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세종은 사람들에게 꼭 최종 목적지가 아니어도 기차 타고 오가는 길에 잠시 들르게 되는 틈새 여행지 역할을 한다. 역 주변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주전부리도 즐기면서 한숨 쉬어 가는 여행은 어떨까.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대전역, 경부선과 충북선이 만나는 조치원역. 이 두 역은 기차 환승을 위해 흔히 승객들이 잠시 하차하게 되는 역들이다. 

기차를 갈아탈 겸 내린 역에서는 목적지를 살짝 미뤄두고 출출한 배를 달래고 싶어진다. 막간을 이용해 먹고 올 수 있는 기차역 근처 맛집과 주전부리를 소개한다.

대전역 주변에는 널리 알려져 있진 않아도 의외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꽤 있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집부터 하루에 딱 2시간만 장사하는 저렴한 육회집까지 다양하다. 순대와 냉면 등 메뉴 역시 역전이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제법 다양하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대전 지역민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칼국수와 두루치기를 꼽을 수 있다. 

칼국수와 두루치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역 주변 인쇄거리의 신도칼국수를 찾았다. 1961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니 역사가 꽤 깊다. 

식당 벽에는 1960~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변화한 이 집의 칼국수 그릇들이 자랑스럽게 장식돼 있다.

대전의 칼국수는 가락국수와 함께 워낙 유명하나 두루치기는 다소 이색적이다. 

흔히 두루치기라면 돼지고기를 떠올리는데, 이곳은 두부두루치기 전문점이다. 언뜻봐선 두부조림과 유사해 보인다. 

조림보다는 맛이 심심한 편이어서 밥 반찬 뿐 아니라 두루치기 하나만으로도 양껏 먹을 수 있다. 파와 양파 등 채소가 풍성하게 들어간 두부두루치기는 살짝 매콤한 맛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

사골국물이 들어가서일까. 호박 같은 채소 하나 들어가지 않아도 그다지 아쉽지 않다. 이런 진한 맛이 그 옛날 서민들의 주린 배와 입을 위로했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가격 착한 더치커피와 튀김소보로 한입

대전역에서 하차하면 유독 고소한 냄새로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바로 대전의 대표 제과제빵 브랜드인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전문점이다. 

중구 은행동 본점을 비롯해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대전점, 그리고 대전역사 내에 분점이 있어 따끈한 튀김소보로를 맛볼 수 있다. 소보로빵 특유의 바삭함과 부드러움, 팥의 달달함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칼국수와 두루치기로 화끈해진 입안을 시원하게 달랠 수 있다. 이곳에선 3000원이라는 제법 착한 가격(?)과는 다르게 더치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키면 500cc 컵에 커피를 가득 담아 준다. 

손잡이며 모양까지 딱 500cc 맥주잔과 흡사하다. 무더운 한낮, 맥주는 마시지 못해도 얼음 가득 든 아이스커피를 맥주처럼 벌컥벌컥 들이키며 갈증을 달래기 좋다. 튀김소보로와 함께 먹으면 딱 어울린다. 

조치원역 앞, 설렁탕 한 뚝배기 하실래예~

세종시 조치원역 일대. 여행 중 식사부터 제대로 챙겨 먹어야겠다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그저 한 그릇에 허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설렁탕이 제격이다. 

더운 날 유독 땀을 많이 흘렸다면 속까지 얼리는 냉면보다는 되레 설렁탕으로 뜨겁게 몸을 보하는 것도 몸 보신의 한 방법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말끔하게 유니폼을 입고 설렁탕을 먹는 조치원역 역무원들이 보인다. 인근 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찾는 밥집이라면 제법 믿을 만하다. 

이곳은 할아버지, 할머니 등 어르신 손님들도 꽤 많다. 젊은 사람 입맛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한 그릇 말끔히 비울 수 있는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인기다. 

설렁탕에 넣는 소금은 이 집에서 직접 볶은 것을 쓴다. 사실 설렁탕에 소금을 넣지 않아도 심심한 듯 육수의 맛을 느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만큼 정성껏 사골을 우려냈다는 얘기다. 

손님은 많지만 가게는 늘 조용한 편이다. 밥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왁자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좋다. 혼자 가서 먹어도 마음 편하다.

조치원역에서 10분쯤 걷거나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에 전통시장이 있다. 이곳이 조치원시장에서 최근 이름을 바꾼 세종전통시장이다. 덮개를 씌운 시장은 뙤약볕을 피해 더위를 식히거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쉼터다.

이 집의 ‘왕천파닭’은 바로 튀겨낸 닭을 기름을 뺀 후 종이상자에 담고, 그 위에 파 한 움큼과 얇게 저민 생마늘, 레몬 한 조각을 올려 나온다. 소스는 따로 없어서 기존의 파닭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다소 밋밋한 맛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치킨 하나만 보자면 맛이나 양이나 만족할 만하다.

방금 튀겨낸 치킨을 한입 베어 무니 바삭한 감칠맛이 절로 맥주 한 잔 생각나게 한다. 간이 짭짤해서 더욱 그렇다. 닭은 냉장 유통되는 하림 생닭을 쓰고, 반죽에는 양파와 마늘 등 천연 재료만 넣는단다. 그래서 뒷맛이 느끼하지 않다.

찌는 듯한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대한민국 방방곡곡은 아직도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이 있다. 차를 몰고 가자니 교통체증이 걱정이고, 운전하는 것도 꽤 피곤하다. 혹은 차가 없거나 운전에 자신 없는 이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코레일에서 자유여행패스 ‘하나로’를 판매한다. 만 25세 이하만 구입 가능했던 ‘내일로’와는 달리 만 26세 이상 성인에게 판매하는 기차 패스다. KTX를 제외한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로에 한해 3일간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좌석은 따로 정해지지 않고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티켓 가격은 5만6000원. 사용 개시일부터 3일간 사용 가능하고, 7일 전부터 기차역과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하나로 티켓 한 장이면 어디든 차비 걱정 없이 기차 여행의 낭만을 만끽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기차를 타는 동안만큼은 둘이 꼭 붙어 다녀야 하는 커플 패스 ‘다소니’는 하나로와 같은 조건이고, 2인 티켓이 8만9000원이다. 

여행정보

* 대전역
신도칼국수 : 칼국수, 두부두루치기 / 대전 동구 대전로825번길 11 / 042-253-6799
커피오피스 : 더치커피 / 대전 동구 대전로 818 / 010-8253-3884

* 조치원역
세종설렁탕 : 설렁탕 / 세종 조치원읍 조치원2길 10 / 044-868-6709
왕천파닭 : 치킨 / 세종 조치원읍 조치원8길 16 / 044-862-4088

1.주변 여행지

한밭수목원 : 대전 서구 둔산대로 135 / 042-472-4972
국립중앙과학관 :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481 / 042-601-7894
세종호수공원 : 세종 연기면 세종리 183-9

2.숙소

장태산자연휴양림 : 대전 서구 장안로 461 / 042-270-7883 / korean.visitkorea.or.kr
금강자연휴양림 : 세종 금남면 산림박물관길 110 / 041-850-2686 / korean.visitkorea.or.kr
유성호텔 : 대전 유성구 온천로 9 / 042-820-0100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