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을 위한 기상천외한 소송

  김학용 주필  
 김학용 주필

법(法)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기자처럼 문외한인 사람들이 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꼴불견이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힘깨나 있는 자들이 법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건 법조인만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법은 기본적으로 상식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보통 사람도 당 부당과 시비를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마술' 부려보겠다는  대전도시공사

문외한의 눈으로 볼 때 유성복합터미널 소송 사건은 이 사업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 '계룡건설 측"(현대증권 컨소시엄)이 법(法)을 이용해 이를 뒤집고자 하는 술수에서 시작되었다. 법(法)을 이용해서 마술이라도 부려보겠다는 것이다. 소송은 계룡건설 측의 상대인 '지산D&C 측'이 먼저 걸었고 도시공사가 맞대응하는 구도지만, 도시공사가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사실상 계룡을 대변하는 입장이다. 도시공사가 자기 맘대로 계약기간을 연장해서 계룡 측과 협약을 맺으니까 기회를 잃게 된 후순위협상대상자인 '지산D&C 측'이 법적 대응을 하면서 시작된 싸움이다. 계룡 측이 성공할 리는 없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서 기가 찰 정도다. 

도시공사가 계룡 측을 위해 보여주고 있는 기상천외한 태도는 놀랍기 그지없다. 멀쩡한 공모지침도 문제를 삼고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능력이 어디서 나온 것이든 도시공사는 지금 그런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공모지침을 제멋대로 해석해서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계룡과 협약체결 도장을 찍었다. 숨어서 벌이는 얕은 속임수가 아니다. 백주 대낮에 벌이는, 법에 대한 대담한 조롱이고 훼손이다.

대명천지에도 이럴진대 시민들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다른 많은 공공사업은 도대체 사업자가 어떻게선정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건은 건설업체가 대전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기업체가 극단의 상태에 이르면 물불을 안 가린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대전시가 기업체의 황당한 요구까지 들어줘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번 싸움의 당사자.. '계룡건설 VS 법(法·공모지침)'

계룡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 컨소시엄 멤버이면서 이번 소송 건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도 계룡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 사건의 법적, 형식적 당사자는 도시공사와 소송을 제기한 지산D&C 측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계룡과  지산D&C 측의 싸움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계룡은 지산 측이 아니라 '공모지침'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계룡이 법에 대해 도전장을 낸 셈이다. 

계룡이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에 잘못 들어갔다가 회사의 운명이 걸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2년간 입찰 제한 페널티 적용)에 부닥치자 공모지침을 공략해서 위기를 넘기고자 하는 싸움이다. 계룡은 법원을 끌어들여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명백히 ‘부당하고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사항’도 일단 법(法)으로 시비를 건 뒤 "이건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하면 최소한 논란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만에 하나 이기면 더 좋지만 지더라도 시간을 끌 수 있다. 

계룡건설 응원하는 대전시… 커지는 행정 불신

대전시(도시공사)는 계룡건설을 응원하고 있다. 물론 대전시로서는 향토기업 응원을 돌봐주는 게 기본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식구(도시공사사장과 직원)들이 징계를 받도록 하면서까지 밀어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대전시가 2700억원 짜리 사업의 주인을 가리는 중대 사안을 엉터리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징계를 내린 것은 계룡을 위해 발벗고 나선 도시공사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 뜻이다. 대전시 행정에 대해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계룡건설에게 끌려가는 대전시를 시민들은 의구심과 함께 안타까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서운 법'  VS '가소로운 법'

보통 사람에게 법은 지키지 않으면 책임이 돌아오는 ’두려운 법’이다.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법을 우습게 보는 자들도 많다. 그들에겐 지키지 않아도 되고 때론 법의 해석이라도 바꿔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가소로운 법’이다. 변호사 자문을 핑계로 공모지침을 맘대로 해석하는 자들과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자들도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법이란 무엇인가? 법원은 재판을 통해 그들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 법은 다 같은 법이란 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자 선정에 관한 대전도시공사의 업무처리 과정]
 

*사건의 개요 : 대전도시공사가 민간자본 유치로 추진하는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에 2개의 컨소시엄이 참여. 현대증권 롯데건설 계룡건설산업이 한 팀(현대팀)을 이뤄 응찰했고, 지산D&C 매일방송 생보부동산신탁이 또 하나의 팀(지산팀)을 만들어 2개 팀이 경쟁을 벌임. 도시공사는 계룡건설이 속해 있는 '현대팀'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약 체결을 진행했으나 협약서 제출 기한인 2013년 12월 27일까지 제출되지 않음.

