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잉인모임 회장 송상문 진미식품 대표, 총무 대한철강 김종찬 대표

대전 가업승계 기업 중 2.3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미래경영인모임 회원들.

-미경모임, 20여곳에서 올 들어 30곳로 늘어…가업승계 ‘활발’
-회원들, 전면에 나서 기업의 사회 환원 구체적 계획 내놓을 듯
-미경모임 아닌 2세 경영 비롯 언론계도 2세 가족기업 잇따라


한국특수메탈공업㈜ 방기봉, 잘 풀리는 화장지로 유명한 미래생활㈜ 변재락, ㈜삼진정밀 정태희, ㈜미건의료기 이재화, 유성관광㈜유성컨트리클럽 강은모, 동아연필㈜ 김학재, ㈜진미식품 송상문, 계룡건설산업㈜ 이승찬, ㈜금성백조주택 정대식 등등. 

이 기업인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전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면서 기업 CEO들이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창업주가 아닌, 부모가 세운 기업을 승계한 2세 또는 3세 경영인들이다. 그럼에도,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인이란 평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대전의 향토(중소)기업 중 창업 1세대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이들 기업의 가업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10~20년 전부터 승계가 이뤄지면서 이제는 2세 경영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2세 경영체제는 전문경영인 못잖은 능력을 보여 1세 때 보다 기업을 더 키워내는 경우가 많아 지역경제계에서 젊은 기업인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2세 경영인들은 미래경영인모임(이하 미경모임), 가업승계기업협의회 등을 통해 법·경영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연구하고, 정보교환·네트워크 구축 등 경제현안을 공동으로 대처하기도 한다. 

미경모임 ‘2세·3세 경영 승계’ 정착

방기봉 대표
대전의 대표적인 2세 경영인은 방기봉(56) 한국특수메탈 대표. 그는 2007년 5월 설립된 (대전지역)‘미래경영인모임’의 초대 회장을 맡았고 이후 두 차례 정도 더 회장직을 수행했다. 

2남 7녀 중 차남인 방 대표가 기업의 경영권을 공식 승계한 건 창업주이자 선친인 고(故) 방길동 전 대표가 작고한 지난 2000년. 미경모임에서도 가장 연장자다. 

방 대표의 선친인 방길동 전 대표는 특수금속 박종윤 사장과 1960년대 유성골프장 설립자인 유봉선 회장 등이 세운 특수금속에서 함께 일하다 독립해 지금의 한국특수메탈을 세운 CEO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변재락(53) 미래생활 대표는 과거 ‘비바’, ‘뽀삐’ 등이 대세를 이루던 ‘두 글자’ 화장지 이름의 공식을 깬 ‘잘 풀리는 집’으로 유명한 CEO다. 

화장지의 대명사겪인 모나리자. 이는 변 대표의 부친 변태섭 전 미래생활 명예회장이 지난 1976년 대전 동구 자양동에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화장지 가공업을 시작하며 세운 기업이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부도, 화의신청, 법정관리 등 풍파를 겪으며 따로 독립해 미래생활을 세운 변 대표는 현재 모나리자와 경쟁관계에 있을 만큼 재기에 성공한 CEO로 평가 받고 있다. 미래생활이 모나리자로부터 탄생했지만 ‘가업 승계’보다는 ‘업’을 물려받았다는 표현이 더 맞다는 게 변 대표의 생각이라고 한다. 

‘장충동왕족발’ 하면 수도권 기업일 법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장충동왕족발은 신신자 대표가 세운 대전 향토기업. 현재 외동딸인 권현주 이사가 가업승계를 위해 어머니 곁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김석원 금성건설㈜ 상무이사 역시 창업주인 김주일 현 회장의 아들이다. 김 회장이 지난 1970년 창업한 기업의 경영권을 잇기 위해 역시 아버지 곁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김종찬 ㈜대한철강 이사 역시 창업주인 부친이 세운 기업을 잇고 있다. 현재 미경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 

박률 ㈜우석건설 상무이사는 창업주인 박해상 현 회장(현 대한건설협회 충남도·세종시회장)의 아들이다. 박 상무 역시 부친 곁에서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송상문 ㈜진미식품 대표는 3세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진미식품은 가업 3대로 전통식품 업계의 장수기업으로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선 기업. 


