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현장 | 세종시 고운뜰공원 축소논란

주민들 “계획대로 공원조성하라” 집단반발
LH “조성예시도는 구속력 없는 그림일 뿐”
1-1생활권 ‘뜨거운 감자’ 논란 확산 우려

LH세종특별본부가 지난 8일 고운뜰공원 축소 논란에 대해 설명회를 열고 해명하고 있다.
세종시 1-1생활권 입주예정자들이 생활권역 중심부 32만1186㎡(약10만평)를 차지하고 있는 ‘고운뜰공원’을 정상적으로 건설하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등을 상대로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1-1생활권 J아파트 입주예정자 서모(39) 씨는 “고운뜰공원의 장밋빛 청사진을 보고 1-1생활권 아파트를 선택했는데, 공원이 조성되는 모습을 보니 당초 제시된 청사진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계획대로 공원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인터넷커뮤니티에서도 ‘고운뜰공원 정상추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세종시닷컴 전용게시판에는 50여개의 항의성 글과 각 게시물마다 수십 개 댓글이 달렸다. 게시판은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수집한 각종 자료가 취합되고 유통되는 장소이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LH를 향한 성토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1-1생활권 주민들은 이곳(고운뜰공원)을 보고 들어왔는데, 주차장도 없고 둘레길, 정상부 공원시설이 모두 사라졌다”며 “가족과 함께 공원에서 돗자리 펴고 김밥 먹는 것을 상상했는데,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상실감을 토로했다.

일부 주민은 “LH가 공원조성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계획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근엔 “집단적인 힘을 보여줘야 원안대로 공원이 조성될 것”이라며 단체행동을 지지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주민들이 이처럼 분노하고 있는 핵심 이유는 1-1생활권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포함된 ‘고운뜰공원 조성예시도’ 때문이다. LH가 지난 2009년 1월 제시한 이 조성예시도를 보면 고운뜰공원 정상부는 별빛정원과 천체전망대, 편의시설과 체육시설까지 잘 갖춘 근린공원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이후 아파트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 그림을 분양홍보에 이용했다.

그러나 2012년 7월 제시된 실시설계도에는 조성예시도에 표현됐던 각종 시설이 누락됐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10월 공사착공 이후 조성예시도와 실제 실시설계도 사이에 차이점이 많다는 점을 일부 주민들이 발견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LH측은 “조성예시도는 말 그대로 기본구상을 추상적 그림으로 표현한 것일 뿐, 법적구속력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조성예시도를 설계도면으로 알았다면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지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강변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주민들에게 먹혀들 리 없었다. 오히려 의혹만 증폭됐다. 그 사이 입주예정자 대표들을 중심으로 대책기구 결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 결과 주민들은 지난달 20일 ‘고운뜰공원 정상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단이 선출됐고 주민들의 위임장도 취합됐다.

온라인을 달구던 민원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확장되자 LH도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LH 세종특별본부는 1-1생활권 주민들을 상대로 ‘고운뜰공원 설명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8일 오후 LH 현장사무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주민들의 날선 질의와 LH 해명이 치열하게 오고갔다. 

이 자리에서 제기된 주민들의 의구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2007년 5월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에서 고운뜰공원이 ‘보존형’으로 지정됐음을 알면서도 LH는 왜 2009년에 지구단위계획 지침을 작성하면서 조성예시도를 화려하게 그려 넣어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는지.

둘째, 건설사들이 조성예시도를 이용해 분양홍보에 열을 올릴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이를 제지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현재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지.

셋째, 공정률이 70%에 이르렀다는데, 무덤이나 묘비석이 방치되고 진입로와 산책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계도면에도 못 미치는 부실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입주예정자 A씨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존형 공원으로 결정된 것을 알면서도 그럴싸한 조성예시도를 만들어 주택수요자들을 현혹했다”며 “건설사가 이를 분양홍보에 활용했다하더라도 LH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명백한 사기분양이다.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H에게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입주예정자 B씨는 “고운뜰공원이 마음에 들어 LH가 분양하는 단독택지를 분양받았다”며 “LH와 직접 계약했는데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 할 생각이냐”고 따져 물었다.

‘고운뜰공원 정상추진위원회’는 행복도시건설청과 LH가 조금 더 전향적으로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하고 있다.

황준식 위원장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LH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열람만 하고 복사는 하지 말라는 답을 들었고, 책임 있는 분들을 만나고 싶어 행복청장과 LH 본부장에게 수차례 면담요청을 했지만, 이마저 거절당했다”며 “소통은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민원인을 이처럼 대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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