사업 자금은 현대증권(97%)이 주로 대고, 시공은 롯데 70%-계룡 30%로 나눠 맡기로 함. 현대증권이 매각과정에 들어가면서 사업을 포기하자 현대팀에 문제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음. 문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협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2년 동안 도시공사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페널티’를 먹는다는 점. 지역 공사의 수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계룡건설으로선 회사의 운명이 걸린 심각한 문제. 계룡은 현대증권만 믿고 있다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사업명 =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2700억원 규모)

*공사 = 대전도시공사 약칭

*사장 = 대전도시공사 사장 약칭

*현대팀(우선협상대상자) = 현대증권+롯데건설+계룡건설산업 컨소시엄 약칭

*지산팀(후순위협상대상자) =지산D&C+매일방송+생보부동산신탁 컨소시엄 약칭

 

-2013년 11월1일 : 공사, ‘현대팀’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산팀’을 후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

-2013년 12월27일 : 우선협상대상자 즉 ‘현대팀’의 협약 체결서 제출 만료 시한

   ?27일까지 협약서 제출되지 않음

  ?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협약보증금 5억원 몰수하지 않음

  ?사장은 ‘현대팀’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을 통보하기 전에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받도록 지시

-2013년 12월 27일 오후 : 공사,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약 불발됐다”는 보도자료 발표

-2013년 12월 30일 : 공사의 담당부서는 ‘현대팀’과의 협약 무산에 따른 향후 추진 계획 보고서 및 고문변호사에게 자문 받을 내용 등을 작성해서 사장에게 보고

-고문변호사에게 물어본 내용 :  ‘우선협상대상자가 시간이 부족하여 체결을 못했는데 기한을 연장해줄 수 있느냐’는 게 질문의 핵심(당초 11개 질문 사항을 작성하였으나 그 중 3개가 현대팀에게 협약기간을 연장해줄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문제. 연장해주어야 된다는 뉘앙스가 강함)

-고문변호사의 자문 내용 : “일방적으로 정한 공모지침에 따라 즉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보증금 귀속을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최종적으로 협약체결을 위한 일시 장소를 정하여 공문으로 발송해야 한다.”(‘최고장 공문을 보내야 한다는 내용임)

*공사 측은 서면이 아닌 ‘구두 자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계약에 관한 중대한 문제를 서면이 아닌 구두 자문으로 받는 경우는 없다는 게 공무원들의 말.

-2013년 12월30일 : 공사는 ‘유성복합터미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취소 예정 통보’ 공문을 작성하여 시행(‘계룡’측에 전달). (2014년1월6일까지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하겠다는 ‘최고장(催告狀))

-2014년 1월6일 : ‘현대팀’, ‘우선협상대상자 협약서’ 제출.

-2014년 1월 14일 : ‘지산팀’은 도시공사를 상대로 ‘현대팀’과의 협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법에 냄.

*공사는 ‘도시공사와 현대팀의 계약은 민법상의 계약이고, 민법 544조에 따라 최고(催告)를 한 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리로 주장을 펴고 있음.

*이에 대해 ‘지산팀’은 현대팀이 2013년 12월27일 기한 내 계약을 하지 않아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도시공사가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음.

  대전시 감사결과 및 통지서  
대전시 감사결과 및 통지서

[대전시의 감사 결과와 조치]

*2014년 1월9일부터 9일간 도시공사를 대상으로 특별감사 실시하고 2월6일 조사 결과 발표

<확인사항>

1)보고서의 최종 결재를 받기도 전에 보고서 내용과 다르게 변호사 자문을 의뢰함.

2)자문 내용을 서면으로 받지 않음.

3)자문 결과가 공모지침과 충돌하는 데도 (자문 결과대로) 업무를 추진하여 사업지연을 초래함.
 

<조치 내용>

4)대전시는 이런 감사 결과를 토대로 ‘도시공사 사장을 문책(징계)하기 바라며, 개발팀장에 대해서도 징계하기 바란다’며 조치를 요구함.

*2700억원 규모 공공사업의 사업자를 결정하는 중대 사안에 대해 공모지침을 무시하면서 처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중징계는 요구하지 않음.

* ‘중징계’로 명시하지 않으면 경징계를 의미. 경징계는 감봉이나 견책(주의)에 그치는 것이어서 이번에 사고를 낸 공사사장과 해당직원은 업무를 계속 보고 있는 중이고 이런 사고를 다시 낼 수도 있는 상태.

*대전시는 도시공사가 공모지침을 어긴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는 입장.

*대전시는 이 문제를 후순위협상대상자인 ‘지산’이 사업 시행을 맡고 계룡건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양쪽을 중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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