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기관과 상하관계라는 인식자체를 바꾸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의 직급이나 기관 명칭에서 ‘지방’을 삭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지방공무원 직급 앞에 붙는 ‘지방행정주사’나 ‘지방행정사무관’, ‘지방이사관’ 등에서 ‘지방’을 삭제하고, 기관 명칭에서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방’을 없애거나 다른 용어로 대체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는 중앙 우위, 중앙집권(中央集權) 의식의 변화라는 차원에서도 참으로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하며 신속하게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국가직 공무원 “국가공무원이 지방공무원에게 사정할거 뭐 있어”

  가기천 수필가 · 전서산시부시장  
가기천 수필가 · 전서산시부시장

이번 발표를 보고 아주 오래 전의 일이 떠오른다.
30여 년 전. 도 산하 기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기관 구성원의 대부분은 국가공무원이고, 지원부서는 과장을 제외한 다른 직원은 지방공무원이었다.

어느 날, 국가공무원인 한 직원이 지원부서의 지방공무원과 업무협의를 하는데 견해가 서로 달랐다.
일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자 옆에서 보고 있던 국가직 공무원이 “어이, 그냥 갑시다. 국가공무원이 지방공무원에게 사정할거 뭐 있어”

그러자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동료 지방공무원이 나섰다.
“지금 뭐라고 했소. 지방공무원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나는 총무처에서 시행하는 국가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야. 당신은 ○○청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본 사람이지?”

당시 시?도나 시?군에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이 함께 배치되어 근무했고, 6급 이하는 시?도지사, 시장?군수가 부서나 업무에 따라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으로 전환 발령하였기에 국가직이나 지방직 간에 아무런 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이전에는 같은 4급(서기관)이라도 군수는 국가직이고 부군수는 지방직이라는 차이가 있었고, 시?도에서도 과장은 국가 5급(사무관)이고, 계장은 지방 5급으로 국가직이나 지방직 간 같은 직급이라도 보직이 달라 한 직위의 차이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직 5급이 군수 직무대리로 가면 상위직급인 부군수가 아래에 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시?도에서도 중앙부처에 있던 6급(주사)이 시?도의 과장 직무대리로 오면, 지방사무관인 계장보다 위에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시장?군수?자치구청장을 선거로 선출하고, 또한 시?도의 과장이 지방 4급으로 상향되면서 그런 현상은 사라졌지만, 앞에서 “지방공무원…”운운한 국가직인 그 공무원의 인식에는 그런 바탕이 깔려 있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 신분보장이나 보수에 차이 없어

사실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은 신분보장이나 보수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고시에 합격하여 국가기관에 발령을 받으면 국가공무원이 되고 지자체에 임용되면 지방공무원의 신분을 가지며, 동일 직급, 같은 호봉이면 국가직이나 지방직이나,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일선 공무원이나 봉급이 같다.

즉, 국가직과 지방직의 차이는 임명권자가 누구인가, 법적으로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느냐 아니면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느냐에 달려있고 또한 보수재원이 국비인가 지방비인가에 따라 구분한다.

공무원의 직급, 명칭 하나에도 사연과 배경이 배어있다.
우선 행정직과 기술직에는 차이가 있어서 행정직은 서기, 주사, 사무관 등과 달리 기술직은 기원보, 기원(技員), 기사보, 기사(技士), 기좌(技佐), 기정(技正), 부기감(副技監), 기감(技監)으로 불렸고, 1급이 되면 직렬의 구분이 없어져 관리관이 되었다.

예전에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하던 기술직 공무원이, 실제 담당한 업무는 주로 사무적인일인지라 스스로를 ‘토목기사보’가 아니라 ‘토목주사보’라고 하였는데, 얼마 후 행정직, 기술직 구분없이 기술직에서 ‘기(技)’자가 빠지고 급(級)에 따라 행정직과 동일하게 ‘서기보’부터 ‘이사관’까지 같은 명칭으로 통일되자 선견지명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에는 어느 기술직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자기 직급을 ‘기정’이라고 해도 이해를 못하자 군수의 직급인 ‘서기관’과 동급이라고 설명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방’공무원 명칭 사라지더라도 지방자치 육성되어야

또한 예전에는 일반직을 ‘○급’이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기능직의 계급은 ‘기능 ○등급(等級)’이라고 하였는데, 약 20년 전에 ‘등’자를 삭제하였다.
공무원의 직급명칭에 등자를 넣는 것이 적절치 않을뿐더러 당사자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 일은 당시 내무부 주관으로 공무원 제도개편관련 토의 모임에 참석한 필자가 ‘시?도의 계장을 과장으로, 과장을 부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함께 제기한 의견가운데 반영된 것이다.

흔히 좌중에서 대화가운데 그 한편에서 화제에 벗어나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방 방송은 끄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을 ‘지방공사 ○○의료원’이라고 굳이 ‘지방’을 붙여 왠지 차별하는 감을 갖게 한다.

신문도 중앙(전국)지, 지방지, 지역지로 구분하여 보이지 않는 서열을 매기는 듯 한 인상을 갖도록 한다. 이만큼 ‘지방’은 상대적으로 서울 중심, 중앙 우위의 인식과 더불어 ‘뒤떨어지는 듯 한’ 인식을 떠 올리게도 한다.

이번 안행부장관의 발표를 보면서, ‘지방’에 대한 개념을 새로이 갖게 하고, ‘지방’공무원 명칭의 소멸과 함께 지방자치가 더욱 육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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