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파행 천태만상] ① 동구의회 및 유성구의회

대전과 충남지역 각 자치단체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지방 의회 또한 새로운 인물로 새시대를 맞고 있는 가운데 원구성 과정에서 원내 의원들간 야합과 배신, 이합집산 등으로 잇따라 파행을 겪으면서 지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디트뉴스는 앞으로 6차례의 시리즈를 통해 대전과 충남지역 각 의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꼴불견을 적나라하게 보도한 뒤 이에 대한 대안과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이달초 민선 7기가 공식 출범했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개원식도 못한 채 파행을 겪고 있는 곳이 있다.

그나마 동구의회와 유성구의회는 적어도 개원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원구성에는 성공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기 충분할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먼저 동구의회부터 보자.

동구의회, 다수당 새누리당이 원구성 독식하려다 파행

동구 의회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11명이 당선됐다. 이들 중 류택호 박선용 오관영 원용석 김종성 박영순 의원 등 6명이 새누리당이고, 강정규 이나영 심현보 송석범 박민자 의원 등 5명이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동구의회는 지난 15일 의장단 선거를 진행했지만 그 보다 앞서 양당간 협의가 진행됐다. 원구성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소수당인 새정치연합간 의석수의 차이는 한 석에 불과했지만 새누리당은 한 석이 아닌 모두를 차지한 듯 보였다.

그 결과로 새누리당이 원구성을 독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즉 의장과 부의장은 물론, 의회 운영위원장과 기획행정위원장, 도시복지위원장을 모두 새누리당이 독차지하려 했다는 얘기다.

당연히 소수당인 새정치연합은 반발했다. 자신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주장은 그저 주장에 그쳤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독자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의장단을 구성했다. 류택호 의원이 의장을, 박선용 의원이 부의장을 차지했다.

적어도 이때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나름대로 합심해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듯 모였다. 이들은 15일 성명을 통해 "소통과 불통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규탄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의회주의의 원칙인 양보와 타협을 무시한채 민심을 외면하고 의회를 독식하려 한다"고 새누리당을 공격했었다.

상임위원장 1석 배정에 새정치 강정규 의원 당론 어기고 돌출 행동

이때 새정치연합으로는 소위 '배신자'가 발생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이던 강정규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원구성에 동참한 것이다. 당론조차 무시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한 셈이다. 당시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상임위원장 2석만이라도 배려한다면 상임위원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같은 새정치연합의 당론은 아랑곳않고 1석을 넘겨주기 위해 고민하던 중 강정규 의원에게 상임위원장(의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강 의원은 새누리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16일 열린 상임위원장 회의에 참석했고 새누리당 의원과 강 의원 등 총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가 진행돼 모두 통과됐다.

이에 따라 동구의회는 새누리당이 의장과 부의장, 기획행정위원장, 도시복지위원장 등 4석을 차지했고 의회 운영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의 강정규 의원에게 넘어 갔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강 의원은 "새누리당이 독식하면 새정치연합에서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등원했다"며 당시 상임위원장 선거 참여 이유를 설명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강 의원을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중앙당에 징계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러면서 동구 의회는 표면적으로는 원구성을 마감한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의회내에서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더구나 구청장이 새정치연합 소속인 관계로 새누리당 의원들과 갈등 관계가 우려된다.

유성구의회, 상임위원장 자리 두고 양당 이견 파행 빚기도

유성구의회도 원구성은 마무리됐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유성구의회는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11명의 구의원이 탄생했다. 새정치연합은 노승연 이금선 민태권 김양경 구본환 하경옥 등 6명이 당선돼 다수당이 됐고, 새누리당은 설장수 권영진 송봉식 이희환 강숙자 등 5명에 그치면서 소수당이 됐다.

동구의회가 같은 인원과 의석 분포였지만 모습은 달랐다. 지난 6대 의회 원구성과정에서 몸살을 앓으며 전국적인 지탄을 받은 유성구의회였던 탓인지 이번 원구성 과정은 다소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다.

의장단 포함 총 5석 가운데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 등 3석을 갖고 새누리당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 등 2석을 갖는 것으로 양당이 합의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에 의회 운영위원장을 배정했지만 새누리당에서 사회도시위원장을 탐냈던 것. 양당은 사회도시위원장 자리를 놓고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양보하면서 새누리당 차지가 됐다.

이렇게 해서 의장은 새정치연합 노승연 의원이, 부의장은 새누리당 권영진 의원이, 의회 운영위원장은 새정치연합 이금선 의원이, 행정자치위원장에는 새정치연합 하경옥 의원이, 그리고 관심을 모았던 사회도시위원장에는 새누리당 설장수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동구와 유성구의회에서 보인 각각의 서로 다른 양상의 파행은 정치의 가장 기본인 대화와 타협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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