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의 3류 정치에 새누리의 4류 대응

  김학용 편집위원  
 김학용 편집위원

정치인은 말로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말은 때와 장소에 적절해야 하고, 지위에도 걸맞아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정치인이 아닌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양승조 의원의 말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자신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양 의원이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양 의원은, 발언의 취지가 "총체적인 난국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박근혜 대통령뿐이며, 오만과 독선, 불통을 벗어 던지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오기 바란다"라는 의미라고 했다.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었든 '암살'이라는 낱말을 포함시킴으로써 '극언(極言)'이 되고 말았다.

극언(極言) 막말, 감정적 표출 많아

극언이나 막말은 감정적 표출인 경우가 많다. 절제되지 않고 그대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다. 양 의원은 독재 스타일로 가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는지 모른다. '암살'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규탄 발언으로 여권의 반발을 사고 있는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

양 의원의 발언은 한 민주당 초선의원의 '대통령 사퇴요구' 발언에 이어 나왔다. 그보다 더 강도가 더 센 발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작심 발언일 수도 있다. 최고위원의 발언이 후배 정치인과의 '막말 경쟁'에서 나왔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고, 분노를 삭이지 못한 때문이라고 해도 딱한 일이다.

양 의원이 명색이 제1 야당의 최고위원인데 유치한 발상으로 그런 극언을 했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 TV는 그날 최고위원회에서 그가 뭔가를 읽고 있는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 발언과 관련된 장면이라면 우발적으로 한 발언은 아니다. 작심하고 한 극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과 효과를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자신의 발언이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암살'이란 용어를 넣어 박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신독재 시대'를 널리 알려, 여론에 굴복시키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경청하도록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신독재시대' 알리겠다는 의도여도 발언자 손해

그러나 극언이나 막말은 그 말을 한 사람이 백 번 손해다. 그런데 간혹 상대가 바보같이 대응해서 막말을 한 쪽한테 놀아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양 의원에 대해 제명을 추진하는 것은 그를 도와주는 꼴이다. 상대의 실수를 공(功)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양 의원이 정말 제명을 당한다면 그의 발언은 극언이 아니라 독재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장렬한 외침'이 되면서 그는 영웅이 될 것이다. 독재 정권에 미움을 받아 탄압을 받는 '설화'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양 의원의 발언이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처럼 '언어 테러'라고 하더라도, 말로 대응하는 데 그쳐야지 정말 제명에 나선다면 웃음거리 4류 정치가 될 것이다. 제명 운운하는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양 의원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양 의원의 극언이 새누리당의 대응 수준을 미리 간파해서 치밀하게 의도한 것이라고 해도 극언이나 막말은 정치인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치는 말로써 하는 것이지만 막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망치게 돼 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또는 국민의 감정폭발 유도를 위해 하는 막말은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

국민들은 막말 정치인에게 미래 걸지 않아

정치적 막말이나 극언은 자기 진영에 일시적으로 "말 한 번 시원하게 잘했다"는 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이다. 당사자에게 남는 것은 말을 함부로 하는 가벼운 사람이란 이미지뿐이다. 어느 사회든 이런 정치인에게 미래를 걸지는 않는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이런 말을 좋아한다. 서민처럼 투박한 말, 진솔하고 용기 있는 말을 국민들은 좋아한다. 국민들은 절제되지 않은 말을 싫어한다. 분노의 말과 계산된 말도 싫어한다.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 중에는 이런 분노의 말이거나 계산된 극언들이 많다.

얼마 전 동아일보가 뽑은 '막말 의원 리스트'에 대전 충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박범계 이장우 김태흠 홍문표 의원들이 2위~7위를 기록했다. 대개 패기 넘치고 혈기방장한 젊은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한편 이해가 되는 바도 없지 않았지만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마치 권력의 호위대인양 핏대를 세우고 상대를 향해 삿대질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 젊은 여당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과 똑같은 태도로 대응하는 야당의원들도 지역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몇몇 유권자들이, 혹은 진영 논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TV에 비쳐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용기 있다고 칭찬하는지는 모르겠다. 의원 자신도 그런 방식이 자신을 홍보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큰 정치 하겠다면 '막말 정치' 삼가야

물론 착각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막말 정치인들을 3류 정치인으로 볼 게 틀림없다. 몇몇 사람들이 "의원님, TV에 나오는 거 보니 시원시원 하시대요!"라고 막말을 추켜 준다고 해도 그 말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속으론 "TV서 보니 당신 수준을 알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정말 큰 정치를 하겠다는 욕심이 있는 정치인이면 막말은 삼가야 한다. 말(言)로 정상에 올랐지만 결국은 자신의 말에 파묻혔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놈의 헌법' 같은 정제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곤 했지만 '막말 정치인'은 아니었다. 말솜씨가 뛰어났던 노무현을 정치인들이 오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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