 군사작전을 명한 것이다.

그 당시 고려 말의 정몽주, 권근,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사대부들은 이성계가 주동이 되어 회군을 한 것에 대하여 ‘반역이냐 나라를 위한 충정이냐’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우왕과 최영의 입장에서는 고려의 위신을 세우는 요동정벌의 대의를 훼손하면서 왕명을 거역한 이성계일당을 반역도당이라 정의하고 개경에 잔류한 병력을 중심으로 이들과의 일전을 벌임으로써 동족 간 에 피를 흘리는 처참한 전투를 치르게 된다. 엄격히 따지면 명분이 전혀 없는 신구세력 권력 간의 실익이 매우 없는 권력 간의 충돌이다.

이 대목에서 정도전이나 정몽주 등이 이성계의 현실적인 위화도회군을 평가하는 대목은 그 당시 절대적인 군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던 왕조시스템에서는 잘 수긍이 안 되지만, 고려 말의 썩어가는 관료제도와 군주제도에 대한 개혁의 당위성에 공감을 하는 두 사람은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성계의 회군을 적극내지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갖고 대처하게 된다.

반면에 권근과 같은 사대부들은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을 사회개혁을 위한 우국충정보다는 한 무인의 잘못된 정세판단이란 입장에서 우왕시절의 소용돌이 정국을 안정시키려 노력해 보지만, 종국에는 승리한 이성계의 권력과 암묵적으로 동거하면서 고려개혁에 대한 노력을 보태게 된다.

그 당시의 사건을 지금 왜 다시 꺼내는지 독자들이 짐작하겠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정을 맡은 주요 지도자들이 어떠한 인식으로 나라의 정책을 입안하고 권력을 운용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남북통일문제에서부터, 국내권력구조 개편문제, 그리고 정치개혁의 문제, 지방자치의 개혁에 대한 문제 등을 어떠한 관점에서 우리가 해석하고 이를 이해결하는 처방책을 내는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그 당시 노쇠한 장수 최영은 비록 국운은 기울었지만 고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요동정벌로 고려조정에 일신을 가하고 새로운 역사창조라는 카드를 생각하며 다소 무리수를 강행했던 것이고, 이를 잘 알지만, 요동으로 대군을 이끌고 행군하는 과정에서 심한 장마와 병마, 그리고 승리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아까운 군사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장수로써의 책임감과 더불어 회군으로 얻게 되는 권력에 대한 보이지 않는 기대감과 권문세가들의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반감 등이 그러한 예견치 못한 행동을 하게 하는 촉진제였을 것이다.

애국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이 그 들이 당시 누리고 있었던 권력을 포기할 수 있는 정도의 충정에 기반 하여 절대적인 확신을 기본 축으로 하고 그 토대위에서 아울러 철학적으로 잘 그들의 가슴속에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권력 앞에서는 욕심이 생기고 순순한 이성보다는 때론 사욕이 가미된 감성이 앞서서 애국을 명분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사적인 욕심을 어느 정도는 채우는 이중성에서 자유롭질 못하다. 굳이 지금 고려 말에 일어났던 사건에서 누가 더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하자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논코자 하는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을 보면서, 북한의 독재 권력을 보면서 느끼는 만고의 진리는 그 권력은 한시적으로 국민들에 의해서 위임받는 것이기에 국민을 위해서 쓰고 국민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북한정권은 이러한 판단의 잣대 범주밖에 있는 비정상국가이니 논외로 하기로 하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를 그럴 듯하게 하고 있는 21세기 초의 대한민국의 권력은 하나도 열도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고 국민들을 더 잘 섬긴다는 철학으로 무장한 준비된 성실한 일꾼들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도 중요하고 경험도 중요하다.

만약, 이러한 기준에 어긋나는 일들이 감지되면 권력운영의 최고책임자는 초심에서 가장 상식적인 기준으로 국민과 역사를 생각하면서 잘잘못을 과감하게 바로잡고 공명정대하게 권력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국민들이 감동할 것이다. 나라가 내우외환의 시기에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의 순기능적인 역할이 이러한 조건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2014.12.15박태우 고려대 교수/ 대한국립정치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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