진미식품은 1대 송희백 창업주가 일제시절 일본인 장유공장에 근무한 인연과 안목으로 1948년 대창장유사를 설립한 후 송씨네 장맛 64년을 이어가고 있다. 2대 송인섭(현 회장, 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3대 송상문으로 가업을 잇고 있다. 송 대표는 현재 미경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윤인중 ㈜중앙백신연구소 대표는 지난 1999년 지병으로 작고한 선친 고 윤지병 전 대표의 뒤를 이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승찬 대표(총괄부사장)
윤 대표의 부모님은 모두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온 엘리트. 선친인 윤지병 전 대표는 중앙백신연구소를 설립하기 전에 농림부 산하 가축위생연구소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그러다 대전으로 내려와 동물병원을 열었고, 이후 1968년 동물백신제조사인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를 설립한 것이 현 기업의 모태다.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대표는 지난달 28일 법인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의 전면에 나선 CEO다. 이 대표는 계룡건설 창업주인 이인구 명예회장의 8녀1남 중 막내외아들이다. 

정대식 부사장
정대식 ㈜금성백조주택 부사장 역시 2012년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부친 곁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역시 정성욱 회장의 외아들이며, 미국 부동산과 경영학 석사 출신답게 분양하는 곳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지금의 아파트 브랜드 ‘예미지(藝美智)’를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경모임 회원이다. 

30~40년, 길게는 60년 이상 장수기업 2세 경영인 ‘주목’

장수기업 중 소위 '잘 나가는' 2·3세 경영인들도 꽤 많다. 

손종현 대표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현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인 손종현 남선기공 대표다. 선친이자 창업주인 고 손중만 회장의 뒤를 이어 기업을 이끌고 있다. 손 대표의 장남인 손유구 상무도 지난 2010년 합류해 3세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남선기공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0년 사장에 취임한 유동현 오성철강 대표는 창업주 유재욱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하이스코 냉연 영업팀에서 근무했고, 2008년 6월부터 오성철강 서울사무소장 등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언론계에도 가족기업이 있다. 지난 2011년 4월 취임한 남상현 대전일보 사장은 고 남정섭 전 회장의 손녀로 3세 경영인이다. 

의료계에선 선두훈 선병원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선승훈 선병원 의료원장, 선경훈 선치과병원장이 선병원을 세운 고 선호영 박사의 둘째, 셋째, 넷째 아들이다. 선병원은 삼형제가 운영하는 병원으로도 유명하다. 

남정훈 성세병원 원장도 2세 경영인이다. 성재원 설립자인 고 남시균 박사의 차남으로 10여년 전 별세한 선친의 뒤를 이어 어머니인 박이영 이사장을 돕기 위해 다니던 대한항공을 퇴사하고 현재 대전에서 성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공업사인 삼화모터스 박종민 대표 역시 2세 경영인이다. 부친은 삼화모터스의 전신인 신광택시 박영규 사장. 박 사장은 전국택시조합 이사장과 대전고총동창회장을 지냈다.

박정수 ㈜세창 대표도 2세 경영인으로 대전에서 꽤 알려진 경영인이다. 부친은 세창의 전신인 특수금속 박종윤 사장. 박 사장은 1960년대 유성골프장 설립자인 유봉선 회장이 세운 특수금속이 일본인에 넘어 갔을 때 이를 인수했다. 

박종윤 전 특수금속 사장과 유봉선 전 유성CC 회장 및 한국특수메탈을 세운 방길동 전 대표 등 3명은 과거 특수금속의 창립 공신들이다.      

이처럼 향토기업인들이 잇따라 2·3세 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은 기업들이 한국전쟁 전후 길게는 60~7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가면서 1세 창업주들이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고 있기 때문. 

2012년 기준 대전·충남지역 기업 중 16%의 전문경영인(CEO)이 60세 이상으로 전국평균율(14.3%)을 넘어 2세 경영인체제로의 변화는 자연스럽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만한 대기업 수준의 기업체가 많지 않은 것도 2세 경영인들이 가업을 이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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