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진실 밝히지 못하면 비난 피하기 어려워

온 국민에게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과제를 안겨준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 덧 한 달이 되었다. ‘잔인한 4월’은 비통과 안타까움 속에 그렇게 지나갔고, 세상을 뒤흔든 2014년의 봄날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먹먹함을 드리운 채 흘러가고 있다.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말은 올 해의 이 봄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인간의 탐욕과 ‘설마’하는데서 일어난 참사에 부실대처와 혼선, 관련 당국과 단체, 기업 간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부끄러운 민낯에 할 말을 잃었다.
나라와 단체와 개인의 많은 일들이 ‘멈춤’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제 자리에서 맴돌고, 모든 언행에는 ‘삼가’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어야 했다.

지방선거 분위기도 실종되었고, 이맘때면 곳곳에서 열릴 축제를 비롯하여 많은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연기되었다. 대신 노랑리본과 분향소에 피어오르는 향내, 한 송이 국화꽃으로 서럽고 안타까운 영혼을 애써 달래고 있다.

일부 공직자 사려 깊지 못한 언행과 처신에 엄한 질책과 책임 따라야

한편 이번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어디엔가 도사리고 있던 갖가지 문제가 속속들이 들춰진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 만든 매뉴얼은 그나마 제대로 작동을 못했고, 허술한 대응과 혼선, 거기에 더하여 드러나는 부조리는 피해를 입은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가 쏟아진다.
특히 사고 수습에 전념해야 할 공직자들 가운데 일부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과 가벼운 처신에는 엄한 질책과 책임이 따른다는 당연한 교훈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이번 사고와 같이 언론이 총출동하여 낱낱이 비추고, 게다가 근거가 부족한 주장과 잘못된 정보까지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상황에서 공직자의 말 한마디, 표정조차도 민감하게 작용하여 자칫 활동을 머뭇거리게도 한다. 이러한 실상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최악의 조건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관계자들에 자괴감을 안겨준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직자에게 궁금한 것을 물으면 “모른다”거나 “소관이 아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실제로 모든 상황을 두루 다 알지 못하고, 또한 소관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경황이 없고 절박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종사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구분할 만한 눈이나 겨를이 없다.

그곳에 있는 누구에게도 말을 하면 시원하게 처리되거나, 아닌 경우에는 될 수 있도록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보는 눈은 높아지고 잣대는 엄격하며 기대수준과 욕구가 날로 커지면서, 이제는 공직자나 국가가 하는 일에 만족의 수준을 넘어 감동의 차원을 기대하는데,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거나 뒤따르지 못한다면 비판의 예봉을 비켜나기 어렵다.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면 가능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긍정적으로 추진하는 성의를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즉,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逢山開道 遇水架橋)’는 자세로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차의 간극은 어떤 계기가 되면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비난의 화살을 받게 마련이다. 또한 일부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자칫하면 성실하게 일하는 동료에게 영향을 주고,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멍에로 남고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원망과 불신을 부른다. 그 자리에 있는 자체가 당국자이고 정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선 다해도 진실 보여주지 못하면 비난 피하기 어려워

또한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진실을 보여주지 못하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당국에서 하는 일에 비난이 불거지는 이유가운데는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있는 그대로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궁금한 것을 풀어주는 진솔한 태도를 기대하지만 이에 못 미치는 데서 불신과 불만은 증폭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해군 구조단장의 소상한 설명과 활동 내용, 활동계획을 보태거나 숨김이 없이 설명을 함으로써 그 절박하고 참담한 상황에서도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음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목민심서에서 애민육조(愛民六條)의 구재(救災)편에는, 재해를 예방하고 만일에 재해가 일어났을 때 공직자가 취하여야 할 행동요령이 나와 있다. 즉, ‘재해를 당한 뒤 은혜를 베풀어 봤자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없으므로 그런 재해를 미리 막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백성들이 액운이나 재난을 당했을 때에는 마치 자기 자신이 불에 타고 물에 빠진 것처럼 여겨 행동해야 하고 구출을 늦추어서는 안 되며, 무릇 재난을 당했을 때는 마땅히 이재민과 함께 근심을 나누며 어질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발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정성껏 했는데도 힘이 미치지 못하였다면 백성들도 용서할 것’이라고 하였다.

역시 오늘에 대입하여도 어긋남이 없고, 그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는 이와 같은 재앙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뼈저린 교훈으로 삼는 것, 그것만은 꼭 챙겨야 할 명제이다. ‘세월호 사고’의 전과 후는 분명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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