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3농혁신 후 충남 농가소득 하위권 추락의 아이러니

안희정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3농혁신’이 진보적인 시민단체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전농 충남연맹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보도자료를 내고 “3농혁신은 충남농업의 핵심 정책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데 실제 농민들이 체감하고 통계와 수치상 내용을 보면 부족하기 그지없다”고 평가했다.

보도자료 제목은 ‘3농혁신 외치는 충남도 농업예산과 조례제정, 농정 참여제도 부실 부족!’이었다. 조례와 농민의 농정 참여에 한해 문제를 삼는 것으로 보이는 제목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안 지사의 농정 전반에 대한 비판과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깔린 혹평이다.

3농혁신 시작한 뒤 충남 농가소득 상위권 무너져

전농은 충남도 농정의 실상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장 놀랄 만한 점은 현재 농가소득 증가율이 꼴찌라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2003년~2013년) 충남의 농가소득 상승률은 10.5%로 전국 8개 도(제주도 제외) 가운데 8위였다. 1위 경북 54.2%는 물론 전국 평균 28%선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 결과 물가를 반영한 2013년 충남 농가의 실질소득은 1995년에 비해 오히려 5.5%로 감소한 반면 부채는 134%나 늘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충남도는 농가소득 순위가 이완구 지사 때까지는 1~3위권을 유지해왔으나 안 지사 이후 그게 무너졌다. 3농혁신이 시작된 2011년에는 8개 도 가운데 7위까지 밀렸다가 2012년 2위로 회복했으나 2013년 다시 6위로 떨어졌다.

아이러니다. 안 지사는 과거 어떤 지사보다도 농업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물론 농업정책은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3농혁신의 효과도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래도 ‘중농 정책’을 펴는 안 지사 때 농가소득이 되레 하위권으로 떨어진 점을 우연으로 보기도 어렵다.


 

도는 통계기준 적용에 있어 축산 비중이 높은 충남에 불리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한다. 그렇다면 축산파동 때마다 충남의 농가소득은 하위권으로 내려앉았어야 할 텐데 필자는 그럴 만한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농가소득 뿐 아니라 농정 전반에 침체와 쇠락

전농에 따르면 충남은 농가소득뿐 아니라 농정 전반에서 침체와 쇠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업농 비율이 감소하면서 겸업농 비율이 늘고 있고(전농은 농업만으로 힘들어 겸업이 는다는 의미로 봄), 경지 규모별 농산물 판매액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밭 면적 감소율이 전국 1위이고, 친환경 농가수도 정체상태다. 전농 관계자는 “3농혁신을 통해 충남도 농업이 나아졌다는 통계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업정책이라는 게 바로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대답뿐이다. “그렇다면 성과를 보일 만한 기미는 있느냐?”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다. 3농혁신에 대한 인지도가 초창기 20% 선에서 이젠 70~80%까지 높아졌다는 것을 성과로 들어야 할 정도다.

“지표 하락보다 안 지사의 진정성이 더 문제”

그러나 전농이 문제를 삼는 것은 부실한 성적과 지표 하락보다 안 지사가 농정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다. 말로는 3농혁신을 외치면서도 실상을 보면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게 전농의 판단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들이 있다.

우선 조례와 예산에서 3농혁신에 대한 안 지사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충남은 지역 특색에 맞는 특화사업이 거의 없을뿐더러 이를 조례로 법제화하는 경우도 없고, 농정 예산과 규모와 내용에서도 타시도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전농은 이렇게 묻는다. “만일 지난 선거에서 안 지사가 낙선했다면 3농혁신 정책은 어떻게 됐겠는가?” 지사가 바뀌어도 3농혁신이 지속되려면 이를 조례로 만들어 법제화해야 하는데 안 지사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 것이다. 조례는 재정 문제도 아닌 만큼 도지사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인 데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충남, 로컬푸드 강조하면서도 조례 제정 안해

지역 농산물은 가급적 그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로컬푸드 제도를 도입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선 이미 조례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안 지사도 로컬푸드 시스템의 필요성은 강조하지만 조례로 만들 계획은 아직 없어 보인다.

도 공무원들은 “학교급식 조례가 있어 로컬푸드 조례가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지만 급식조례는 모든 시도가 시행하고 있다. 로컬푸드 조례의 필요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안 지사와 도의회의 소통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조례 제정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농민보다 교수를 더 챙기는 안희정 농정

그래도 도지사가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다면 조례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으면서 말로만 혁신을 외치고 있는 꼴이니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안 지사의 이런 태도는 조례 뿐 아니라 예산 농민의 참여 등 농정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농의 시각이다.

전농은 충남도가 농정심의위원회의 구성에서 농민을 홀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충남도 농정심의위원 21명 가운데 농어민은 6명(전농은 5명이라고 주장)뿐이고 교수는 5명이나 된다. 강원도는 25명 중 14명이 농민이고, 경남도 농민 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농정에 가장 힘을 쏟는 충남에선 농민이 오히려 홀대받고 있다. 

농업정책의 성과를 조기에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걸 핑계로 뒷걸음질 하는 농정 지표까지 무시해선 안 된다. 안 지사는 전농이 내놓은 평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농의 비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충고를 소홀히 하면 3농혁신이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농심만 사려는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제 충남도는 ‘3농혁신 2단계’ 계획을 발표하면서 4조 원 넘게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의 농업 관련 예산의 전부임이 분명한 4조 원을 전부 ‘3농혁신’에 갖다 붙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일이 잘 안 될 때 이를 수치로서 가리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4조원이 그런 수치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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