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어쩌면 당선자의 환희보다도 뜻을 이루지 못한 후보자의 회한이 더 큰 여운으로 남아있을 그런 시점이다. 그러나 희비에 쌓여있는 당?낙선자와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뜻은 잘 모르겠으나, 한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많은 과제를 남겼다.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어느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한 번의 투표로 끝나는 대선이나 총선과는 달리 여러 종류의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며 일곱 장이나 되는 투표용지에 기표를 해야 하는 것은 투표행위 차원이 아니라 그 선택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많은 후보자에 대하여 자질과 공약을 알아보고 구별해 내는 것은 유권자를 매우 힘들게 하는 것이고, 과연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혼동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세월호 참사 선거 홍보방식에는 바람직한 변화 가져와

먼저 세월호 침몰참사는 선거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선거결과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어찌 보면 홍보방식에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온 측면도 없지 않다. 과거 유세차에서 들려오는 로고송과 연설원의 외침은 소음을 넘어 짜증을 부르는 공해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아 좋았다며, 아예 이를 본보기로 삼아 제한하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도로변에 무리지어 서있는 운동원들도 요란한 몸짓을 보이지 않으니 그 또한 오히려 낫게 보임은 몇몇만의 생각이었을까? 솔직히 시끄러운 노래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연설을 듣고, 의례적인 인사를 받는다하여 지지하거나 지지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계기가 어찌되었던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확성기를 이용한 로고송과 이동(移動)유세는 금지하도록 법제화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달된 선거공보가 들어있는 두툼한 봉투를 뜯어보니 한 뭉치의 유인물이 쏟아졌다. 우리 지역 30명에 이르는 후보자들의 책자형 선전물은 크기도 모양도 제 각각이었다. 후보자가운데는 잘 아는 분들이 있었지만 전혀 보도, 듣지도 못한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지방의원 후보자 가운데는 현직에 있으면서 재선에 도전한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사람이 우리지역을 대변해 온 의원이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그 책임은 나에게 있는지 그분들에게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름 지방자치제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보는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나씩 훑어보고 나서 기억을 끄집어내려 하였지만,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에 시험을 본다면 낙제는 맡아놓은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앞으로는 선거공보의 일정한 위치에 알아보기 쉽도록 공통의 규격으로「○○선거 후보자」와 「정당」을 표기하도록 제도화 하였으면 좋겠다.

'여론조사기관 인정제도' 마련해 신뢰성 높여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선거기간 중에 하루에 수십 개 씩 날아드는 문자. 이것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었다. 어느 때는 읽지도 않고 지우다보니 꼭 보았어야할 문자까지도 지우는 일도 있었다. 그보다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여론조사 전화였다. 벨이 울리면 꼭 받아야 하는 전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받지 않을 수도 없고, 수화기를 들면 여론조사를 한다는 기계음이 나올 때가 대부분이었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론조사에 응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는데, 때때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그에 일희일비를 하니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전형적인 충청도 사람의 성향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과 이에 더하여 굳이 나의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것은, 주관이 없다는 것과 일치한다는 의미와는 별개라는 생각이다. 앞으로는 여론조사기관이 과연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엄격한 기준으로 검증을 거친 후 ‘여론조사 기관 인정제도’를 마련하고, 조사결과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공표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재검토해 개선방안 마련해야

왜 교육감을 선거로 선출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깊이 검토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후보자를 정당에서 공천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거는 그 자체가 정치성을 띄고 있을 뿐 아니라, 더구나 아직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의 수장을 보수나 진보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정당에서 공천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일이기에 그에 대하여 왈가왈부 할 의사는 접어두고라도, 지방의원과 특히 비례대표제를 둔다면 그 선택을 위해서는 공천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렇잖아도 많은 종류의 투표를 해야 하는데,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까지 골라 외우서 투표하는 것은 번거롭기 때문에 차라리 정당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비례대표제는 폐지하거나, 지방의원 정당별 득표수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두 번의 투표는 생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선거구별로 정당별 지방의원 득표수와 비례대표 득표수를 분석하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투표행위는 보통시민의 일반적인 참정권행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가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며, 나아가 올바른 선택에 지장을 준다면, 선거라는 특수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고쳐져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이런 보통 시민의 소회가 일부라도 실현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또 하나의 ‘당선자’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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