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도시민들의 꿈 가운데 하나는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이는 삭막한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지친 심신에 쉼표를 찍어보고자 함이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귀소본능일 수도 있다.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친구들 가운데도 얼마의 농지를 마련하여 지내고 있는 경우가 여럿이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서툰 농사에 힘이 들고 사서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임은 이미 짐작했던 터라 감내할 수 있지만,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현직에 있을 때에 뜻을 둔 동네의 주민들과 교류를 맺어가며 민원상담은 물론이고 마을 일에 앞장섬으로써 자연스럽게 동화해 나갔고, 한 친구는 땅을 구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주민모임에 적극 참여하여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익숙하지 않은 일에 싫증이 돋는데다가, 세거(世居)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여 결국 땅을 처분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만큼 한 개인이 작은 공간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데도 준비와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대규모 공간에 들어가 섞여 살아가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찌 모두 순탄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종시와 내포 신도시의 불편한 생활

예를 들어 충청도 두 곳에서 진행되는 역사의 현장에서 그런 현상을 찾아보게 된다. 하나는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정부기관 이전에 따라 수도권에서 많은 공무원들과 가족들이 이주해 오고 있고, 다른 하나는 내포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도청을 비롯한 도 단위 기관들이 옮기면서 여기에는 주로 대전에서 거주하던 공무원과 가족들이 새 둥지를 틀고 있다.

이처럼 직장을 따라 생활근거지를 옮기는 일은 당사자들에게는 낯선 곳에 정착하는 데 따라  심리적, 경제적으로나 나름의 사정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기대와 환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주민들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더디고 다르게 나타나는 효과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례로 정부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한지 올해로 3년차를 맞고 있지만, 공무원 10명 가운데 4명만이 세종시로 이주했고 아직도 6명은 수도권이나 대전 등지에서 통근을 한다면서, 이로 인하여 오랜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어 피로가 가중되고 업무에 비능률을 초래하는데도, 정부 예산으로 막대한 통근버스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정주여건이 미흡하고 자녀들의 학업이나 맞벌이 등과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이주를 못하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내포 주민과 이주 공무원들의 간극

그러면 내포신도시는 어떤가? 내포와 대전권은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인 동질성으로 갈등현상은 엷다고 본다. 다만, 입주 초기에 일부 서비스 업종과 공무원들 간에 보였던 다소의 견해차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음식점을 보더라도, 음식점 주인들은 “공무원들이 권위적인 자세로 무리한 서비스를 받으려 하고, 영업방식에 까지 간섭하여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가 하면, 공무원들은 “종업원들의 무뚝뚝한 말투와 불친절한 서비스로 누가 주인인지 손님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들린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같은 눈높이를 가져 주기를 기대하는 반면, 공무원들은 그동안 받아 왔던 서비스와의 격차에서 오는 불편함과 조언에 보이는 반응에 대하여 서운함을 갖는다. 같은 사항을 놓고 그만큼 간극이 보인다.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들이 지역에서 거주하지 않고 통근을 하면서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데에 대한 비난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죽해야 고생스러운 통근을 마다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세종시에 기꺼이 이주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하게 마련해 주고, 당사자들도 직주일치(職住一致)의 개념으로 조속히 직장 인근에 거소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역지사지로 손 내밀어 함께 해야

내포에 이주한 공무원들도 그동안 익숙한 메뉴와 서비스에서 달라진 점을 수용하면서 점진적인 변화가 번지도록 기다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뜻으로 한 말 한마디나, 다소의 미숙함을 이야기 한 것이 업주나 주민들에게 고압적으로 보이거나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내포지역은 충청도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이다. 때로는 퉁명스럽고, 행동이 느린 것 같아도 그 심성은 착하고 본질은 너그럽다. 음식이 다소 입맛에 맞지 않거나 눈에 거스르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맞추어 나갔으면 한다.

주민들 또한 생각을 한 번 더 깊게 가질 필요가 있다. 어쨌든 고충과 불편을 무릅쓰고 찾아 온 사람들이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요구와 조언을 귀찮은 투정이나 간섭으로 여기지 말고 ‘나를 위한 훈수’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세종이나 내포신도시가 나라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 대의를 쫓아 서로 한 발 더 다가서고 한 손 더 내미는 그 길이 최선이고, 아울러 그것은 물리적 공간조성보다도 더 앞에 두어야 할 순서다. 그리고 역지사지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더없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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