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풍경여행-강원도 고성군

강원도 최북단 고성은 국내 최고의 명태 어장을 가졌던 ‘명태의 고향’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거진항에는 거지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고성의 명태잡이는 호황이었다.

지금은 비록 무분별한 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명태의 주산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지만.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고 ‘명태의 고장’이란 명성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 고성에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북어를 만드는 명태덕장이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북풍한설을 이겨내야 비로소 노란 속살을 품은 북어가 되는 명태. 북어를 만드는 덕장은 명태 어업 1번지였던 고성의 겨울에 여유로움과 기분 좋은 맛까지 안겨주는 존재가 되었다.

고성의 명태덕장

‘명태의 고향’ 명성을 잇는 명태덕장

“산골 그을음투성이의 초가집 부엌 기둥에 한 코로 걸린, 다소곳한 명태 한 쌍의 모습은 ‘천생연분’이란 제목을 달고 싶은 한 폭의 정물화였다.” ― 목성균 <명태에 관한 추억> 중에서.
명태를 말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겨울을 상징하는 풍경이 되었다. 지금은 가정에서 명태를 걸어놓은 풍경을 보기 힘들지만, 덕장에 가면 열 맞춰 길게 늘어선 명태를 쉽게 볼 수 있다. 명태덕장이라면 인제군 용대리나 대관령 아래 용평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명태 어업의 전진기지였던 고성에도 덕장이 존재한다. 산골에서 말리는 황태가 아닌 북어를 만드는 덕장이다.

북어와 황태는 말린 명태라는 점에서 서로 사촌간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성에서 명태덕장을 운영하는 원순철 씨는 “바닷가에서 말린 명태는 황태가 아니라 북어예요. 대관령이나 인제 용대리처럼 산에서 말린 건 황태구요. 고성 사람들은 황태를 안 먹어요. 맛도 싱겁고 깊은 맛도 못 쫓아오니까. 여기 사람들은 북어를 최고로 쳐요.”라고 말한다.

고성 명태덕장 전경

고성에서 쉽게 덕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토성면 신평리에 있는 원토종식품이다. 이곳은 잊혀가는 고성의 북어 재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덕장에는 줄에 꿰어져 널린 명태가 가득하다. 아직은 명태에 가까운 모습이나 겨울을 나고 봄을 맞으면 맛좋은 북어로 다시 태어날 녀석들이다.

명태덕장에 걸린 명태는 멀리 러시아에서 잡아온, 이른바 ‘원양태’라는 동태다. 근해에서 잡히던 지방태에 비할 수는 없지만 12월 하순부터 4개월간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꽤 근사한 북어가 된다. 물론 근사한 북어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성의 덕장에서는 북어의 옛 맛을 재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태는 얼리지 않은 생태였기에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덕장에 걸었다. 요즘은 러시아산 동태를 사용하니 과정이 하나 늘었다. 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산골에서 민물에 동태를 씻는 것과 다르게 고성에서는 지하 600m에서 뽑아낸 해양심층수의 염도를 조절해서 해동을 한다. 그래야 명태가 함유한 염도도 유지되고 영양분 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덕장에 걸고 나서도 비가 오면 천막을 쳐 빗물에 젖지 않게 하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말리는 중에도 염도를 낮춘 해양심층수를 4~5회 정도 뿌려준다. 그렇게 해야 바닷물 속에 함유된 각종 미네랄이 자연스레 명태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해풍에 말리는 것도 같은 이치란다.

덕장에 걸린 명태

이렇게 만들어진 고성의 북어는 장에 찍어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짭조름하다. 속살도 푸석하지 않고 부드럽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면서 마지막에는 단맛이 살짝 난다. 마치 시원한 북엇국을 먹었을 때처럼 맛이 깔끔하다.

북어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만큼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식품이다.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 A, B1, B2도 듬뿍 들어 있어 피로회복과 해독을 도와준다. 단백질 함유량은 두부의 8배 이상, 우유의 24배 이상이다.

1997년 《한국식품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건강한 남자들에게 알코올을 투여하고 2시간 뒤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북어 추출액을 섭취한 쪽은 그러지 않은 쪽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 감소율이 40%, 약 2배나 빨랐다고 한다. 북어는 그만큼 해독력이 뛰어나 간의 부담을 덜어준다.

덕장에 걸린 명태

명천에 사는 태서방이 처음 잡아 명태라 불려

옛말에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고 했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생선으로 명태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탕, 찜, 전, 구이 등 다양한 요리로 서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명태지만, 그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명태 어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도 조선 후기의 일이다.
고종 8년(1871) 이유원이 지은 《임하필기》에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가 기록되어 있다.

“명천에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있었는데 어떤 물고기를 낚아 주방 일을 맡아 보는 관리로 하여금 도백에게 바치게 했다. 도백이 이를 아주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으니 모두 알지 못하였다. 도백은 태씨 성의 어부가 잡은 물고기이니 이를 명태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생선 중에 명태처럼 다양하고 재미난 이름을 많이 가진 것도 없다. 신선한 명태는 선태나 생태, 잡자마자 얼린 동태, 반쯤 말린 코다리, 바짝 말린 명태는 북어나 황태라고 한다. 말리다 땅에 떨어진 낙태, 봄에 잡은 춘태, 가을에 잡은 추태, 동짓달에 잡은 동지태, 그물로 잡은 망태, 낚시로 잡아 올린 조태, 어린 명태를 말린 노가리, 원양어선에서 잡은 원양태, 근해에서 잡은 지방태 등등.

잘 말린 북어
북어를 포장하는 모습


관동팔경의 제1경, 청간정

명태덕장을 여행하면서 아쉬운 것은 바다다. 바닷가에서 해풍에 말리지만 덕장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까지 왔는데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를 가슴에 품지 않고는 허전할 터. 명태덕장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빼어난 승경을 자랑하는 정자가 두 곳 있다. 청간정과 천학정이다.

청간정은 조선시대 정철의 <관동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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