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지만 지방자치 부활이후에 가장 큰 변화는 자치단체 스스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자치단체장 전권으로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그 이전에는 자치단체의 법규인 조례는 대부분 당시 내무부나 시‧도에서 주는 준칙(準則)에 따라 ‘승인간주(承認看做)처리’하여 제정하거나 개정하였고, 자체로 제‧개정하려는 조례안과, 예산안은 시‧도는 내무부장관의, 시‧군은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지방자치법에 ‘지방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지방의회의 의결을 요하는 사항은 시‧도에 있어서는 내무부장관의, 시‧군 및 자치구에 있어서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시행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공무원인사도 상급기관에서 주도하여 자치단체에 소속된 5급 이상 국가공무원은 내무부장관이, 지방5급 이상의 승진 및 교류와 일부 6급 이하의 경우에도 자치단체 간 교류는 시‧도지사의 방침에 따라 시행되었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을 제약하는 면이 없지 않았으나, 광역‧기초단체를 아우른 인사가 시행됨으로써 자치단체 간 균형을 이룰 수 있었고 특히 순환교류가 활발하였다.

자치단체장 인사권은 지방자치 기본으로 조직 장악하는 강력한 수단

자치단체장이 승진, 전보 등 인사에 전권을 가지는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으로서 조직을 장악하고 운영하는 수단으로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민선체제가 되면서 자치단체 단위로 인사를 시행함에 따라 일어나는 일부의 부작용이나 물의는 논외로 하고, 광역‧기초단체 간, 기초단체 상호간 교류가 사실상 단절되어 빚어지는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간부급 공무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근무지를 옮기고 싶어도 실현될 길이 막혀 사기가 떨어지거나 갈등 속에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 이후, 한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데는 장‧단점의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지방공무원은 대부분 그 지역 출신으로 안정된 가운데 애향심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무사안일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오랫동안 형성된 여러 형태의 연(緣)을 바탕으로 유대와 친밀감에서 지역의 일을 함께 도모해간다는 효과가 있지만, 때로는 친분에 따라 느슨한 법집행과 유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지역, 같은 기관에서 장기간 근무함으로써 지역의 사정을 앉아서도 환하게 알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관행으로 이어오는 업무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더욱이 ‘고인 물’이 되어 비교행정의 기회가 적음으로써 행정이 침체되고 행정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특히 ‘지역순혈주의(地域純血主義)’에 안주하면 동맥경화증에 걸려 경쟁력이 낮아지고 결국은 쇠퇴나 답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기관 간 인사교류 필요성 공감하지만 민선이후 인사교류는 난제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관 간 인사교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때로는 시도하면서도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자치단체장이 자기의 영역을 지키려고 하는 데다, 지자체 간 교류 대상자의 호‧불호에 따라 이를 서로 일치시키기 어렵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교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선 후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충남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시‧군 간 사무관급에 대한 인사교류를 추진한 바 있다. 일부 시장‧군수들이 교류의 필요성을 제기한 점도 계기가 되었다. 이에 시장‧군수의 내신을 받아 교류대상자를 파악하니 80명 가까이에 이르렀다. 이를 지역과 직렬 등을 고려하여 교류 안을 마련하고 시장‧군수의 의견을 타진하였으나, 막상 성사되기까지 난관이 한둘이 아니었다.

단체장이 보내려고 하는 인물은 상대 기관에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상대 기관에서 요구하는 사람은 보내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당초의 계획에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선에서 매듭을 짓게 되었고, 알게 모르게 교류대상자로 알려진 당사자들의 동요만 초래했을 만큼 민선이후 인사교류는 난제 가운데 하나다.

대전시-구, 구-구 인사교류 취지 살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얼마 전, 대전시에서는 시와 구 간, 구 상호간 인사교류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아울러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전출을 강제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차선책으로 ‘파견 형태’의 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주변을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거나 싫은 직원을 내보내려는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분석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큰 틀에서 취지를 살려 과감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일부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되도록 교류 당사자에게 신상이나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제도적인 조치마련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파견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비중이 있는 자리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동일 직위 간 상호교류 또는 순환교류를 시행하여야 하며, 더불어 일정 기간 근무 후에는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수용하는 원대복귀를 전제로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광역단체 간 교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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