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금산, 대전 편입 논란을 보고...

   
라창호 전 부여부군수.

초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고향과 관련된 얘기를 나눌 때 가 있다. “고향이 어딘가요?”하고 묻거나, 상대편이 물어 오기 때문이다. “제 고향은 충남 금산입니다” 하면, 상대방이 “아! 금산, 그러면 인삼을 많이 드셨겠네요” 한다.

금산하면 인삼이 떠오르고 인삼하면 금산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떻게 보면 값비싼 인삼을 금산이 고향인 필자만큼은 다른 지역사람들보다 많이 먹지 않겠냐는 부러움이 섞인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필자는 금산인삼이 늘 자랑스러워 어디를 가든 그 누구를 만나든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고, 좋은 점을 많이 알리려 노력했다. 솔직히 인삼은 다른 어느 지역의 특산물 보다 한 단계 품격이 높은 특산물이라고 스스로 여겨왔던 것이다.

물론 다른 지역도 어느 곳 하면 떠오르는 특산물이 있다. 지역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고 그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특산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날 단내를 물씬 풍기는 노란 참외를 보면 군침이 돌면서 경상도 성주가 생각나고, 씨 없는 반건시하면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가 생각난다. 또, 한우 고기하면 강원도 횡성이 생각나고, 굴비하면 전라도 법성포가 생각난다.

충청남도만 해도 햇살 따뜻해지는 봄날이면 논산의 양촌 딸기가 생각나고, 초여름이면 조치원의 향내 짙은 복숭아가 생각난다. 밥맛이 없을 때는 서산간월도 어리굴젓이 생각날 때도 있다.

금산이 인삼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400여년 전 백제 시대부터 인삼이 재배됐다하니 그 역사성의 깊음이 얼마며 금산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지역 정체성은 또 얼마나 큰 자산인가. 아울러 인삼은 금산 지역 주민들의 큰 소득원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금산인삼의 생산지가 충청남도 금산이라는 지역성을 떠나서도 그 명맥이 잘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 금산 지역에서는 금산군을 대전광역시에 편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 대전시 내에 있던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옮겨감에 따른 소외감과 생활불편, 금산이 낙후지역으로 계속 남겨지지 않겠냐는 불안감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대전광역시로 편입된다고 해서 금산군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하루아침에 대도시 수준으로 향상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지역 농특산물이 더 많이 팔린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농촌 지역인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생산되는 특산품 인삼의 이미지와 대도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인삼의 이미지가 결코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금산군이 대전광역시에 편입된다면 앞으로 금산인삼 생산지와 홍삼제품을 비롯한 인삼류 가공품들의 생산지를 대전광역시로 변경하여 표기해야 할 것인데 과연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어떤 사람은 대전광역시의 ‘금산구’로 하지 않고 ‘금산군’ 명칭을 갖고 편입하니까 지역 정체성 유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이는 마치 사람으로 따지면 이름은 그대로 두고 성만을 바꾸는 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 성을 쓰던 사람이 이름은 그대로 둔 채 갑자기 박씨라고 하면 혼란스럽고 과연 그 사람인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까?

지역 정체성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전광역시 금산인삼하면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국내.외 소비자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산인삼은 계속 충청남도에서 생산돼야 좋다는 의견을 제시해 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