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위기의 권시장, 행정도 위태위태

권선택 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을 노면트램 방식으로 결정했다. 대덕구에는 트램 방식으로 지선(支線)을 놓겠다고도 했다. 현실화된다면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하게 권장하는 교통정책의 대변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트램 염두에 뒀다면 설명 홍보 했어야 

트램은 무엇보다 기존 간선도로의 2~3차선을 내주는 방식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승용차 이용자들에겐 크게 불편을 주는 교통수단이다. 이젠 승용차 대신 도시철도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방식이다.

트램이 1호선 같은 ‘지하철’이나 지상 3~4m 위를 달리는 ‘고가(高架)’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노면 트램을 도입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앞으론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나 도시철도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젠 승용차를 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승용차 이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시민들이 많다면 트램 도입은 쉽지 않은 문제다. 권 시장이 트램 방식을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이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

권 시장의 트램 결정에는 이런 과정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2호선 결정을 위한 타운홀미팅에서 ‘노면트램 방식에 대한 설명(홍보)이 고가방식에 대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시민단체들이 반발했을까?

깜짝쇼가 돼 버린 2호선 결정 발표장

트램이 공약이긴 했으나 취임 이후 권 시장은 종종 ‘정치적 색깔을 빼고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말해, 공약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램 추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트램주의자들로부터 시도도 안 해보고 약속을 저버리느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고가 방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권 시장이 고가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2호선 결정 발표 당일까지도 시민단체는 고가로 가는 줄 알았다. 고가 방식 결정에 대비 권 시장 회견 직후 반대 입장을 밝히려다 트램으로 발표되자 회견장에서 그냥 철수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권 시장의 트램 발표는 트램 찬성파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든 ‘깜짝쇼’가 됐다. ‘예측 가능한’ 행정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행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면 시민들이 시장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권 시장은 발표 직전 시 관계자 몇 명에게 ‘트램 결정’을 통보하고 브리핑 자료를 주문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민단체조차 발표 직전까지 몰랐듯, 대전시 공무원들도 몰랐다고 한다. 물론 정상이 아니다. 2호선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권 시장을 위태위태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트램은 지금으로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도시에선 트램을 도입한 사례가 아직 없다. 울산 창원 수원이 트램을 시도했다. 울산 창원은 이런 문제점과 시재정 문제 때문에 사업을 포기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기존 도로에 트램을 놓은 방식은 ‘마이너스 교통 편익(트램의 도로 잠식)이 발생하는 점과 재정이 문제였다”고 했다.

수원시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검토 신청을 해놓은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탈락이 확정됐으나 발표만 안 한다는 소문도 있다. 수송능력이 낮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트램 방식으론 예타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생각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수원시는 고민에 빠져 있다.

2호선 연기·포기나 다름없는 트램 결정

권 시장이 선택한 트램은 수원시와 같은 방식이다. 수원은 노선의 길이(6km)도 대전(28km)보다 훨씬 짧고 비용도 1700억에 불과하다. 대전시가 트램으로 바꾸는 만큼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전문가들은 수원은 승인을 못 받고 있는 상태에서 기재부가 대전만 승인해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말한다. 트램 선택은 2호선이 미궁에 빠지게 됐음을 의미한다.

권 시장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 1000억원 소요가 예상된다는 대덕구 5km 지선(支線)을 전액 대전시 예산으로 하겠다는 것도 트램 방식으론 정부 도움을 받는 게 어렵다는 점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권 시장은 회견에서도 “2호선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서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결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지역에서 포기하거나 벽에 부닥친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권 시장이 도시철도는 꼭 해야 된다고 강조해온 만큼, 무기한 연기나 다름없는 트램이 권 시장이 본래 원하는 결론은 아니었을 것이다. 

위기의 시장, '돌파구' 찾는 결정일 수도

그런데도 트램을 선택했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트램은 위기에 처한 권 시장이 돌파구를 찾는 데 보다 ‘유의미한 결정’일 수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시민단체나 특정 지역 주민들이 ‘원군’이 돼 주기 바라는 마음도 있을지 모른다. 거기에다 자신의 트램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2호선이 정말 필요하다면 트램은 잘못된 선택이다. 2호선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방식이 고가에서 트램으로 바뀔 뿐 도시철도가 건설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시민들에게 권 시장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도시철도가 오락가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다. 경쟁 후보가 이렇게 하면, 나는 저렇게 하겠다고 어깃장 놓는 약속을 하고 용케 당선되면 공약의 덫에 걸려 혼선을 겪는다. 광주시도 전임 시장의 2호선 결정을 후임 시장이 백지화하려다 6개월 만에 제자리도 돌아왔다. 대전시 2호선은 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