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파행 천태만상] ②아산·서산·당진·논산시의회

충남지역 일부 기초의회가 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다수당의 독식 또는 당내 내홍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특히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도 의장단 선거에서 당내 표 이탈로 사전 조율된 후보가 의장에서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원들 간 불신과 반목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또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따갑다.

아산·서산·당진·논산시의회, 사전 조율 후보 '낙마'..당내 이탈 표에 '한숨'

아산시의회와 서산시의회, 당진시의회, 논산시의회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먼저 아산시의회는 지난 4일 전반기 의장단 선거를 비롯한 원구성을 진행했다. 총 15명의 의원 가운데 9석을 차지한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은 조철기 의원을 의장으로 조율했다.

하지만 같은 당 의원 2명이 이탈해 새누리당 6명과 표를 모아 새정치연합 유기준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9:6의 절대적인 수적 우위 속에 부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3석 중 2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간 점을 감안할 때, 새정치연합에서 빠져나간 2표가 결정적이었다.  이에 나머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개원식에 불참하는 등 현재까지도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서산시의회도 비슷한 양상으로 의원 간 대립을 겪었다. 서산시의회는 새누리당이 7명, 새정치연합이 6명으로 구성됐다.

총 13명 표 중 7표를 얻은 새정치연합 장승재 의원이 의장에 당선된 반면, 당초 새누리당이 내부적으로 조율했던 한규남 의원(6표)은 낙선했다.

이러자 한규남 의원과 우종재 의원을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내정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배신자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반발했다.

당진시의회는 소수당 의원들 간 분열 양상을 보였다. 5석으로, 새누리당(7석)에 2석 적은 새정치연합은 양창모 의원이 의장 선거에 나섰지만, 2명이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며 고배를 마셨다. 이러면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논산시의회도 12석 중 다수 의석(7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당초 내세운 이충렬 의원이 탈락하고, 같은 당 임종진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면서 한바탕 분란을 겪었다.

'배신' vs '소신'..불신과 반목의 원구성 파행 막을 방법은?

상황이 이렇자 일부 시의회는 각본을 새로 쓴 의원들을 ‘배신자’, ‘해당(害黨) 행위자’로 규정해 당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거나 탈당을 촉구하는 등 열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같은 정당의 동료의원을 배신하고 상대당과 결탁해 의장이 되는 것은 정치 도의를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반면 당사자들은 ‘소신 투표’, ‘정당한 정치행위’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 아산시의원은 “상대 당이라고 해도 의장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이 있었기 때문에 표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의회가 원구성 이후 갈등과 파행을 겪는 이유는 다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의장단을 독식하려는 관행과 당내 조율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는 의장 선출방식이 후보자 등록 이후 자유투표가 아닌, 의원 전체가 후보가 되는 ‘교황선출’ 방식으로 인한 폐해란 지적이다.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생활 정치를 하는 지방의원들이 정당공천을 하고 있는 것부터 문제”라며 “지방의원이 정당에 예속되는 조직문화 자체가 풀뿌리 지방정치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당의 입장에 따라 원구성을 하는 것도 정당정치에 예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교황선출 방식처럼 누가 의회와 상임위를 꾸려갈 지 모르는 상태에서 야합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분명한 출마 선언을 하고 비전과 목표에 대한 소신을 밝힌 뒤 건전한 토론을 거쳐 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해야 정당을 초월한 바람직한 풀뿌리 지방정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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