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새누리 독식

  김학용 주필  
김학용 주필

새로 구성된 충남도의회의 감투 10개를 모두 새누리당이 독식했다. 의장과 부의장 2자리를 다 차지하고 상임위 5개와 운영위, 예결위원장까지 새누리당이 먹었다. 처음에는 새정치연합 몫으로 상임위원장 한 자리는 남겨두었으나 새정치가 안 받으니까 거둬들여 감투를 100% 독차지했다.

도의회 감투 10 자리 모두 새누리가 차지

새누리당은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 정도는 새정치에 양보했어야 한다. 대전시의회는 22석 가운데 새정치가 16석인 데도 부의장 한 자리와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소수당인 새누리에 줬다. 도의회도 지난 9대 때는 부의장 한 자리를 소수당인 민주당에 넘겼었다. 이게 정상이다.

도의회의 새누리 독식은 40석 가운데 30석을 가진 힘으로 밀어붙인 다수당의 횡포다. 그러나 새정치 쪽의 말을 들어보면 횡포라기보다는 몰상식에 가깝다. 새정치 의원들은 “지금까지 새누리당 도의원들과 원 구성과 관련해 단 한 번도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기영 의장 유익환 부의장도 대화와 협의 없이 진행한 부분을 인정했다”고도 했다.

새누리 의원들 수준과 자질의 문제

새정치 의원들의 주장처럼 정말 여야 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방의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국회든 지방의회든 대화와 타협이 의회활동의 기본이란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원만한 타협은 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새정치 쪽과 협의하는 과정은 있어야 했다.

첫 원구성에서조차 상대당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양심보다는 수준의 문제다. 새누리 독식은 새누리 의원들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도민들은 지난 선거에서 지방의회가 뭘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의원들로 뽑은 것 같다. 그런 수준의 도의원들이 의장이 되고 부의장이 되었다.

독식 이유가 ‘대권 주자 안희정 견제론’?

새누리당 쪽에서 나오는 ‘독식의 이유’도 가관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안희정 지사의 대망론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 원구성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도록 놔둘 수 없다는 뜻이다. 정말 충남도의원 입에서 나온 말인가 싶다.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이 될 만한 인재가 있다면 정당을 떠나 그를 키워주고 성원해주는 게 우선이다. 대통령감인데 우리 당 소속이 아니라고 해서 처음부터 발목을 잡겠다는 생각이면 그야말로 소아적인 사고다. 그는 충남도와 도의회가 정당이 아니라 도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위인이다.

의회 기본도 모르는 몰상식으로 잠룡 견제 어려워

안 지사의 대망론이 도의회 때문에 좌절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의회운영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장악한 도의회가 잠룡의 꿈을 무슨 수로 견제하겠나? 안 지사는 도의원들의 횡포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 모른다. 적수가 못되는 상대를 두려워할 사람은 없다.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그렇다.

이제 안 지사의 도정(道政)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도의회가 이를 문제삼더라도 도민들은 의회가 아니라 안 지사의 말을 더 신뢰할 것이다. 주민들은, 안 지사는 제대로 하는데 도의회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정치에선 개인이든 단체든 신뢰를 잃으면 지위가 아무리 높고 감투가 많아도 소용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원구성처럼 몰상식한 방법으로 도의회를 운영한다면 앞으로도 시끄럽고 꼴사나운 모습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런 도의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도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새누리의 독식 이유가 대권주자 안희정 견제에 있다면 한참 잘못된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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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의장이 도의회를 주관하고 있다



새누리, 부의장 주면서 인사청문회 요구했다면

원구성 횡포에 대한 새누리의 ‘과반수론’도 황당하다. 한 새누리 의원은 “우리가 도지사와 교육감 인사에 함구하고 있듯이 새정치연합도 도민의 표심에 따라 다수당이 된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이 사람은 도의원 선거에서 도민의 38.5%는 새누리가 아니라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은 모르고 있다. 의장 부의장이 된 사람들도 이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여러 감투를 혼자 먹겠다는 생각을 했겠나?

새정치는 의석수가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충남도에선 도지사가 소속된 여당이다. 새누리 쪽은 부의장을 내주면서 정무부지사 인사청문회 같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안 지사가 이를 받든 안 받든 의회의 역할에 주목하는 계기도 만들었을 것이다. 도의회 역할이 빛나면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공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길을 거꾸로 잡았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새누리의 몰상식도, 안희정의 대망론에 대한 경계도, 과반수론도 진정한 이유는 아닐지 모른다. 오로지 내가 의장을 하고 부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탐욕과 자리 배분 과정에서 소수당에겐 단 한 자리도 양보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도민들은 도의회의 원구성을 지켜보면서 또 한번 탄식하고 있다.

도정 걱정.. 새누리 새정치 모두 정상화 방안 찾아야

도정(道政)이 걱정이다. 지방의회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도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사건건 반대하고 도지사 발목 잡는 걸 능사로 여긴다면 시끄럽기만 하고 도정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는 안 지사를 넘어 충남도와 도민의 발목을 잡는 것이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안 지사가 비록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으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4년 간 안 지사가 해내야 할 일은 막중하다. 5기 때 미진했던 3농혁신에 성과를 내야 하고, 민선 6기의 새로운 과제로 내세운 환황해권 사업 등에도 가시적 업적을 내야 한다. 도지사와 함께 지방자치의 한 축인 도의회가 제구실을 못하면 도정이 잘될 수 없다.

새누리당과 도의회 지도부는 이제라도 도의회에 대한 도민의 불신을 씻고 의회 운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정치연합도 소수당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당해낼 수가 없다는 말만 해선 안 된다. ‘다수의 독재’를 막는 게 야당의 책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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