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의 방관자 행정
안희정 지사의 방관자 행정
  • 김학용
  • 승인 2014.09.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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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입장

어떤 군수(郡守)가 한 마을 앞 하천을 막아 보(洑)를 만들려고 한다. 주민 가운데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때 마을 이장(里長)이 취할 수 있는 행동 유형은 대략 3가지다.

군수님 사업을 대하는 마을 이장의 유형

김학용 주필

①자기 의견대로 관철하려고 하는 이장 ②주민들의 다수 의견을 존중하려는 이장 ③의견수렴도 않고 수수방관하는 이장이다. 어떤 이장이라도 갈등이 커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우선은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보려고 노력은 해볼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면 위의 3가지 입장 중 하나를 취하게 돼 있다.
지금 안희정 지사가 이장을 맡는다면 ‘③유형’에 해당될지 모른다. 가급적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수파와 소수파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이장이다. 자기 고집과 논리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는 ‘386 정치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에 관한 한, 안 지사는 세번째 이장의 입장을 취해 왔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시민단체에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후로는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반대파의 경우 지금도 안 지사에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

가로림만 사업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안희정 
 
그동안 도가 환경부에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다”는 식으로 보도돼 왔지만, 도에 물어 보니 사실과 다르다. 충남도는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와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지 조력발전소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충남도는 조력발전소 건설에 법적으로 권한 행위를 할 수 없는 처지여서 찬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할 이유는 없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어서 충남도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충남도의 의견을 물어오는 데 대해 ‘크게 미흡하다’는 답변서를 보낸 상태다. 최종 결론에 앞서 최근 환경부가 다시 한번 충남도의 의견을 물어왔고, 도는 “평가가 부실하다”는 입장을 곧 전달할 예정이다. 
 
조력발전소의 사업허가권은 산자부가 갖고 있지만 추진 여부는 환경부의 결론에 달렸다. 사업자인 서부발전(주)이 낸 환경영향 평가서를 환경부가 수용하면 가로림만조력발전소는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환경부가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로림만 일대에는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조2천억 넘는 사업에도 입 다문 도지사

시민단체와 반대론자들은 안 지사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주지 않는 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3년 전에도  “안 지사는 지방정부의 권한 한계론을 내세워 가로림만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안 지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도지사가 모든 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사업비가 1조2천억 원이 넘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은 개발의 이익과 보존의 가치를 따져 충남도 차원에서 가부(可否)를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일에 나설 수 없다면 도지사가 할 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마을 이장이 “군수님이 하는 일이니 난 몰라요”라고 하는 태도와 뭐가 다른가? 동네 사람들끼리 찬반이 갈리면서 갈등이 커지고 고소 고발이 난무해도, “난 상관 않겠소. 제발 나를 끌어들이지 마시오” 하는 이장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경우 이장 노릇도 쉽지는 않다. 어느 한 쪽 편을 들면 상대편과는 등을 지게 된다. 현실에선 조정과 타협도 쉽지 않다.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이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장이 아무 일도 못 한다면 이장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이장은 마을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판단해서 군수에게 ‘마을 입장’을 전달하고, 군수가 들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다수 의견을 ‘마을 입장’으로 삼을 수도 있고, 이장 자신의 양심으로 판단한 소신을 따를 수도 있다. ‘충남도의 이장’ 안 지사는 어떤 것도 안 하고 있다.
 
도지사는 ‘공정한 심판자’로 충분?

안 지사는 ‘공정한 심판자’의 입장에서 가로림만 조력발전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청 간부들에게도 찬반 어느 쪽도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가로림만 문제에서 안 지사는 심판관이다. 다만 해당 지역 주민의 피해를 줄이려 노력하는 심판이다.

심판에겐 결과보다는 과정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조력발전소 사업을 하든 말든 공정하게만 처리되면 상관하지 않겠다는 게 안 지사의 입장 같다. 겉으론 그렇다. 자기 고집만 너무 내세우는 자치단체장들의 모습에 질려 있는 사람들에게 안 지사의 태도는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감사부서 직원들이 할 일이다. 도지사의 임무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그동안 안 지사가 해온 말이나 공약을 보면, 그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는 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나? 무책임인가? 전략인가? 무책임이라면 무능하다는 말이니 더 논할 것도 없다. 전략으로 봐야할 텐데,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혹은 누구를 위한 전략인가?
 
주민들 “안 지사는 정치적 방관”

도지사가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주민 갈등을 더 키울 것으로 보고 일부러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을 수 있다. 취지는 가상하나 사안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주민 갈등도 문제지만 환경피해보다 클 수는 없다. 이미 ‘주만 갈등’이 심각해진 상태이니 실패한 전략이다.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도지사가 일찍 나섰어야 한다고 했다. 갈등이 길어지고 주민들끼리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서 이웃 사람들이 원수처럼 되어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찬성파든 반대파든 안 지사의 태도를 ‘정치적 방관’으로 보고 있다. 반대파의 한 주민은 “정치인들 다 그런 거 아니냐”고 했고, 찬성파 주민도 “정치 제대로 하는 사람 있느냐”고 반문한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까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어떤 의도였든 안 지사의 방관적 태도는 잘못이다. 찬성이든 반대든, 혹은 조건부 찬성이든 결사반대든 기본 입장을 내놓고 그것으로 중앙정부와 협상하고 투쟁해야 했다. 그래야 설사 사업허가가 나는 한이 있어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할 수 있다. 환경부가 내려 보내는 환경영향평가 카드 항목에 O X나 치는 구경꾼 도지사는 되지 말아야 했다.
 
‘치열하지 못한 도정’ 때문 아닌가?
 
정부 사업이지만 지방분권 차원에서라도 사업의 결정 과정에 충남도가 적극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권한 타령만 하고 있으면 관선 도지사와 뭐가 다른가? 무엇보다 이 문제는 안 지사가 강조하는 생태와 환경에 관한 문제다. 환경이 소중하다면서도 대규모 환경파괴가 예상되는 문제가 발등에 떨어졌는 데도 남의 일 보듯 할 수는 없다.
 
안 지사에게 가로림만 문제는 ‘전략적 방관’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안 지사는 왜 이런 식으로 다루고 있나?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이쪽도 저쪽도 아니고... 혹시 주변에서 그것을 노련하고 세련된 수법으로 권한 측근이 있나? 중대 사안에서 ‘전략적 방관’은 치열한 도정을 펼치는 도지사에겐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그건 ‘정치적 목적의 방관’일 뿐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문제가 안 지사의 ‘치열하지 못한 도정(道政)’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로림만 문제 같은 ‘방관자적 행정’은 더 없는가? 가로림만 문제의 결판이 임박해서 ‘뒷북 칼럼’이라도 써서 안 지사에게 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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