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금산,대전 편입 논란을 보고...(2)

   
라창호 전 부여부군수.

금산군은 산 좋고 물 맑은 청정지역이다. 금수강산을 줄여 부르는 말이 금산이다. 한 때 인구가 12만 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5만5천 여 명에 불과하다. 면적은 576km2로 대전광역시 540km2 보다 약간 넓다.

조선시대인 1896년 8월 칙령 제36호에 따라 충청도 공주부의 금산군과 전라도 전주부의 진산군이 전라북도에 편입되었고, 일제시대인 1914년 3월 부령 제111호에 의해 금산군과 진산군이 통합되어 현재의 금산군이 되었다가 1963년 1월에 충청남도로 환원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이제 충청남도로 환원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간 도의 막내둥이 취급을 받으며 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충청남도의 떳떳한 일원이 되었다. 도청에 진출해 있는 공무원 수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필자가 금산군에 근무하다 1983년 도청에 처음 전입했을 때만해도 금산출신 공무원은 아무리 헤아려도 채 20명이 되지 않았다. 실. 국장은 한 사람도 없었다. 과장과 계장이 모두 합쳐 서너 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실무자였다. 군에서의 도 전입도 쉽지 않았고 인맥도 없던 시절이었다. 연말이 되면 다른 시. 군은 인원이 많아 모두 한자리에 모일 송년회 장소가 없다고 자랑할 때, 조그만 식당에 열 명 남짓 모여 송년회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은 80여 명이 근무하고 있고 실.국장과 부단체장도 제법 배출됐다. 또 현직들이 뒤를 잇고 있고, 실.과장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딘 결과지만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금산 지역에서 청정지역 금산군을 대전광역시에 편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으로 갈려 있다 한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국가고 지역이고 간에 영토는 중요한 것이며, 변경을 하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전라북도에서 충청남도에 환원된 지 반세기만에 또다시 금산군을 대전시에 편입해 지역 정체성을 잃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도청에 진출한 금산출신 공무원들이 이제 뿌리를 내려 나름대로 고향 발전을 위해 역할들을 하고 있는 땐데 말이다. 나무로 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 때라 할 수 있다. 지역 발전은 지역이 인재를 키우고 인재가 지역을 위해 일할 때 가능하다.

도청이 바로 이웃에 있을 때는 별 탈 없이 지내다가 이전해 가자마자 대전으로 편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충남도가 금산군을 낙후 지역으로 남겨두지 않고 보듬어 함께 가겠다는데도 이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먼저 도와 협력해 상생발전의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더구나 지금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 지리적 거리 개념은 큰 문제가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생활민원서류는 해당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아무 읍.면.동사무소에나 가면 발급받을 수 있는 시대다. 따라서 도청 소재지가 멀어졌다고 행정구역을 변경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고향사랑의 충정이겠지만 혹여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특정목적 때문에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금산을 대전에 편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해관계에 얽히면 사안을 바로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산군이 시류에 따라 행정구역을 옮겨 다니는 어설픈 군이 돼서는 안 된다.

나무를 이리저리 자주 옮겨 심으면 뿌리조차 내리기 어렵고 제대로 크지도 못 한다. 또, 큰 나무는 함부로 옮겨 심는 게 아니다. 금산군이 충청남도에 남아 지역발전을 기하고 충남의 토양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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