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아파트에서의 전면 주차는 이웃에 대한 배려다

라창호 전 부여부군수.
초복 날 아침. 통상적으로 초복 날이면 아침부터 더위가 시작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하늘이 잔뜩 찌부러져 있고 굵은 비가 내린다. 주위도 어둑어둑하니 제법 내릴 것 같다. 마음이 편하고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날씨가 너무 후텁지근하니 무더웠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장마철인데도 비는 내리지 않고 유난히 더위가 심하다. 가뭄도 심하다. 대부분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밭작물도 메마르다. 연일 햇볕이 따갑고, 어쩌다 한질금하는 소나기는 습기만을 보태줘 더위만 더 심하게 했다.

일기예보는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머물러 있어 그렇다는데, 엊그제 방송에서는 이제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중부 이북 지방에서도 비가 내릴 것이라 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가 참 시원하니 좋다. 더위가 저 멀리 확 달아난다.
 
그러나 오늘도 날씨 하는 짓이 영 생뚱맞다. ‘바짓가랑이가 젖어도 좋으니 흡족히 내려라,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하면서 많이 좀 내려라’하고 바랐는데 기대감이 곧 무너지고 말았다. 하늘을 가득 메워 쉽사리 걷힐 것 같지 않던 구름이 어느새 햇살을 내비치고 군데군데 푸른 하늘의 속살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오늘의 아침 비는 가뭄을 해소하지도 못하고, 농작물에 흡족한 도움을 주지도 못한 아쉬운 비였다. 먼지 뒤집어썼던 나무들만 모처럼 낯을 씻어 깔끔해졌다. 아파트 놀이터 느티나무에서 노래하는 매미들만 신나게 한 비였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비 그치고 햇살나자 느티나무 밑 툇마루에 다시 모여 앉은 할머니들만 연신 부채질하기에 바쁘다. 오늘도 초복이 제 이름값을 하려나 보다. 짧은 시간의 더위 식힘과 비온 뒤의  공기의 상쾌함만이라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지금의 우리나라 기후는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졌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남쪽 지방은 이미 아열대 현상화됐다고 한다.

이렇게 날씨가 무더운 여름이면 어느 가정에서나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에어컨이 있고 선풍기가 있지만 늘 가전제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오늘 같은 비 끝의 공기 상쾌한 아침 절이나 선선해지는 저녁 무렵에는 베란다문과 창문을 열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2층의 저층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여름철만 되면 고역이라 한다. 차량들이 전면 주차를 하지 않고 후면 주차를 하기 때문에 자동차 배기가스와 매연이 곧바로 실내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13층 고층에 살아서 잘 몰랐었는데, 어느 날 엘리베이터 내벽에 붙어 있는 공지사항을 보니 ‘저층 세대들이 자동차 배기가스와 매연으로 피해를 입고 있으니 전면 주차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차 공간이 좁을 경우 후면으로 주차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후면 주차를 선호하는 것 같다.

필자도 비록 엘피지 가스 차량이긴 하지만 간혹 후면 주차를 한 경우가 있었다. 역지사지 하지 못한 일이었다. 탈무드에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 고 했다. 내 건강이 중요하면 남의 건강도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새 봄이 되면 쑥이니 냉이니 하는 봄나물을 캐먹는데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길옆의 것은 캐먹지 않는다. 자동차 매연과 배기가스에 오염됐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가스와 매연에는 구토와 두통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는 물론 발암물질인  벤젠을 비롯한 포름알데히드, 자이렌, 메탄 같은 유해물질이 30여종이나 있다한다. 이 같은 유해물질을 남의 집 거실내로 유입시켜서야 되겠는가. 아파트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전면 주차를 하는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필자도 앞으로 꼭 전면주차를 실천할 것이다. 허튼소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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